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따라 물결치는 봄
경북 경주의 봄은 화려하다. 벚꽃을 시작으로 온갖 꽃이 차례차례 만발하면, 꽃을 찾아오는 이들도 절정을 이룬다. 꽃이 지면 봄도 끝난 것 같지만, 실은 또 다른 아름다움이 남아 있다. 황룡사지와 분황사의 사이, 푸른 청보리밭이 푸른 봄의 빛깔을 뽐낸다.
황룡사는 신라를 대표하는 사찰이었다. 크기가 무려 6만6000여㎡(약 2만평)에 이르렀다. 당대 가장 큰 규모였다. 황룡사가 신라의 왕을 비롯한 귀족의 사찰이었다면, 바로 곁에 선 분황사는 서민의 기도처였다. 모전석탑으로 유명한 이 절은 소박하지만 단단한 인상을 풍긴다. 과거에는 고등학교 수학여행 때만 되면 꼭 들렀다 가는 코스였다. 황룡사의 절터와 분황사의 모전석탑이 예전 사람들을 끌어들였다면 청보리밭은 상춘객을 불러 모은다.
파란 하늘만큼이나 매혹적인 청보리의 행렬은 경주시가 새로운 관광요소를 위해 조성했다. 광활한 대지 위에 뿌리를 내린 보리가 바람이 부는 방향을 따라 물결친다. 그 사이로 사람들이 들어가 꽃처럼 피어난다. 분황사 청보리는 5월 초까지 푸르른 아름다움을 뽐낸다. 5월 말이면 누렇게 물들어 마지막을 장식한다. 경주의 봄이, 그렇게 익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