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프리뷰 ]스필버그가 리메이크한 뮤지컬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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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프리뷰 ]스필버그가 리메이크한 뮤지컬 영화

입력 2021.12.24 15:23

수정 2021.12.28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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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종원 순천향대 공연영상학과 교수·뮤지컬 평론가

의외였지만 신선했다. 다양한 소재와 상상력으로 대중을 매료시킨 영화감독 스티븐 스필버그가 은퇴작으로 생각한 것이 뮤지컬 영화, 그것도 새로운 도전이 아닌 리메이크라니. 결론부터 말하자면, 물음표가 느낌표가 된 기분이다. 영화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는 시종일관 1950년대 만들어졌던 초연과 1961년 제작된 뮤지컬 영화에 대한 오마주 같은 경의를 담아냈고, 잘게 나뉜 클로즈업 숏들은 마치 <레 미제라블>의 톰 후퍼가 그랬듯 배우들 표정의 잔근육 하나하나도 놓치지 않았다. 스필버그가 어릴 적 피아니스트 어머니가 유일하게 허락했던 대중음악이었다는 레너드 번스타인의 선율은 여전히 감미로웠고, 제롬 로빈스의 독창적이고 강렬했던 원작을 바탕으로 다시 변주된 뉴욕시티발레단의 저스틴 펙이 만든 안무는 시종일관 눈을 떼기 힘든 즐거움을 선사했다. 무대가 영화가 되고, 다시 영화가 무대가 되는 요즘 글로벌 문화산업의 흥미로운 장르 월경을 다시금 곱씹게 되는 체험이다.

뮤지컬 영화  /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뮤지컬 영화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원작은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이다. 다양한 영상과 무대로 재해석된 고전이지만,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는 더욱 특별하다. 이야기 배경을 1960년대 뉴욕으로 탈바꿈시켜 재구성했기 때문이다. 폴란드 이민 2세들이 주축이 된 백인 조직폭력단 제트파와 남미 푸에르토리코 이민자들의 샤크파가 일촉즉발의 대립을 펼치는 가운데 꽃피운 토니와 마리아의 순수한 사랑과 비극적 결말이 매력적으로 펼쳐진다. 이야기의 흥미로운 변주는 덕분에 이탈리아 베로나 저택의 줄리엣 방 발코니는 뉴욕 빈민가의 화재용 비상계단으로 탈바꿈됐고, 캐플렛 가문의 무도회도 실내체육관의 댄스파티로 변화됐지만, 여전히 보는 이의 애간장을 녹이는 비극적인 사랑 이야기는 여지없이 관객들의 눈물을 떨구게 만드는 마법을 펼쳐낸다.

무려 3만 대 1의 경쟁을 뚫고 선발됐다는 마리아 역의 레이첼 지글러는 이 역할을 위해 태어난 것 같다는 스필버그의 찬사에 고개를 끄덕이게 만든다. 안셀 엘고트의 토니 역시 무표정한 요즘 젊은 세대의 흔한 표정에서 흐릿한 미소로 최후를 맞는 애틋한 장면까지 공감할 수밖에 없는 매력을 선사한다. <베이비 드라이브>에서 느꼈던, 잔상이 오래 남는 그의 내면 연기는 이 작품에서도 여전히 유효하다. 개봉 첫주 1위에 올랐다는 북미 박스오피스의 기록을 이해할 만하다.

사실 1961년에 만들어졌던 뮤지컬 영화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는 여러 뒷이야기를 남긴 문제작이었다. 3개월여의 준비 기간 동안 제롬 로빈스는 안무를 너무 자주 바꿨고, 그 탓에 부상을 입은 채 촬영에 들어간 댄서들도 적지 않았다. 광활한 대지나 자연풍광을 찍는 데 사용되는 65㎜ 카메라까지 동원해 수차례 재촬영을 한 탓에 스케줄과 예산이 금세 동났고, 결국 로빈스는 해고돼 로버트 와이즈가 영화의 3분의 2가량을 이어서 만드는 별난 기록도 남겼다. 그래도 영화는 오스카상 10개 부분을 휩쓰는 대파란을 연출했던 것으로 유명하다. 리메이크된 이번 버전은 어떤 기록을 남길지 벌써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엔딩 크레디트를 보다 보면 최근 세상을 떠난 스티븐 손드하임이 그리워진다. 눈물짓는 한국 관객들을 봤다면 얼마나 행복해했을까. 객석의 환호가 그의 마지막 가는 길에 보내는 찬사가 됐으면 좋겠다. 명복을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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