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질병, 우울증의 탄생
<우울증은 어떻게 병이 되었나?> 기타나카 준코 지음·제소희 외 옮김·사월의책·2만5000원
일본을 설명하는 키워드 중 하나가 ‘우울’이다. 제2차 세계대전 패망 이후 찾아온 우울, 1990년대 거품경제 붕괴 후 장기 경기침체로 찾아온 우울 등이 주요 선진국 중 가장 높은 자살률 수치로 나타난다.
이 책은 일본에서 흔치 않았던 ‘우울증’이 어떻게 다수가 앓는 ‘국민병’이 됐는지를 추적한다. 한국은 2017년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 2020년 기준 OECD 내 우울감 확산 지수 1위를 각각 기록 중이다. 많은 점에서 일본과 닮아 있는 한국사회에도 이 책은 우울증을 이해하는 유익한 정보가 될 수 있다.
의료인류학자인 저자는 우울증의 역사에서부터 논의를 시작한다. 일본 사회 내 각종 사회병폐 현상을 설명하는 키워드로 ‘우울증’이 제시되면서 우울증의 개념이 확대되기 시작했다고 분석한다. 핵심역할을 한 사람들은 정신과 의사들이었다. 이들은 경기침체로 지친 사람들에게 그들의 피로감과 무기력을 우울증의 개념으로 제시했다. 우울증이 생물학적·개별적 영역에서 사회적 문제까지 포괄하게 된 것이다.
이는 설득력 있게 다가왔다. 일본인들은 경제 불확실성 시대에 겪을 수 있는 집단적 고통의 대표적인 질병으로 ‘우울증’이라는 개념을 받아들였다. 저자는 이를 “우울증이 고통의 관용어가 됐다”고 설명한다. 우울증은 이제 장애 등의 신체적 문제, 과로사, 자살, 젠더 문제 등과도 떼려야 뗄 수 없는 질병이 됐다. 국가 정책과 관련 제도까지 변화시킨다.
이 과정에서 우울증이 제약회사, 의사, 행정관료, 변호사, 판사 등의 다양한 주체에 의해 어떻게 의미가 변동되고 수정되는지를 설명한다. 이를 근거로 저자는 우울증을 “정치적 상황을 반영하는 것이며, 역사적으로 변화한다”고 결론내린다.
▲신정역주 이충무공전서
이민웅 외 역주·태학사·세트 16만원
1795년 정조의 명으로 편찬한 충무공 이순신의 공훈을 적은 책이다. 30여년 만에 새로 완역된 이번 전집은 지난 오류를 바로잡고, 그간 축적된 임진왜란 연구 성과 등을 반영해 보완했다.
▲우리를 배반한 근대
엄창호 지음·여문책·2만원
자유주의를 시작으로 계몽주의, 자본주의, 부르주아, 소비주의, 민주주의, 법치까지 7장에 걸쳐 근대의 핵심 가치에 대한 문제점을 짚어낸다.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이 등장한 첨단 시대에도 세상은 여전히 근대 프레임에 갇혀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에이스
앤절라 첸 지음·박희원 옮김·현암사·1만8000원
성적 지향 중 성적 끌림을 느끼지 않는 ‘무성애’에 관한 책이다. 저자는 다양한 무성애자를 만나 이들의 시각에서 사랑과 감정을 재해석한다. ‘성적 욕망이 없는 것은 비정상’이라는 편견 아래 무성애자를 향해 가하는 억압도 조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