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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년

입력 2021.12.03 15:12

수정 2021.12.06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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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경숙 만화평론가

‘그’는 죽더라도 결코 잊히지 않을 것이다

강풀 작가의 웹툰 <26년>은 2006년 연재작이다. 작품 제목인 ‘26년’을 2006년부터 거슬러 올라가면 1980년이 된다. <26년>은 26년간 이어져온 1980년 5월, 광주 이야기다.

만화 의 표지 / 재미주의 제공

만화 <26년 1>의 표지 / 재미주의 제공

웹툰 <26년>의 주요 인물은 7명이다. 이들 중 4명은 5·18 민주화운동으로 가족을 잃은 유가족이고, 2명은 그날 광주에서 총을 쏜 계엄군 출신이다. 나머지 1명은 1980년 5월 광주의 총책임자다. 그러나 익히 알려졌듯, 그는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았고, 그 어떤 사과도 하지 않았다. 정작 그런 이는 평탄한 일상을 누리고 있는데, 1980년 5월 이후 나머지 6명의 삶은 크게 뒤흔들렸다. 시민을 향해 총을 쏜 계엄군도, 그 총에 가족을 잃은 사람들도 계속 트라우마에 시달린다. 수십년 전의 일이지만, 이들의 고통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각자의 트라우마와 죄책감, 고통과 분노에 응답하기 위해 이들은 연희동으로 향한다. 1980년 5월에 부모를 잃은 자녀들, 그날 시민을 죽이고 수십년을 죄책감에 묻혀 지낸 남자…. 이들이 연희동으로 가는 이유는 단 하나,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5·18 광주민주화운동의 책임을 묻기 위해서다.

이들이 연희동에서 맞닥뜨리는 건 ‘그 사람’뿐만이 아니다. 계엄군 출신 마상열도 연희동에 있다. 그는 계엄군으로 광주에 투입된 이후 끊임없이 트라우마에 시달리다가, 이윽고 각하를 모시기로 하고 그의 곁에 경호실장으로 머문다. 그날 계엄군으로 광주 시민에게 총을 쏘았던 마상열과 김갑세는 서로 정반대의 선택을 하고 연희동에 왔다. 김갑세는 자신의 죄책감을 받아들이고 광주 시민에게 사죄하기 위해 평생을 살았다면, 마상열은 죄책감을 마음속에서 아예 도려내 버리고 광주에서 총을 쏜 자신이 옳았음을 증명받고자 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어떻게 살아왔든, 이들에겐 또다시 선택지가 주어진다. 용서를 구할 것인가, 아니면 외면할 것인가. 생명이 붙어 있는 한 이들의 선택은 계속 이어진다.

작중에서도, 현실에서도 정작 누구보다 용서를 구해야 할 이는 끝까지 사죄하지 않는다. 그에게는 1980년 5월 광주가 그저 수십년 전 과거의 일일지 모르지만, 어떤 이들에게 그 시간은 여전히 생생한 현실의 고통이다. 11월 23일 전두환이 사망한 날, 계엄군이 쏜 총에 맞아 하반신이 마비된 이광영씨도 영면에 들었다. 그의 유서에는 “5·18을 다 묻고 간다”고 쓰여 있었다 한다. 26년을 지나 41년이 흐른 지금까지 여전히 5·18을 겪는 이들은 수없이 많은데도, 정작 책임자는 이들에게 사과 한마디 하지 않고 세상을 떠났다.

이들이 반성 없이 죽음을 맞았다 해도, 남아 있는 이들은 절대 절망하지 않는다. 전두환이 사망한 날, 5·18기념재단 등 5·18 관련 시민사회단체는 함께 성명을 냈다. “죽음으로 진실을 묻을 수 없다. 전두환은 죽더라도 5·18 진실은 사라지지 않는다.” 웹툰 <26년>도 5·18 민주화운동을 알리려는 듯, 전편 무료 전환했다. 그러니 그는 죽더라도 결코 잊히지 않을 것이다. 사라지지 않는 진실처럼, 그에게도 사라질 권한은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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