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액션물은 무척 문제적인 장르다. 그 속에서 학교는 싸움터로, 학생은 싸움꾼이나 일진으로 그려진다. 학교 밖은 더 심한 무법지대로, 학생이 아닌 청소년은 범죄자로 묘사한다. 액션이 주가 되면서 다른 모든 것들이 부가 된다. 아무리 조심하더라도 폭력으로 폭력을 비판하는 일은 결국 자가당착에 빠지기 십상이다. 이런 점 때문에 학원액션물을 추천하기란 정말 어렵다. 그래도 학원액션물 없이는 못 살겠다는 이들에게는 이은재의 작품들 아니면 <스터디그룹> 정도를 내놓는다. 특히 후자는 장르적 한계가 여전하지만, 그래도 학원액션물계의 ‘논어’라 할 만하다.
웹툰 <스터디그룹>의 한 장면 / 네이버
<스터디그룹>의 줄거리와 설정은 단순 명쾌하다. 주인공의 결핍과 욕망에 대비되는 환경을 구성해 그것을 돌파하고 극복하는 주인공의 여정을 그리는 기본공식을 충실히 따른다. 주인공 윤가민의 오랜 결핍은 성적, 따라서 욕망은 좋은 성적이다. 하지만 그가 속한 유성고등학교는 공부가 불가능에 가깝다. ‘조폭영재학교’라는 별명이 붙을 만큼 조직폭력배를 희망하는 학생들이 많다. 그런 상황에서 가민은 초임 교사 이한경 및 공부에 뜻을 둔 친구들과 스터디그룹을 만들어 공부하고자 한다.
<스터디그룹> 이전의 학원 액션물에서 공부는 대체로 뒷전이거나 가짜 목표 혹은 위장이었다. 무엇보다 액션이 중심이 돼야 하는 장르이기 때문이겠지만, 현실에서 많은 학생의 스트레스거리인 공부를 이야기 속에서까지 추구하기 어렵기 때문이기도 했을 것이다. <스터디그룹>은 꽤나 진지하게 공부를 하고 싶은 인물들의 이야기를 만들어간다. 주인공 가민은 공부의 기초인 체력을 위해 다년간 수련한 절권도로 일진들을 무찔러 나가고, 하나둘 합류하는 스터디그룹 멤버들도 함께 싸우며 공부한다. 그러니 <스터디그룹>은 공부하기 위해 싸우는, 학생들의 ‘피 튀기는 입시 이야기’다.
공부를 전면에 내세운 액션물인 만큼 이야기 속에 공부에 대한 생각이 여기저기 박혀 있다. 시즌 1에서 가장 인상적인 에피소드는 피한울의 친위대장 격인 김순철과 그의 할아버지가 주인공이다. 첫 등장부터 영어 단어장을 들고 있는 순철은 사실 공부를 하고 싶다. 병상에 있는 순철의 할아버지는 언제 돌아가실지 모르는 상황에서도 토익 공부를 하고 있다. 할아버지는 공부가 즐겁다. “학이시습지 불역열호”라던 공자의 말처럼 배우고 익히는 것 그 자체가 즐겁다. 할아버지 병원비 때문에 피한울의 심복 노릇을 하고 있지만, 순철도 할아버지와 같은 마음이다. 당연하지만, 그런 순철을 가민은 이미 스터디그룹의 일원처럼 여긴다.
에피소드의 끝, 스터디그룹은 병원에서 중간고사 기간을 맞이한다. “우리의 싸움은 세력 다툼도, 범죄와의 전쟁도 아니었다. 공부를 원하는 사람에게서 공부를 방해하는 모든 요소를 없애기 위한 싸움. 단지 그것뿐이었다.” 가민의 내레이션 아래 병실에서 교과서를 보고 있는 스터디그룹원들의 모습을 비춘다. 충분히 설득력 있는 인간의 입체성을, 인간의 긍정적인 변화를 향한 믿음을 그 속에 담았다.
이런 믿음을 담아 사족 하나를 달아본다. 시즌 2에서도 아직 싸우고 있는 <스터디그룹>이지만, 시즌 3은 공부로 가득 찬 모습을 보여줘도 좋겠다 싶다. 장르도 작품도 공부하고 성장하면 즐겁지 아니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