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두>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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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두> 1·2

입력 2021.12.10 14:34

수정 2021.12.13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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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희정 기록활동가

삶을 보는 방식 바꾸면 보게 될 새 세상

표지를 보자마자 반해버렸다. 이 이상하고 사랑스럽고 저항적이고도 유쾌한 데포르메라니. 한컷으로 아주 많은 걸 설명해내는 만화가는 흔치 않다. ‘국산 무농약 박재영’의 줄임말을 필명으로 쓰는 국무영 작가는 이름처럼 건조하고 때론 골치 아픈 세상을 유쾌하게 비틀어 능청스럽게 독자 앞에 내민다. 독자가 실실실 웃으며 책 속에 얼굴을 푹 담그고야 말게 한다. 이 책을 처음 읽은 날부터 12월을 기다렸다. 연말에 사람들이 ‘올해의 ○○’를 뽑기 한창일 때, 이 책을 꼭 올해의 만화로 추천하고 싶어서.

1의 표지 / 비룡소

<똥두> 1의 표지 / 비룡소

‘똥두’라는, 한번 들으면 꼭 기억에 남고야 말 제목은 주인공의 별명이다. 주인공의 이름은 동두희, 열다섯 살 중학생이다. 이름을 우스꽝스럽게 놀려먹는 건 10대에 자주 일어나는 일이다. 하지만 그래도 괜찮다는 뜻은 아니다. 같이 하하호호 웃어도 마음 한구석은 쓰린 일. 작가는 두희에게 왜 이런 어마무시한 별명을 안겼을까.

동두희의 이야기는 거대한 존재론적 질문으로 시작한다. “하늘은 왜 하늘이라고 부를까?”에서 “나는 왜 하필 나인 걸까?”로 정점을 찍는다. 두희가 이렇게 끝없이 왜를 묻는 건 ‘질풍노도의 시기’라서만은 아니다. 두희는 전투 중이다. 대상은 나를 미워하는 마음이다. 두희는 도무지 자기를 사랑할 수 없다. 학교는 지루하고 부모는 한심하거나 소리만 질러대고 얼굴은 “총체적 난국”이다. 자기혐오에 빠진 소녀가 주인공인 이야기는 낯설지 않다. 이 자기혐오의 정체를 무엇이라고 볼 것인가, 그 해결책을 어떻게 써나갈 것인가에 따라 주인공 앞에는 아주 다른 길들이 펼쳐질 것이다.

국무영 작가는 두희의 앞에 우선 2개의 사랑을 제시한다. 사랑할 수 없는 나를 사랑하는 것. 남자친구와 잘 사랑하는 것. 두희는 두 사랑에 대한 흔한 오해로 좌충우돌한다. 남자친구가 생기면 이 권태와 못마땅함으로 가득한 일상이 바뀔 것이라 여기지만, 두희의 기대는 배반된다. 두희의 삶이 제대로 흔들리는 건 부끄러운 자기 모습과 마주하면서다. 길에서 허름한 차림새로 동전 2개를 줍기 위해 화단을 뒤지는 아버지를 모른 체하고, 동네 슈퍼에서 천원을 더 거슬러 받은 것을 알고도 넘어간다. 내가 저지른 일이 부끄러운 일임을 깨달았을 때 두희의 앞에는 선택의 길이 열린다. 갈래 길에서 두희는 자신이 깨달은 만큼 책임을 지기로 결심한다.

삶에 무언가를 더할 때 새로운 삶이 열리는 것이 아니라 삶을, 세상을 보는 방식을 변화할 때 새로운 걸 볼 수 있다. 그 단순하고도 어려운 진리를 몸으로 체화하면서 두희를 둘러싼 세상이 이동한다. 두희가 발 디딘 공간이 바뀌진 않았지만, 맺는 관계가 달라진다. 같은 공간에서 두희는 완전히 새로운 세상을 보게 된다. ‘똥두’라고 놀림만 받던 이름이 예쁠 수도 있고,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뜻을 담을 수도 있다는 걸 알게 된다. 아니 누가 뭐라고 하던 내가 그 말들을 다르게 정의할 수 있다는 걸 깨닫게 된다. 그러나 ‘똥두’를 올해의 만화로 꼽고 싶은 건 주제의식 때문만은 아니다. 이것을 만화적으로 전달하는 방식에 위트와 재능이 넘친다. 꼭 책으로 봐야 한다. 여전히 만화에는 종이책으로 보지 않으면 느낄 수 없는 황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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