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법인세 실효세율, 이미 충분히 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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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법인세 실효세율, 이미 충분히 낮다

입력 2022.12.16 11:30

수정 2022.12.19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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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유찬 홍익대 교수·포용재정포럼 회장

정부가 제출한 2023년 예산안을 두고 국회는 올해도 법정기한을 넘겨 내용을 다투고 있다. 특이한 건 예산안의 쟁점들보다 예산부수법안인 세법개정안 내용에 대한 공방이 더 치열하다는 점이다. 특히 법인세 최고세율을 25%에서 22%로 인하하는 것에 대해 기획재정부는 집요하게 여론을 조성하려 시도 중이다. 와중에 정부출연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과 한국조세재정연구원(조세연)이 보고서를 통해 기재부의 입장에 도움을 주려고 나섰다. KDI 보고서(2022년 10월 4일)와 조세연의 보고서(2022년 11월 22일)가 시기적으로 예민한 시점에 언론에 보도되고 있는 것은 여러 측면에서 우려스럽다. 우선 정부출연연구기관들이 기재부가 바라는 방향으로 연구결과물을 쏟아내는 것에 기재부의 영향력이 없다고 보기는 힘들다. 예산을 쥐고 있는 기재부가 객관적으로 정책의 올바른 향방에 조언을 제공해야 할 연구기관들에 압력을 가한다면 연구내용과 정책의 왜곡이 발생할 수 있다. 기재부의 정책영역에서 연구활동을 수행하는 KDI와 조세연의 연구자들이라면 설혹 압력이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최소한의 자긍심과 사명감으로 연구의 객관성을 지켜낼 의지가 있어야 할 텐데 그렇지 못하다는 점도 안타깝다. 차분히 살펴보자. 그들의 주장대로 우리의 법인세율이 과연 높은 수준인지, 법인세를 낮추면 투자에 도움이 되는지.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2월 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2023년 예산안 관련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추 부총리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법인세를 인하하면 결국은 (기업이) 투자를 늘리고 세수에도 선순환이 이어진다”며 법인세 인하 필요성을 강조해왔다. / 연합뉴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2월 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2023년 예산안 관련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추 부총리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법인세를 인하하면 결국은 (기업이) 투자를 늘리고 세수에도 선순환이 이어진다”며 법인세 인하 필요성을 강조해왔다. / 연합뉴스

KDI·조세연의 주장과 진실

우선 KDI와 조세연의 보고서는 우리나라 법인세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에 비해 대체로 높은 수준이라고 주장한다. OECD 평균과 비교할 때 국내총생산(GDP) 대비 법인세 비중도 높고, 명목세율인 법인세 최고세율을 수평 비교해도 그렇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법인세 최고세율이 OECD 국가들의 최고세율 평균보다 약간 높은 건 사실이다. 그러나 이들 연구는 다른 나라들의 최고세율이 대체로 모든 기업에 적용되는 단일세율인 것에 비해 우리나라의 최고세율은 과세표준 3000억원 이상의 구간에만 적용되는 세율이기에 전체 90만여개의 법인 중 100여개의 법인에만 적용된다는 사실을 숨기고 있다. 양자는 수평적으로 비교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주요 국가들과 비교할 때 GDP 대비 법인세의 세수 비중이 큰 것도 사실이다. 이는 우리나라 법인의 법인소득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다른 나라들보다 월등하게 크기 때문이다. 2018년 기준 우리나라의 법인소득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8.5%로, 미국의 7%, 영국의 13.2%, 프랑스 5.5%, 독일 8.3% 그리고 일본의 13.2%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다.

명목세율이 아닌 실효세율을 비교해보면 우리나라 법인이 부담하는 세율은 높은 수준이 아니라는 점이 명백하다. 조세연의 다른 자료를 참고하자. 조세연의 ‘주요국의 법인세 명목세율 및 실효세율 비교·분석(윤영훈·2022년 8월)’ 보고서를 보면, 실효세율은 납부된 한 나라의 법인세 세수입을 과세대상인 그 나라의 법인의 소득으로 나눠 계산한다. 그렇기 때문에 명목세율뿐 아니라 기업에 제공되는 조세감면제도의 효과도 반영돼 세금부담의 수준을 더 실체적으로 보여준다.

주목할 내용이 또 하나 있다. 2020년에 통합투자세액공제제도가 만들어졌다. 당시 주목을 받지 못했으나 이 제도의 효력은 강력했다. 기업의 실효세율을 대폭 낮추는 방향으로 작용했다. 법인세율 최고세율을 25%로 올린 효과가 완전하게 상쇄됐다. 실효세율은 2019년의 19% 수준에서 2020년 17%대로 오히려 낮아졌다. 통합투자세액공제제도가 2020년 12월 도입됐으나 2020년 투자분에 대해 세액공제를 제공하도록 규정됐다. 2019년에 실현된 법인세율의 세 부담 증가 효과를 2020년부터 적용된 통합투자세액공제의 세 부담 경감 효과가 눌러버린 것이다. 통합투자세액공제는 기본공제와 추가공제를 제공한다. 대기업에 대한 기본공제율은 높지 않지만 추가공제에서는 대기업도 중소기업과 구별하지 않고 투자금액의 3%라는 높은 공제율을 제공한다. 추가공제의 조건은 과거 3개년도의 평균 투자금액을 넘는 규모의 투자를 이행하는 경우로, 기업은 투자를 몇년에 한 번씩 모아 하는 방식으로 추가공제 요건을 손쉽게 맞출 수 있다. 결과적으로 일부 대기업에 대해 법인세 명목세율을 올리는 시늉을 하면서 실질적으로는 통합투자세액공제제도를 통해 세 부담을 도로 낮춰준 셈이다.

[김유찬의 실용재정](17)법인세 실효세율, 이미 충분히 낮다

기업과 기재부의 요구는 결국 문재인 정부에서 22%에서 25%로 올린 법인세 명목세율을 본래의 수준으로 회복시켜달라는 것이다. 그러나 실효세율의 관점에서 보면 이는 이미 충분하게 이뤄진 것이다. 법인세 명목세율을 22% 수준으로 내린다면 법인세 실효세율은 17% 이하로, 문재인 정부 이전의 시기보다 더 낮아진다.

법인세율 인하와 투자의 관계, 즉 법인세율이 낮으면 투자가 늘어나는지에 대해 KDI 보고서는 선행연구들에서 분석결과가 그렇다고 강하게 주장한다. 반면 조세연의 보고서는 선행연구 결과들은 그 효과에 대해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는 분석과 효과가 없다는 분석이 공존한다고 했다. 그리고 추가적인 분석을 제시하지도 않으면서 법인세율의 인하를 검토하는 것도 가능하겠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경제학 분야에서 법인세와 투자의 상관관계는 가장 많이 연구된 분야 중의 하나다. 상당수의 연구에서 효과가 없다는 분석을 제시했다. 또 다른 연구들은 효과가 있다고 했다. 계량분석의 연구들이 이렇게 다른 결과를 보여줄 때 종합적인 판단은 효과가 없거나 효과가 있더라도 매우 미약한 경우라고 봐야 한다.

기업·기재부, 근거 없는 주장 멈춰야

기존 연구들에 대해 지적할 내용이 있다. 하나는 법인세 감세가 투자를 유인하는 효과가 있다는 분석을 제시한 연구 중 상당수가 실효세율과 투자의 상관관계를 다룬다는 점이다. 실효세율은 명목세율이 낮아지지 않아도 투자에 대한 세금공제를 늘리면 낮아진다. 따라서 실효세율과 투자 간 상관관계의 유의미성이 존재한다는 분석은 명목세율 변화로 인한 효과가 아니라 투자에 대한 공제의 효과를 담은 것일 개연성이 높다. 그렇다면 실효세율과 투자의 관계가 유의미하다는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명목세율을 낮춰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논리의 비약이다.

명목세율의 하향조정은 기업이 투자하지 않더라도 무조건적으로 제공하는 것이다. 또 투자에 대한 세금공제는 투자를 전제로 공제제도를 통해 세금을 줄여준다는 것이다. 직관적으로 볼 때 기업이 투자규모를 통해 반응할 개연성은 투자에 대한 세금공제에 비해 훨씬 높다. 앞에서 설명한 대로 통합투자세액공제제도를 통해 우리는 기업에 이미 충분하게 투자에 대한 세금공제를 제공하고 있다. 법인세 명목세율의 인하는 투자를 움직일 수 없다. 기업과 기재부는 근거 없는 주장을 이제 그만 멈추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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