생존자는 여전히 싸우고 있다
<제가 참사 생존자인가요> 김초롱 지음·아몬드·1만8000원
그는 그날 거기 있었다. 평범한 날, 익숙한 장소가 참사 현장으로 변한 건 순식간이었다. 발이 땅에 닿지 않고 앞뒤로 압력이 가해지는 공포 속에서 가까스로 빠져나왔다. 상담사는 그를 ‘생존자’라 불렀고, 그는 상담사가 “오버”한다 생각했다. 이태원 참사 생존자의 상담 과정을 적은 그 글이 큰 화제가 된 뒤엔 어떻게 지냈을까. 구청 상담 선생님은 자꾸 ‘집에 쓰레기봉투가 몇 장 있는지’ 묻기 시작했다. 정신과 의사마저 쓰레기봉투 체크 숙제를 냈다. 짜증을 내며 돌아와 마주한 집은 충격적이었다. 운으로 살아남았다는 죄책감, 바로 옆에서 참사를 못 알아챘다는 자기 혐오, 바뀌지 않는 사회를 향한 분노, 거기에 중증 우울증까지 덮쳐왔다. 이 책은 여전히 분투 중인 그가 고통을 ‘자원화’하는 시도다.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가 ‘타인을 살리는’ 기록이 될 수 있다면 좋겠다”며 용기를 냈다.
▲이 아이는 자라서 이렇게 됩니다
이용한 지음·이야기장수·1만9800원
알고 보면 원래 날아다니는 생명체일까. 펼친 페이지마다 공중부양 중이다. 40마리 길냥이들의 ‘비포와 애프터’를 보며 모든 고양이에게 뚱냥이가 될 공통의 운명이 있었나 의심해본다. ‘길고양이 급식소’를 운영하는 시인이 17년간 관찰한 아기 고양이들의 성장기록이다. 고양이가 고양이를 주워오는 진짜 ‘냥줍’에 장독대 위 진짜 ‘묘기(猫技)’까지… 신비한 묘생이 다큐처럼 펼쳐진다. 저자에 따르면 아기 길고양이가 성묘가 될 확률은 30%도 되지 않는다. 전염병, 쥐약 등 마지막 기록들이 쓰라리다.
▲이강국의 경제 EXIT
이강국 지음·책세상·1만8900원
끝이 보이지 않는 불황, 답은 어디서 찾아야 할까. 주간경향 등에 칼럼을 연재한 저자는 사회적 불공정이 낳은 경제적 불평등에 주목한다. ‘증세 vs 감세’, ‘소득주도 성장 vs 민간주도 성장’ 등을 분석했다.
▲인셀 테러
로라 베이츠 지음·성원 옮김 위즈덤하우스·2만1000원
20대 모태솔로 남성 알렉스로 위장해 1년간 남성 커뮤니티 속 여성혐오를 추적했다. 온라인에서 혐오 언어와 밈으로 급진화해 총까지 든 ‘인셀(비자발적 순결주의자)’ 등의 행위를 테러리즘으로 규정해 맞서자고 한다.
▲지켜야 할 세계
문경민 지음·다산책방·1만7000원
“너의 세계냐?” 묻는다. 정년을 2년 앞두고 사고로 세상을 떠난 고교 교사 윤옥의 삶에 교권 추락, 장애, 돌봄 등 시대의 화두를 담았다. 초등 교사인 작가가 서이초 교사를 떠올리며 다시 썼다고 밝혔다. 혼불문학상 수상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