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에서 음식은 복잡한 의미를 가진다. 사람은 누구나 음식을 먹으며 살아가지만, 모두가 양질의 음식을 먹는 건 아니다. 음식은 천차만별이고, 입맛도 가지각색이다. 대충 때우는 끼니가 있는가 하면 정성스럽게 차린 밥상도 있고, 다른 존재에 폭력이 되는 음식이 있다면 모든 생명체와 공존하려는 음식도 있다. 음식마다 수만가지 의미와 사연을 담고 있는 만큼 웹툰에도 다양한 음식 웹툰이 존재한다. 음식을 먹고 향유하는 웹툰, 사람들에게 저마다 사연에 맞는 음식을 배달해주는 작품, 상황에 맞는 음식을 요리해주는 만화 등. 인사말조차 “밥 먹었어?”인 우리 사회에서 음식 이야기는 웹툰이 다양한 독자를 만날 수 있는 훌륭한 재료다.
웹툰 <계절, 하루>의 한 장면 / 만화경
음식을 다룬 여러 웹툰 중에서 최근 가장 편안하게 즐긴 작품은 웹툰 <계절, 하루>(권경진·만화경 연재)다. <계절, 하루>는 팍팍한 도시 속 사랑을 다룬 웹툰 <낭만도시>의 후속작이다. <낭만도시>는 도시생활에 지친 사리와 하루가 만나 서로의 삶을 보듬고 사랑을 싹틔워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에 이어 <계절, 하루>는 사리와 하루가 계절에 맞는 제철 채소로 음식을 만들어 먹으며 자신의 자리를 찾아 나가는 성장 서사를 그린다. <낭만도시>에 등장했던 캐릭터들이 그대로 <계절, 하루>로 이어진다.
<계절, 하루>의 주인공 하루는 대학에서 식물 관련 학과를 전공한 박사다. 식물을 오래 연구한 만큼 하루는 식물에 남다른 애정을 품고 있다. 남들 눈에 잘 띄지 않는 머위꽃을 금세 알아보고, 집에서는 허브와 토마토를 기른다. 봄에는 너무 작아 팔지 못하고 버려지는 딸기를 받아다가 딸기잼으로 만들어 주변에 한병씩 나눠준다. 숲을 돌아보는 날이면 고구마를 구워 간식으로 챙기고, 집에는 항상 보리차를 끓여놓는다. 하루는 물부터 밥, 간식에 이르기까지 소박하고 다정한 먹을거리로 삶을 풍요롭게 채워나간다.
하루가 사는 곳은 옥탑방이다. 화려한 서울 야경 속에서 하루의 방은 눈에 띄지도 않는 조그마한 언덕 위에 있다. 화려하게 반짝이며 빠르게 성장하는 대도시는 식물의 속도로 자라나는 이들을 좀처럼 기다려주지 않는다. 여러 계절을 나는 동안, 하루는 식물을 살뜰히 살피고 사려 깊은 요리를 해 먹지만 자신이 어디로 가야 하는지 몰라 막막해한다. 사리 역시 마찬가지다. 타고난 재능으로 인정받는 언니와 엄마를 동경하지만, 사리는 그보다 훨씬 뒤에서 느리게 성장해간다. 그런 사리의 곁에서 하루는 식물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무화과는 겉으로 화려해 보이지 않지만, 안쪽은 꽃으로 가득하다고. 당신도 마음속에 작은 꽃을 가득 품은 열매 같은 사람이라고.
웹툰 <계절, 하루>는 식물을 닮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눈에 띄게 쑥쑥 크진 않아도 어느새 돌아보면 성큼 자랐고, 어디 있는지 잘 안 보여도 살펴보면 어딘가에 꼭 피어 있는 그런 사람들. 자신에게 맞는 속도로 천천히, 느리게 꽃을 피우는 이들의 이야기를 들여다보면, 조급함에 달아오른 마음도 한김 식어내린다. 웹툰 <계절, 하루>는 자연을 닮은 듯 소박하고 온화한 작품이다. 자극적인 서사와 신경질 나는 뉴스에 지쳤다면, 이 작품 안에서 쉬어가기를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