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무대 최고 권위의 상은 ‘로렌스 올리비에 어워즈’다. 셰익스피어 해석의 대가로 유명한 명배우 로렌스 올리비에의 이름을 따 명명됐다. 그동안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수상식조차 열지 못했는데, 올해는 우여곡절 끝에 다시 막을 올렸다. 무려 3년 만이다. 웨스트엔드 극장가는 물론 세계의 공연 관객들이 반색한 것은 두말할 나위 없다.
뮤지컬 <백 투 더 퓨처> / CJ ENM 제공
오랜만에 준비된 잔칫상은 말 그대로 화려했다. 영화가 원작인 연극 <라이프 오브 파이>, 리바이벌 프로덕션의 신선한 파격으로 이목을 집중시켰던 뮤지컬 <카바레>와 <애니싱 고우즈>, 화려한 의상의 무비컬 <물랭 루즈!> 등이 각축을 벌였다. 그리고 관심을 끌었던 올해의 신작 뮤지컬상은 <백 투 더 퓨처>에 돌아갔다.
영화 <백 투 더 퓨처>는 시대의 아이콘이다. 1985년 막을 올린 첫 번째 시리즈는 230억원의 제작비로 스무 배가 넘는 4700억원의 박스오피스 기록을 달성해 화제가 됐다. 이후 2개의 시리즈가 더 제작되며 글로벌 매출이 1조1800억원까지 치솟았다. 새로운 후속편을 만들자는 제안도 많았다. 하지만 ‘다음 편 계속(to be continued)’으로 끝났던 1·2편과 달리 3편은 ‘끝(The End)’이라는 자막을 등장시켜 더 이상의 시리즈는 없음을 공식화했다. 원작자인 로버트 저메키스 감독과 극작가 밥 게일이 애초 구상한 타임머신 이야기는 시리즈 3편의 촘촘한 연계로 더 이상 끼워 넣을 수 있는 간극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주인공 마티 맥플라이 역의 마이클 J. 폭스가 뜻하지 않게 파킨슨병을 앓게 된 것도 추가 시리즈가 시도되지 않았던 중요한 이유 중 하나다. 제작진에게 그가 없는 <백 투 더 퓨처>는 감히 상상조차 어려웠기 때문이다.
제작진의 선택은 오히려 새로운 도전이었다. 바로 무비컬로의 변신이다. 리버풀에서 트라이 아웃으로 꾸며진 월드 프리미어에 이어 지난해 여름 시작된 런던 웨스트엔드의 정식 개막공연은 선풍적인 인기몰이를 이어가고 있다. 공식 홈페이지의 티켓예매 안내 아이콘에는 시간여행 소재인 작품답게 “어제 티켓을 예매하라(Book your tickets yesterday)!”라는 익살도 잊지 않았다.
뮤지컬 <백 투 더 퓨처>엔 극작가 밥 도일, 프로듀서이자 원작자인 로버트 저메키스, 작곡가 앨런 실베스트리와 글렌 발라드 등 영화 제작진이 고스란히 참여했다. 덕분에 주제가에서 배경음악까지 스크린의 모든 것이 무대에서도 활용된다. 심지어 자동차마저 똑같다. 갈매기 날개 모양처럼 문을 위로 들어 올리는 2인용 스포츠카인 DMC 들로리안이다. 뮤지컬이 만들어지며 미국의 한 대형 자동차회사가 자사 모델을 활용하면 제작비를 모두 부담하겠다는 매력적인 제안을 건넸지만, 제작진이 거절했다는 후문이다. <백 투 더 퓨처>에는 반드시 들로리안이 필요하다는 굳은 신념 때문이었다.
<백 투 더 퓨처>에는 한국의 CJ ENM도 프로듀서로 참여했다. 이미 <킹키부츠>, <보디가드>, <물랭 루즈!> 등을 통해 글로벌 공연가의 주요한 기획사로 그 성장 가능성을 검증받았고, <백 투 더 퓨처>의 흥행은 또 다른 신화를 낳을 것으로 기대된다. 물론 발 빠른 우리말 공연 제작도 한껏 기대를 모은다. 이래저래 반가운 한국 문화산업의 도전이자 실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