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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 존재하는가에 대한 논쟁

입력 2022.01.03 13:33

수정 2022.01.03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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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주연 연극평론가

연극 <라스트 세션>은 정신분석학의 창시자 프로이트 박사와 <나니아 연대기>로 유명한 작가 C. S. 루이스의 토론을 그린 작품이다. 실존인물을 바탕으로 했으나 실제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두 사람을 무대 위에서 만나게 함으로써 날카로우면서도 위트가 살아 있는 논쟁을 펼쳐내는 작가의 상상력과 필력이 흥미롭다. 논쟁의 주제는 ‘신과 종교’다. 몇천년간 지속돼왔지만 여전히 해답을 찾지 못한 채 대립 중인 무신론과 기독교의 입장을 각각 냉철한 무신론자인 프로이트와 대표적인 기독교 변증가인 루이스가 맡아 치열한 논쟁을 펼쳐나간다. 그러나 몇천년간 이어져온 논쟁의 결론이 단 하루의 만남으로 해결될 리는 만무하다. 프로이트와 루이스 역시 열띤 논쟁 끝에도 마지막까지 서로의 의견차를 좁히지 못한 채 헤어진다.

연극  / 파크컴퍼니 제공

연극 <라스트 세션> / 파크컴퍼니 제공

작가의 의도는 이 두 사람 중 누가 옳으며, 누구의 의견이 더 설득력 있는가를 드러내려는 데 있지 않다. 오히려 작가의 시선은 두 사람의 서로 다른 입장보다는 그럼에도 두 사람이 공유하고 있는 어떤 공통점에 맞춰져 있는데, 그것은 바로 필멸의 존재인 인간이 태생적으로 가질 수밖에 없는 두려움과 나약함이다. 이는 작품 속에서 크고 작은 설정과 몇몇 장면을 통해 은밀하게 드러난다. 일단 극중 두 사람이 만나는 시기와 관련이 있다. 극중 프로이트와 루이스가 만나는 날은 1939년 9월 3일, 런던의 프로이트 연구실이다. 이날은 나치의 폴란드 침공 이틀 뒤, 영국이 제2차 대전의 참전을 공식적으로 발표하는 날이다. 두 사람이 하필 이런 혼란스럽고 위태로운 시기에 만났다는 설정은 이들의 논쟁 주제인 신의 존재에 대한 의문을 더욱 선명하고 절실하게 드러내는 배경인 동시에 이야기 중간중간 사이렌과 경보음이 울리게 함으로써 두 사람이 본능적으로 불안과 두려움을 드러내게 만든다.

한편 두 사람의 만남은 전쟁의 시작일인 동시에 구강암 말기인 프로이트가 사망하기 3주 전이기도 하다. 프로이트는 엄청난 통증으로 죽음의 고통을 느끼고 있으며, 자신의 삶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예감하는 상태다. 그런 그가 죽음을 앞둔 상황에서 굳이 루이스를 초대해 이런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했다는 것 자체가 죽음 앞에서 무의식적으로 약해진 프로이트가 자신의 무신론을 다시 한 번 확인하고 싶었던 것을 반증한다. 프로이트는 마지막까지 무신론을 고집하고 죽을 때도 어떤 종교의식도 청하지 않았지만, 루이스와의 대화를 통해 스스로 숨기고자 했던 자신의 나약함을 대면하게 되고 아주 작은 변화를 보여주게 된다.

이는 루이스도 마찬가지다. 그 역시 굳건한 신앙을 지켜가지만, 마지막에 연구실을 떠나면서 자신이 아까 사이렌이 울렸을 때 실은 굉장히 불안하고 두려웠다는 사실을 고백한다. 즉 신을 믿으나 믿지 않으나 결국 인간은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여전히 죽음 앞에 나약하고 불안한 존재라는 것을 두 사람 모두가 보여주는 것이다. 또한 바로 그러한 죽음과 나약함 때문에 인간은 끊임없이 불멸의 존재에 대해 고민하고 또 논쟁할 수밖에 없음을 드러낸다. 1월 7일부터 3월 6일까지. 대학로 티오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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