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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의 시대, 생태예술의 비전 담다

입력 2022.04.18 13:31

수정 2022.04.18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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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옥렬 현대미술연구소 대표

가벼운 겨울옷 차림으로 출근한 지 이틀 만에 여름옷으로 갈아입었다. 계절의 급격한 변화다. 지구온난화를 실감한다. 기후위기는 먼 나라의 일이 아니라 우리 일상에서도 감지되는 변화이고, ‘창밖의 날씨’는 집안에서부터 시작된다. 어떻게 삶의 태도가 변하고, ‘사물을 대하는 태도’가 얼마나 달라져야 기후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까.

전시  / 김옥렬 대표 제공

전시 <사물을 대하는 태도> / 김옥렬 대표 제공

기후위기를 통해 인간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을 시도하는 <사물을 대하는 태도>(문화체육관광부 주최,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주관) 전시가 5월 29일까지 문화역 서울284에서 열린다. 강재영 예술감독은 전시 서문에서 “인간의, 인간에 의한, 인간을 위한 공예에서 벗어나 재료, 사물, 기계, 인간, 환경 등 공예와 관련된 수많은 행위자 사이의 수평적이고 평등한 관계의 추구와 인간 이외 모든 존재에 대한 존중과 환대하는 태도야말로 이 시대 공예의 새로운 윤리이며 사회적 실천임을 밝힌다”고 했다.

윌리엄 모리스에 따르면 19세기 산업혁명으로 일어났던 ‘미술공예운동’은 가구, 도자, 회화 등 모든 영역에서 기능적인 것에 초점을 맞추는 산업적 획일성을 벗어나 인간의 노동과 삶의 질을 위한 전통적인 수공예품의 대중화를 선언했다. 21세기 첨단과학의 시대에 살고 있지만, 기후변화로 인한 위기감은 ‘창밖의 날씨’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이번 전시는 공예의 의미를 되새기고 인간 중심의 일방적인 세계화와 자본세에 맞설 공예의 윤리적·사회적 실천, 그리고 기계적 유기체와 공존하는 공예작가의 본격적인 고민을 실천하기 위함이다.

1층 ‘대지의 사물들’에서는 전통과 현대, 공예와 예술을 넘나들며 변화 생성하는 공예의 사물성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담고자 했다. 공예품이 고정된 사물이 아니라 인간과 사물 간의 관계에서 유기적으로 생성 변화하는 상호매개체로서의 인식, 예컨대 연성조각인 직물설치와 생태학적 감수성 그리고 죽공예와 고려청자 등을 통한 현대적 해석을 담고 있다. 생태의 위기에 따라 절박해진 인간과 자연의 공생을 비롯해 인류의 시원을 담은 조각과 도자 작품도 눈에 띈다. 한폭의 그림마다 유연한 탄성을 가진 물성과 정신성, 100가지 마음과 생각이 담겨 있고, 백자는 질박한 미를 새롭게 해석했다. 또한 보석 회화와 자개, 자연의 형과 선을 닮은 목가구 등을 통해 인간과 사물, 자연을 상호 매개하고 있다.

2층 ‘생활의 자세들’에서는 다양한 라이프스타일과 새로운 디자인의 가능성을 탐색한다. 불을 통한 물질의 변성과정을 표현한 ‘요변(窯變) 탐구’, 나무 본래의 아름다움을 살린 감성적 ‘추상탄화’, 탁본 형태의 얇은 ‘주물 탐구’, 나전으로 만든 패널을 모듈 시스템으로 장식한 가구 등을 통해 한국 공예의 새로운 가능성을 본다. 3층 ‘반려 기물들’에서는 이야기가 담긴 장신구와 가구 등 개인과 개인 그리고 세대를 잇는 아름답고 소중한 기물들을 전시 중이다.

<사물을 대하는 태도>전은 공예 작가들의 존재와 가치를 복원하는 길이자, 위기의 시대에 대응하기 위한 공예와 디자인을 새롭게 탐색하는 전시다. 나아가 ‘장인으로서의 예술가이자, 예술가로서의 장인’이라는 수공예 책 장인 윌리엄 모리스(1834~1896)의 언급에서처럼 수공예는 자연미와 예술미의 조화를 통해 한국 현대 공예가 품고 가야 할 생태예술의 비전을 함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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