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후보 30% 공천, 이번에도 말로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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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후보 30% 공천, 이번에도 말로만?

입력 2023.09.15 10:58

수정 2023.09.18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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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대 총선 전 여야 3당 합의, 아무도 안 지켜…“여성 공천이 정당 경쟁력 돼야”

본회의가 열린 21대 국회. 21대 국회의원 298명 중 여성 의원은 19.1%인 57명이다. / 성동훈 기자

본회의가 열린 21대 국회. 21대 국회의원 298명 중 여성 의원은 19.1%인 57명이다. / 성동훈 기자

21대 국회의원 298명 중 여성 의원은 19.1%인 57명이다. 2023년 국제의원연맹 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여성 의원 비율 순위는 121위다. 2023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33.8%에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다. 뉴질랜드(50%), 스웨덴(46.4%), 노르웨이(46.2%) 등과 비교하면 현저히 낮다. 여성을 50% 이상 공천하도록 한 비례대표 의석을 제외하면, 21대 국회 지역구의 여성 국회의원 비율은 11.5%로 더 낮아진다. 현행 공직선거법 제47조 제4항은 “정당이 임기만료에 따른 지역구 국회의원선거 및 지역구지방의회선거에 후보자를 추천하는 때에는 각각 전국 지역구 총수의 100분의 30 이상을 여성으로 추천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21대 총선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국민의힘)은 지역구에서 여성 공천 비율을 30%까지 높이겠다고 공언했으나, 실제로는 민주당 32명(12.6%), 미래통합당 26명(10.2%)을 공천하는 데 그쳤다. 공직선거법 조항이 사실상 권고조항이어서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제기돼온 배경이다.

정치권 안팎에서 정당의 여성공천할당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요구는 꾸준히 있었으나, 거대 양당은 선거를 앞두고 반짝 반응했고, 이마저도 형식적인 선언에 그쳤다. 2019년 20대 국회에서는 21대 총선을 1년여 앞두고 더불어민주당,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등 여야 3당 교섭단체 원내대표들이 지역구 여성 후보 공천 30%를 의무화하기로 합의했다. 당시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지역구 여성 후보 공천 30%를 의무규정, 강행규정으로 바꾸고 이를 지키지 않으면 국고보조금을 삭감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21대 총선에서 이를 지킨 정당은 없었다. 일부 제도는 오히려 퇴행했다. 정치자금법 제26조에 명시한 여성추천보조금은 정당이 지역구에 여성 후보를 30% 이상 공천할 경우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지난해 4월 이 조항은 여성 후보 공천 비율이 10%만 넘어도 모든 정당이 차등적으로 여성추천보조금을 받을 수 있도록 개정됐다.

형식적 논의마저 사라진 ‘여성 의무공천’

22대 총선을 7개월 앞두고 시민사회와 여성계를 중심으로 ‘지역구 여성 후보 30% 이상 공천’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거대 양당을 중심으로 선거제 개편 논의가 진행 중이지만, ‘지역구 30% 여성 의무공천 방안’은 선거제 개편을 논의하는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의 안건으로 올라오지도 못했다. 20대 국회에서처럼 형식적이나마 여야 간 공천 비율을 높이겠다는 초당적인 협의도 없다. 실질적인 논의가 부재한 상황이다 보니 22대 총선에서도 ‘지역구 여성 후보 30%’가 지켜지지 않으리라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지난 대선을 앞두고 ‘여성가족부 폐지’, ‘젠더 갈라치기’ 등 이른바 ‘능력주의’를 기반으로 한 이슈가 선거전략으로 활용되면서 여성할당제 등에 대한 논의는 오히려 동력을 잃고 표류하고 있다. 지난 9월 8일 국회에서 열린 ‘지역구 30% 여성 의무공천 실현을 위한 토론회(토론회)’에서 고민희 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성평등에 대한 인식 변화와 여성의 사회경제적 조건이 향상됐음에도 불구하고 여성 저대표성 극복과 관련한 적극적 정책은 소위 ‘능력주의’의 부상과 함께 동력을 잃고 표류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권수현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대표는 “할당제는 그 영역에 진입하지 못하고 배제됐던 사람들을 대상으로 그들이 들어올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공정의 논리를 내세우며 할당제를 비판하는 사람들은 할당제가 100% 남성들의 영역인데 선심 쓰듯 일부 내주는 것이라고 오해를 하고 있다”라며 “남성 네트워크나 남성에게 편향된 자원들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남성은 능력이 있어 선출됐다고 주장한다. 예컨대 거대 양당은 각 당에 유리한 지역인 영남이나 호남 등 이기기 쉬운 지역에는 여성 후보를 잘 공천하지 않는다. 이 같은 남성 기득권 구조에 대해서는 왜 질문을 던지지 않나”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여성 후보의 공천 비율을 늘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당의 인식 변화와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거대 정당들은 선거 때마다 여성 후보가 적은 이유로 ‘공천할 여성이 없어서’, ‘여성 인재가 부족해서’라는 등의 변명을 늘어놓는다. 고민희 교수는 정당의 여성 후보 공천을 정당의 경쟁력과 연결지어서 분석했다. 고 교수는 토론회에서 “한국뿐 아니라 많은 나라의 정당은 지도부를 위시한 중앙 조직체계가 남성 중심으로 구성돼 있어, 여성 공천은 도덕적으로 타당하나 전략적으로는 불필요한 정책으로 인식되고 있다”라며 “그렇다면 정당은 언제 여성을 공천하는가? 그동안의 연구에서는 정당 간, 그리고 정당 내 경쟁 구도가 첨예할수록 여성 공천의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여성 공천이 정당의 경쟁력 강화에 유리하다는 인식을 공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김민정 서울시립대 국제관계학과 교수는 토론회에서 스페인의 사례를 언급하며 정당 역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 교수는 “여성의 정치참여가 순조롭게 발전한 국가들은 대부분이 정당에서 자체적으로 할당을 하여 여성을 많이 공천하였고 이러한 공천에 힘입어 여성의 숫자가 늘었다. 늘어난 여성 의원들은 할당제가 없는 다른 정당들도 할당제를 채택하도록 법을 만들었다”라고 말했다.

“여성의원들, 젠더 관련 입법 적극적 역할을”

정당 내 여성 의원들의 역할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제기됐다. 절대적으로 부족한 여성 의원들의 숫자 증대도 필요하지만, 여성 의원들이 대표성을 띠고 좀더 적극적으로 젠더 이슈에 목소리를 내고 관련 입법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권수현 대표는 “법적으로 보장되는 임신중지 제도 마련, 강간 요건을 동의로 변경하는 것, 가족의 조건을 확대하는 것 등 시급히 해결해야 할 의제가 산적하나 이를 주도하는 여성 의원을 볼 수 없었다”라며 “정당 내에서 높은 의사결정 직위에 올라가는 여성 의원이 있는데 이들의 지위 상승이 실질적 여성 대표성 확대에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는 사례가 보이지 않는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남성 정치인들이 상징적으로 여성 정치인을 뽑아놓고 ‘이제 성평등이 이뤄졌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한다. 여성 정치인들은 그 상징적인 대표성을 뛰어넘는 활동을 통해 전체 여성 혹은 더 취약한 여성들을 위한 돌파구를 만들어줘야 할 책임이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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