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는 지금 어느 때보다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이 변화를 호흡하는 것은 어제와 내일을 품고 비워야 채우는 순환원리 속에서 살아가는 현재의 시간일 것이다. 코로나19로 지친 몸과 마음의 순환을 위해 충북 청주에서는 삶과 예술이 교차하는 생태적 순환을 위한 전시가 풍성하게 열리고 있다. 수도권이 아니면 인구가 늘어나기 힘든 인구감소 시대에 청주는 이례적으로 상승곡선을 그리는 도시다.
청주 대청호미술관과 대청호 일대에서 열리고 있는 전시 ‘물과 바람의 시간’과 ‘떠오르는 섬’ / 김옥렬 대표 제공
이 도시에선 미술 지형도 역시 확장되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오픈 수장고)과 시립미술관, 대청호미술관이 있고, 청년작가를 위한 창작스튜디오와 자생적인 대안공간이 있다. 올해 10월 중순 공예비엔날레가 마무리되자 11월 청주시립미술관에서는 개관 5주년과 오창 방사광가속기 유치를 기념해 ‘빛으로 그리는 신세계’전이 진행 중이다. 대청호미술관은 실내·야외미술품 전시로 문을 열었다.
코로나19로 피로해진 몸과 마음이 먼저 향한 곳, 대청호미술관은 ‘물과 바람의 시간’과 ‘떠오르는 섬’을 주제로 각각 미술관 안과 야외에서 생태적 순환을 시각화한 전시를 선보인다. 도시와 자연, 몸과 마음의 생태적 순환의 장을 여는 미술관 안으로 들어서면 입구에서부터 대청호의 흔적과 기억 속 숨겨진 자국들의 기록을 영상과 입체로 표현한 김소산의 설치작품이 맞이한다. 김준기, 김재연, 김유정은 인간 중심적 사고에서 벗어나 인간과 자연 간의 관계를 상징적 오브제와 이미지로 설정해 선보인다. 권효정, 박형진은 생명의 근원인 물의 흐름과 그 흐름이 정지될 때 생기는 흔적과 시간을 보여준다. 3층에 전시된 서소형의 영상과 신호음 사이를 걷다가 서면 그 신호음이 자연과 인공을 연결하는 울림이 된다.
야외전시로 연결되는 ‘대청호 환경미술 프로젝트’는 대청호의 자연환경과 역사를 배경으로 환경문제라는 동시대 이슈를 조망한다. 이를 주제로 한 ‘떠오르는 섬’은 댐을 만들면서 물속에 잠겼던 지역의 문화재를 옮겨놓은 문의문화재단지에 삶의 흔적과 함께 호흡하며 대청호 아래 잠겨 있던 기억과 시간을 현재로 소환한다.
강현덕은 대청호가 가뭄을 맞아 드러낸 잔재를 모티브로, 수몰되면서 가라앉은 옛 집터를 분홍빛 파라핀 블록을 쌓아 문의 문산관(文山館) 앞으로 소환한다. 이종국은 대청호 주변에서 직접 채취한 대나무를 엮어 아이들이 자연과 교감하고 놀이를 할 수 있는 작은 생태계를 만들고, 이홍원은 두루봉동굴의 구석기 문화, 양성산과 샘봉산, 대청호 생태 등 자연과 인간이 함께해온 긴 시간을 ‘돛’의 형태로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조은필은 자연석과 돌탑을 파란 천으로 감싸 인위적으로 부여된 사물의 역할과 기능을 벗겨내고 본연의 존재로서의 새로운 숨결을 불어넣는다. 차재영은 대청호 수질 정화를 위해 조성된 7개의 인공 수초섬 중 네 번째 수초재배 섬을 천으로 감쌌다. 녹조 개선을 위해 조성된 수초섬의 기능과 결합해 인간이 간직한 순수한 내면을 치유한다. 최규락은 피고 지기를 반복하는 꽃 형상으로 상흔 아래 가라앉은 그리움을 손뜨개 수세미로 재현했다.
환경생태가 자연과 도시의 몸이라면, 감성생태는 자연과 도시의 마음이라 생각한다. 이 몸과 마음의 생태적 순환이 필요한 지금, 청주에서 열리는 두 전시는 자연과 인간, 삶과 예술이 순환하는 역동적인 전시로 자연과 감성의 생태적 순환을 체험하는 장이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