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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 보그의 <펑키 디바스>가 돌아왔다

입력 2022.04.08 14:53

수정 2022.04.11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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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동윤 대중음악평론가

지난 3월에 미국 R&B 걸그룹 엔 보그(En Vogue)의 2집 <펑키 디바스>가 재발매됐다. 출시 30주년을 맞아 수록곡들을 리마스터링했으며, 해당 앨범 대표곡들의 여러 리믹스 버전도 담았다. 그동안 국내 음원 플랫폼에서는 리믹스 버전을 들을 수 없어 이번 재발매는 값지다. 특히 1990년대를 동경하는 흑인음악 애호가들이 반가워할 일이다.

출시 30주년을 맞아  앨범을 재발매한 미국 R&B 걸그룹 엔 보그(En Vogue) / En Vogue Enterprises

출시 30주년을 맞아 <펑키 디바스> 앨범을 재발매한 미국 R&B 걸그룹 엔 보그(En Vogue) / En Vogue Enterprises

2집은 R&B와 당시 유행하던 뉴 잭 스윙(New jack swing)을 골자로 하면서 내내 예스러움을 풍겼다. 어리사 프랭클린이 1976년에 발표한 원곡을 리메이크한 ‘기빙 힘 섬싱 히 캔 필’은 포근한 사운드의 반주, 비브라토와 하모니가 공존하는 보컬로 모타운(Motown·자동차가 핵심 산업이었던 미국 미시간주의 디트로이트) 스타일을 재현했다. 비틀스의 ‘예스터데이’를 아카펠라로 부르며 시작하는 ‘기브 잇 업, 턴 잇 루즈’는 드바지의 ‘아이 라이크 잇’을 떠올리게 하는 반주와 이모션스의 ‘베스트 오브 마이 러브’에서 따온 특징적인 코러스를 활용해 한자리에서 1970~1980년대를 전시했다. 이러한 연출 덕에 엔 보그는 동시대의 걸그룹들과 다르게 느껴졌다.

복고풍의 해석만 존재하는 건 아니다. 클럽 누보, 토니! 토니! 토니!(Tony! Toni! Tone!) 등과 작업하며 인지도를 높인 프로덕션 듀오 포스터 앤드 매켈로이는 세련미도 챙겼다. ‘왓 이즈 러브’는 하우스 음악을 뼈대로 해서 날렵한 댄스음악을 들려주며, ‘디자이어’는 레게와 재즈, 펑크(funk)를 버무린 야릇한 반주로 고혹적인 보컬을 한층 돋보이게 했다.

좋은 노래들이 포진해 있지만 많은 이가 ‘프리 유어 마인드’를 앨범의 백미로 꼽지 않을까 싶다. ‘프리 유어 마인드’는 드럼의 구성이나 톤은 어느 정도 뉴 잭 스윙의 기준을 따르면서도 하드록 스타일의 거친 전기기타 연주를 실어 특별함을 더했다. 연신 울리는 카우벨이 흥겨움을 담당하는 가운데 멤버들이 겹겹이 코러스를 쌓아 올리며 부드러운 향도 발산한다. 인종이나 특정 직업에 대한 고정관념 등 사람들의 선입견에 위축되지 않고 자신의 삶을 영위하겠다는 당당한 태도의 가사도 멋졌다. 비록 수상은 못 했으나 ‘프리 유어 마인드’는 그래미 어워드 ‘최우수 R&B 퍼포먼스 듀오/그룹’ 부문 후보에 올랐다.

엔 보그는 포스터 앤드 매켈로이가 개최한 오디션을 통해 결성됐다. 이들 프로듀서는 1950~1960년대에 성행했던 걸그룹의 전형을 되살린 팀을 만들고자 했다. 멤버들의 하모니로 과거의 걸그룹과 같은 방식의 보컬을 복원한 ‘마이 러빈’, ‘예스터데이’, ‘프리 유어 마인드’ 등이 엔 보그의 방향성을 일러준다.

콘셉트가 명확했기에 1990년에 발표한 데뷔 앨범에서도 하모니에 중점을 둔 가창이 두루 나타났다. 앨범 제목부터 <본 투 싱>이다. 다소 늘어지는 면은 있었으며, 곡들의 반주도 컨템퍼러리 R&B나 뉴 잭 스윙 문법에 충실해 보컬이 묻히는 편이었다. 2집은 하모니를 도드라지게 하는 진행, 장르의 폭을 넓힌 편곡으로 1집의 약점을 극복했다. 네 멤버 테리 엘리스, 신디 헤론, 맥신 존스, 돈 로빈슨은 2집 앨범 타이틀(<펑키 디바스>)처럼 근사한 디바들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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