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계 뒤흔드는 ‘괴물 공격수’ 홀란



주간경향

공유하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X

  • 이메일

보기 설정

글자 크기

  • 보통

  • 크게

  • 아주 크게

컬러 모드

  • 라이트

  • 다크

  • 베이지

  • 그린

컬러 모드

  • 라이트

  • 다크

  • 베이지

  • 그린

축구계 뒤흔드는 ‘괴물 공격수’ 홀란

입력 2023.06.09 11:23

수정 2023.06.12 14:57

펼치기/접기
  • 김세훈 스포츠부 기자

숨겨진 ‘축구의 나라’ 노르웨이 출신…이번 시즌 네 차례 해트트릭

에링 홀란이 지난 6월 3일 잉글랜드축구협회(FA)컵 우승컵을 들고 기뻐하고 있다. / 로이터연합뉴스

에링 홀란이 지난 6월 3일 잉글랜드축구협회(FA)컵 우승컵을 들고 기뻐하고 있다. / 로이터연합뉴스

일반적으로 널리 알려지지 않았지만, 인구 대비 축구를 가장 좋아하는 나라는 동계 스포츠 강국인 노르웨이다. 노르웨이 인구는 약 540만명이다. 등록된 축구선수가 무려 45만명 안팎이다. 전체 인구 대비 8.3%다. TV로 축구 경기를 즐겨보는 사람들이 무척 많은 나라 중 하나다. 평소 축구를 직접 하는 인구 비율도 11%나 된다. 노르웨이 여자 축구는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땄고, 1993년 유럽선수권과 1995년 월드컵에서 우승했다. 월드컵, 올림픽, 유럽선수권을 모두 우승한 유일한 팀이다. 등록 축구선수 4명 중 1명이 여성이다. 유년기부터 남녀가 성별 구분 없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함께 볼을 찬다. 교육 커리큘럼상 축구를 사실상 의무적으로 하게 돼 있다.

인구 540만명에 선수는 45만명

숨겨진 ‘축구의 나라’ 노르웨이 출신의 ‘괴물 공격수’가 세계 축구계를 뒤흔들고 있다. 주인공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시티 소속 에링 홀란(23)이다. 키 194㎝, 체중 88㎏의 체격을 지닌 전형적인 원톱 공격수다. 홀란은 2022~2023시즌 프리미어리그 득점왕에 올랐다. 홀란은 35경기에서 무려 36골을 넣으며 맨시티 리그 3연패를 이끌었다. 한 시즌 36골은 리그 최다골 기록이다. 앤디 콜(당시 뉴캐슬·1993~1994시즌), 앨런 시어러(당시 블랙번·1994~1995시즌)가 보유한 기존 기록(34골)을 30년 만에 훌쩍 넘어섰다. 콜, 시어러 모두 40경기 이상을 뛰면서 34골을 넣었지만 홀란은 그보다 적은 경기에 출전하고도 더 많은 골을 넣었다.

인상적인 것은 엄청난 폭발력이다. 홀란은 이번 시즌 프리미어리그에서 네 차례 해트트릭을 기록했다. 프리미어리그 최초로 홈경기 3경기 연속 해트트릭을 기록한 선수가 됐다. 홀란은 이번 시즌 맨시티 소속으로 출전한 51경기에서 52골을 넣었다. 이 또한 모하메드 살라(당시 리버풀·2017~2018시즌), 뤼트 판 니스텔로이(당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2002~2003시즌)가 기록한 44골보다 8골이나 많은 신기록이다. 홀란은 지난해 여름 독일 도르트문트에서 6000만유로(약 840억원)의 이적료로 맨시티로 이적한 후 이번에 프리미어리그 첫 시즌을 치렀다. 그가 세운 기록들이 더욱 대단한 이유다.

가공할 만한 ‘득점 기계’라는 수식어가 전혀 아깝지 않다. 그의 골은 대부분 골대 근처에서 나온다. 스피드, 파워, 위치선정, 결정력 등에서 나무랄 데가 거의 없다. 홀란은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스웨덴), 크리스티아누 호날두(포르투갈), 제이미 바디(잉글랜드), 세르히오 아구에로(아르헨티나), 로빈 판 페르시(네덜란드) 등 많은 공격수를 우상으로 여긴다. 그들의 다양한 장점을 홀란은 대부분 갖췄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비싼 선수로 평가되는 배경이다. 최근 국제스포츠연구센터(CIES) 축구연구소 보고서에 따르면, 홀란의 현재 가치는 2억4150만유로(약 3400억원)다. 나이도 어리고 성장 속도도 빨라 몸값은 더 높아질 게 분명하다.

홀란은 영국 요크셔에서 축구선수 아버지, 육상 7종 경기 선수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3세 때 아버지의 고향인 노르웨이 브뤼네로 갔다. 그곳에서 어릴 때부터 축구를 비롯해 핸드볼, 육상 등을 즐겼다. 15세 때인 2015년 브뤼네에서 본격적으로 축구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2019년 잘츠부르크(오스트리아), 2020년 도르트문트(독일)를 거쳐 프리미어리그에 입성했다. 지금까지 프로 선수로 넣은 골은 207골(252경기)이다.

그는 노르웨이 연령대별 대표팀에서 꾸준히 활약했다. 15세부터 21세까지 빠짐없이 노르웨이를 대표했고 46경기에서 30골을 넣었다. 2019년 20세 이하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에서는 득점왕(9골)도 됐다. A매치 데뷔는 2019년에 했다. 지금까지 23차례 A매치에서 21골을 넣었다. 홀란은 잉글랜드에서 태어나 잉글랜드 대표가 될 수도 있었지만, 기꺼이 아버지 나라를 택했다.

술 안 마시고 자기 관리 철저

‘괴물’이라는 별명과 달리 실제 그의 모습은 무척 조용하다고 한다. 말수가 적어 “에고(ego·자아)가 없다”는 말까지 듣는다. 평상시 평범한 이탈리안 레스토랑에 들어가 라자냐를 즐겨 먹는다. 일반인들과 어울려 아주 편안하게 맨체스터 거리를 활보한다. 지난해 7월에는 맨체스터 슈퍼마켓에서 지인들과 물건을 사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경기 후 팬티만 입은 채 팬들과 사진을 찍기도 한다. 수시로 명상을 즐기고, 가부좌 자세로 골 세리머니를 할 때도 있다. 스포츠 매체 디애슬레틱은 최근 “홀란은 비슷한 또래 선수들과 달리 술을 마시지 않는다”며 “도르트문트 시절 평범한 일상을 맨체스터에서도 그대로 하고 있다”고 전했다. 사생활이 공개된 건 이 정도다. 그가 사귀는 여자 친구, 그가 타는 롤스로이스가 드러난 적은 없다. 홀란은 지인을 잘 대한다. 동료, 지인이 원하면 사인한 유니폼을, 그것도 여러 벌 선물한다. 후원 행사에서도 예의가 바르고 자주 웃어 인기가 많다.

자기 관리에 철저하기로도 유명하다. 휴가를 받으면 개인 별장에서 구단의 치밀한 관리하에 휴식과 치료를 병행한다. 수면도 무척 중시한다. 오토 아도 도르트문트 코치는 “홀란은 경기장 밖에서도 자기 몸 관리를 위해 정말 많은 걸 투자한다”며 “그는 세계 최고 선수가 될 게 분명하다. 아마 이미 세계 최고인지 모른다”고 평가했다. 페프 과르디올라 맨시티 감독은 “다른 공격수들과 달리 자기 득점에만 과도하게 욕심을 부리지 않는다는 걸 보고 놀랐다”며 “동료가 골을 넣을 때 함께 좋아하는 모습이 너무 인상적”이라고 말했다.

노르웨이는 현재 FIFA 랭킹 44위다. 순위에 비하면 월드컵과 인연은 적다. 1938년, 1994년, 1998년 등 지금까지 모두 세 차례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은 게 전부다. 1998년 16강이 최고 성적이다. 유럽축구국가대항전인 유럽선수권대회 본선에는 2000년 딱 한 번 출전했다. 노르웨이에서는 1883년 처음으로 공식 축구 경기가 열렸고, 1부부터 9부까지 리그가 운영된다. 전국에 2000개에 육박하는 축구클럽이 있다. 축구팀은 풋살팀을 포함해 3만 개다. 노르웨이 남자 국가대표팀의 몸값(3억9780만유로)은 유럽 9위, 세계 12위다. 축구 저변, 역사, 몸값 등에 비하면 노르웨이의 남자축구 성적은 약세였던 셈이다.

2026년 북중미월드컵 본선 진출권은 2022년 카타르월드컵 32장보다 16장이 늘어난 48장이다. 그중 16장이 유럽 국가에 배정됐다. 카타르월드컵 때보다 3장이 늘었다. 노르웨이로서는 28년 만에 월드컵 본선 진출을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 됐다. 홀란이 가공할 득점력을 뿜어낸다면 그 기대가 현실이 될 수 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