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의 신설 충청지역본부장 자리에 대전서부지사장 A가 승진 임명됐습니다. A의 입사 2년 선배로 대전동부지사장인 B가 인사에 불만을 표출했습니다. A를 향해 “본부장 역할이나 제대로 해라. 내가 그만두든 본부장이 그만두든 해야겠다”고 말하기도 하고, 공식 행사에서 A의 악수를 거절하는 일도 있었습니다. 회사는 B가 본부장 취임식이나 지사장 회의에서 공개적으로 ‘하극상’을 벌였다고 판단, B를 수도권 남부지역본부 영업담당 부장으로 발령했습니다.
일러스트 김상민 기자
규정을 무시하고 좌천하면
회사는 기존 지사장의 직무수행이 부적절하거나 영업 성과가 떨어지면 지사장을 영업담당 부장으로 발령(좌천)하고, 다시 성과를 내면 지사장으로 복귀시키는 인사 방식을 적용하고 있었습니다. 실적에 따른 사실상 ‘문책 인사’로 B도 이 상황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B는 이번 인사발령이 부당전보라며 충남지방노동위원회(지노위)에 구제신청을 내 받아들여졌습니다.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회사는 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법원은 “전직에 해당하는 인사발령을 할 (1)업무상 필요성이 존재하고, (2)근로자의 생활상 불이익이 관리자급 근로자로서 감내해야 할 범주를 초과하지는 않는다. 다만 인사발령의 근거가 된 사유는 징계 사유에도 해당하는데, 취업규칙 제7.7조 (1)항이 ‘전직’을 징계의 종류로 규정하고 있으므로, 취업규칙에서 정한 징계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이뤄진 이 사건 인사발령은 절차적 하자가 있어 위법하다”고 판단했습니다(대법원 2021. 12. 10. 선고 2020두44213 판결).
최근에 선고한 이 대법원 판결은 회사의 B에 대한 전보 발령이 사실상 징계에도 해당하는데, 징계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이뤄졌다고 봤습니다. 이 회사의 취업 규칙상 ‘전직’도 징계의 한 종류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징계처분은 정해진 절차를 따라야 하므로, 전직 발령에 대해서도 B에게 해명할 기회를 보장해야 했습니다.
많은 회사에서 근로자에게 불이익을 줘 좌천시키거나 암묵적으로 퇴사하라는 취지로 원격지 발령이나 부서재배치를 합니다. 근로자의 전보나 전직은 원칙적으로 인사권자인 사용자의 권한입니다만, 인사권 행사가 불이익을 주는 징계이고 ‘전직(인사발령)이 징계에 해당한다’는 취지로 취업규칙이 규정하고 있다면, 그 회사와 소속 근로자는 특히 유의해 봐야 할 판결입니다.
부당해고보다 어려운 부당전보
근로자의 전보나 전직(인사발령)은 원칙적으로 인사권자인 사용자의 권한입니다. 인사권자는 업무상 필요한 범위 내에서 “상당한 재량”을 가집니다. 그것이 (1)근로기준법 등에 위반되거나 (2)권리남용에 해당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무효라고 할 수 없고, 권리남용에 해당하는지는 ①전보처분 등의 “업무상의 필요성”과 ②전보 등에 따른 “근로자의 생활상의 불이익”을 비교하고 ③근로자 측과의 협의 등 그 전보처분 등의 과정에서 신의칙상 요구되는 절차를 거쳤는지 아닌지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해야 합니다(대법원 2007두20157). 회사의 업무상 필요성, 노동자의 생활상 불이익, 정당한 절차 여부 등 세가지를 따져봐야 한다는 얘깁니다.
특히 “업무상의 필요”는 인원 배치를 변경할 필요성, 인원선택의 합리성, 업무능률의 증진, 직장 질서의 유지나 회복, 근로자 간의 인화 등 그야말로 ‘종합적 판단’을 하니, 인사발령이 정당한지 부당한지 쉽게 예측할 수 없습니다. 적어도 해고의 경우보다 그렇습니다.
예를 들면, 경영진에 비판적인 기자들에게 기자직 직원을 업무직 직원으로 전보 발령하면서 그 직전에 신규직원을 채용한 경우(대법원 99두2963), 인원을 감축하려는 방편으로 정년을 단축하고 약제과장에서 약사로 보직을 변경한 경우(대법원 97다29417), 회사가 사직을 권고했다가 근로자로부터 최종적으로 거절 통보를 받고 나서 곧바로 전보했고, 전보 직후 참가인에게 아무런 업무도 부여하지 않았던 경우(서울행정법원 2013구합54038), 부당해고소송을 계속하면서 복직 명령을 내서 굳이 용인 분양사무실에서 사무실도 설치되지 않은 안성 현장으로 발령낸 경우(서울행정법원 2020구합87777),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성이 없는 정리해고(부당해고)를 하면서 일부 근로자에게는 해고 회피 방안으로 전보를 한 경우(서울 2021부해2051) 등에서 법원은 “업무상 필요성”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생활상 불이익에 관해서도 ①임금 관련 불이익 발생 여부, ②근로조건의 급격한 변화 여부, ③출퇴근 시간 및 주거의 현격한 변화 여부, ④기타 사실상 불이익 여부, ⑤사용자의 노력 여부 등 여러가지를 판단 기준으로 삼고 있습니다.
항공회사가 아무런 사전협의를 거치지 아니하고 제주지점으로 전보 발령을 한 사례(대법원 97다36316), 서울사무소에서 연고가 없는 서산사무소로의 전보처분은 업무상 필요성보다 생활상 불이익이 현저히 커서 인사권 남용에 해당하고, 전보 명령에 불응했다 하여 해고한 것은 부당해고라고 본 사례(서울행정법원 2012구합29394)도 있습니다.
그래도 회사가 인사발령 소송에서 이기는 경우가 훨씬 더 많습니다. 원칙적으로 인사권자인 사용자의 권한이고, (1)근로기준법 위반, (2)권리남용(위 3가지 요건)의 “특별한 사정”을 충족하지 못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대법원은 현장직 3교대 근무에서 현장직 상주 근무로 그 근무형태가 변경된 사실은 인사권의 범위 내이고, 근로자 본인과 성실한 협의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는 전직처분이 무효는 아니라고 보았습니다(2016두44162).
해고 소송은 기간이 길어질수록 임금부담이 늘어나니 사용자의 부담이 커지지만, 징계나 인사발령을 다투는 소송의 경우 회사는 큰 부담이 없습니다. 따라서 인사발령과 관련된 소송의 경우 신속한 조정이나 확정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아무래도 노동법은 사용자보다는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한 법이고, 소송을 계속하는 불확정적 불안의 기간 동안 일을 제대로 하기는 어렵다는 점에서 회사도 근로자도 손해인 건 마찬가지이기 때문입니다.
근로자가 인사발령이 부당하다고 회사와 다퉈서 이겨도 문제입니다. 육아휴직에서 돌아온 여성 팀장을 보직해임 시키고 물류창고로 인사 발령낸 모 대기업이 있습니다. 근로자는 1심 소송에서 이겼지만 회사가 항소해 항소심에서 회사가 이겼고, 대법원 최종판결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길어지는 법적 다툼보다 더 절망적인 것은 그 대기업의 회장님 말씀입니다. “빡세게 일을 시키라고, 눈에 보이지 않는 아주 강한 압박을 해서 못 견디게 해.”, “위법을 하라는 건 아니지만 좀 한계선상을 걸으라 그 얘기야. 그런 게. 그게 무슨 문제가 되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