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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빅데이터가 야생동물을 지킨다고?

입력 2021.11.22 13:37

수정 2021.11.22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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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정호 명지대 특임교수

코로나19 이후 가장 주목할 만한 산업적 변화를 꼽으라면 단연코 ‘환경보호’와 ‘디지털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을 들 수 있다. 코로나19가 환경보호의 중요성을 인식시키는 계기가 됐고,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한 방법으로 온라인, 비대면 서비스 등 디지털 전환이 대두됐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또 한가지 흥미로운 현상은 환경보호를 위한 새로운 방법론으로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 디지털 첨단 기술이 활용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일러스트 김상민 기자

일러스트 김상민 기자

사실 인류는 그간 우리가 보호해야 할 대상조차 정확히 파악하지 못했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생물종이 정확히 얼마인지조차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현재 학계에서 지구상에 존재하는 생물종으로 확인된 숫자는 150만종 정도다. 하지만 이러한 수치는 지구상에 존재하는 전체 생물종의 10~20%에 불과하다. 즉 우리 인류는 아직 지구상에 존재하는 대다수 생물종을 발견하지 못했고, 1000만~2000만종의 생물종은 인지조차 못 했으며, 매년 14만종의 생물이 지구상에서 멸종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설사 우리가 이미 인지하고 있는 생물종이라 하더라도 정확한 개체수, 서식지 환경 변화, 이동 경로 등에 대한 정보가 부재해 좀처럼 효과적인 보호 조치를 취하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생물종 보호 돕는 첨단 기술들

그러나 최근 급격히 발달하고 있는 데이터 처리 및 인공지능 기술 등에 힘입어 생물종 보호에서도 급격한 전기가 마련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런던동물학회(ZSL)와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원격감지를 위한 공동연구를 꼽을 수 있다. ZSL과 NASA는 고해상도 위성사진과 데이터 분석기술을 결합해 인간의 활동이 생물종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초고화질(VHR) 위성사진 기술은 개별 동물들을 구분할 수 있을 만큼 상세한 사진 촬영이 가능한 단계에 이르렀다. 이로 인해 우주에서 위성사진을 통해 특정 위치에 특정 동물의 개체 수 및 이동 패턴 등 상황 변화를 면밀히 확인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지상에 설치된 사물인터넷(IoT) 기반의 카메라와 무인 드론 촬영사진을 함께 활용할 경우 개별 개체단위로의 관리가 가능하게 만들어주고 있다.

야생동물을 보호하기 위해 포획 후 몸에 센서를 부착하는 작업도 점차 불필요해지고 있다. 그간 개체수가 아주 적은 야생동물의 경우에는 개별적으로 포획한 뒤 몸에 센서를 부착해 관리하는 방식을 활용해왔다. 하지만 미국 비영리단체인 와일드미(Wild Me)에서는 기계 학습과 AI를 사용한 ‘와일드북(Wildbook)’이라는 툴을 개발해 야생동물을 개별적으로 식별하고 있다. 와일드미는 얼룩말은 서로 다른 줄무늬 패턴을 가지고 있고, 고래도 지느러미 곡선 각도가 저마다 다르며, 코끼리 역시 귀의 모양이 저마다 다르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이에 와일드미에서는 여러 야생동물의 사진을 데이터로 분석한 뒤 개별 개체를 구분할 수 있는 인공지능 기술을 개발한 것이다. 실제 이들이 보유한 기술을 활용할 경우 1만마리의 얼룩말 사진 중에서 2분 만에 그중 특별한 얼룩말을 찾아낼 수 있다고 한다.

야생동물 보호를 위해 앞으로는 빅데이터 기술, 드론, 고해상도 위성 등 첨단기술이 동원될 것으로 보인다. / pixabay

야생동물 보호를 위해 앞으로는 빅데이터 기술, 드론, 고해상도 위성 등 첨단기술이 동원될 것으로 보인다. / pixabay

비용과 위험을 줄여주는 기술

하버드대 컴퓨터과학과 교수인 밀린드 탐베(Milind Tambe) 박사는 빅데이터 분석을 활용해 야생동물 밀렵 방지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야생동물 안전 조수(Protection Assistant for Wildlife)기술로 명명된 이 프로그램은 과거 밀렵이 행해진 상황을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확인하고, 미래의 습격 지점에 대해 정확한 예측치를 제공해준다. 이러한 자료는 야생동물을 보호하려는 조치가 어느 지역을 중심으로 전개돼야 하는지를 판단해주며, 실제 보호에 투여되는 장비 역시 적외선 카메라가 부착된 드론 등 최첨단 장비가 활용된다.

동식물을 보호하는 데도 상당한 비용이 든다. 관련 전문가 투입, 현장 감시요원 배치, 동식물 보호를 위한 시설물 구축 비용 등이 투여돼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희귀 생물종이 대거 서식하고 있는 아프리카, 중남미 개도국들의 경우에는 이러한 생물종을 보호하기 위한 비용 지불 능력이 부재한 실정이며, 심지어 부족한 국가 재정을 확보하기 위해 생물종을 더욱 멸종에 이르게 하기도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앞서 열거한 일련의 신기술을 활용한 생물종 보호 방법은 생물종 보호에 투여되는 비용을 줄여줌으로써 생물종 보호의 효과성을 높이고 있다. 뿐만 아니라 야생 동식물을 보호하는 데는 많은 동물학자 내지 관련 전문가가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이러한 원격 감시 및 기술을 활용한 보호 체계들은 위험 감소 효과마저 가져다준다.

우리 인류의 삶의 편리함과 풍족함을 위해 개발되기 시작한 최첨단 기술을 인간 이외의 생물종 보존을 위해 적극 활용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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