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들-그게 정말 거짓말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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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들-그게 정말 거짓말이었을까

입력 2022.07.22 11:15

수정 2022.07.27 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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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경숙 만화평론가

최근 장안의 화제인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는 거짓말에 관한 에피소드가 등장한다. 변호사 우영우는 상대가 거짓말을 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그의 행동을 관찰한다. 코를 자꾸 긁거나, 손을 감추거나 허벅지를 쓸어내리는 제스처들. 거짓말을 할 때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는 새 불안하고 초조한 감정을 몸으로 드러낸다.

미깡 작가의  한 장면 / 문학동네

미깡 작가의 <거짓말들> 한 장면 / 문학동네

거짓말을 하는 이들이 모두 같은 목적을 가진 건 아니다. 남을 속여 자신의 이득을 취하기 위한 거짓말이 있는가 하면, 순전히 타인을 위해 하는 선의의 거짓말도 있다. 혹은 나 자신을 지키기 위한 거짓말일 때도. 미깡 작가의 단편 만화집 <거짓말들>에는 서로 다른 목적을 가진 여러 종류의 거짓말이 등장한다. <거짓말들>의 에피소드는 다양하게 구성돼 있다. 거짓말과 진실이 반쯤 섞인 밀회의 밤, 사기인 줄 알면서도 오히려 흔쾌히 속아 넘어가 준 일화, 직장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자녀를 위한 거짓말. 이 거짓말에는 제각기의 사연과 이유가 숨어 있다. 흥미로운 건 거짓말 그 자체가 아니라 그 이후다. 거짓말로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는 했는데, 그 이후 우리는 서로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 걸까? 그게 정말 거짓말이었을까? 어디까지가 거짓말이고, 또 어디가 진심이었던 걸까. 이렇듯 거짓말을 통해 오히려 더 방황하는 이가 있는가 하면, 거짓말로 오히려 상처를 회복하는 이들도 있다. 이를테면 거짓말의 효능과 부작용이랄까. 이 아홉 편의 이야기에서 거짓말은 도리어 캐릭터들이 숨긴 진심과 진실을 다층적으로 드러내는 역할을 한다.

첫 장에 등장하는 ‘혜경’은 어린 시절을 이렇게 회상한다. “서로서로 거짓말인 줄 뻔히 알면서도 더 유니크한 거짓말을 만들어내기 바쁜 시절”이었다고. 우리 집 마룻바닥은 수족관 유리로 돼 있다는 둥, 우리 집에는 가정부가 있다는 둥 아이들은 저마다 거짓말로 자신을 치장하느라 바쁘다. 그게 하나의 놀이인 셈이다. 어느 날 친구 A가 이상한 말을 한다. 사촌오빠들이 ‘딱딱해진 고추’를 입에 물라고 협박했다며, 안 하려 했더니 칼로 배를 찌를 듯 위협했다고. A의 말에 놀란 친구들은 대뜸 그의 이야기를 거짓말이라 여긴다. 자신들이 해왔던 놀이의 일부처럼 여겼던 것이다. 그런데… 그게 정말 거짓말이었을까?

“그럼… 진짜 있었던 일은 아닌 거지?” 오랜 시간이 지난 후 우연히 조우한 혜경은 A에게 그때의 일을 조심히 묻는다. 어린 시절 A의 이야기를 거짓말로 냉큼 판단했던 이유는 떡볶이였다. “너, 떡볶이 먹으면서 얘기했잖아. 결석한 것도 아니었고” 어린 혜경의 시선은 우리 사회가 성폭력 피해자를 대하는 태도들과도 닮았다. “너 피해자 아니잖아, 너도 원했던 거 아니야?” 하는 질문들 말이다.

A는 자문한다. “그때 내가 떡볶이나 사과 따위를 먹고 있지 않았다면, 그렇게 덤덤하게 태평하게 말하지 않았더라면, 뭐가 좀 달라졌을까?” 때로 사람들은 너무나 얄팍한 정보만으로 무엇이 거짓이고 진실인지를 속단한다. ‘#METOO’ 이후로도 여전히 반복되는 ‘피해자 검증’이 바로 그렇다. 사건의 진실보다 더 궁금한 건 사람들이다. 사람들은 왜 자신이 모든 걸 다 안다고 여길까. 왜 그렇게 자신 있게 판결자의 자리에 앉는 걸까? 누구도 그럴 권리를 주지 않았는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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