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화의 뜨거웠던 연기인생 5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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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화의 뜨거웠던 연기인생 50년

입력 2021.11.05 14:48

수정 2021.11.10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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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주연 연극평론가

1980년대에서 2000년대 초반에 이르기까지 윤석화라는 이름 석 자는 한 배우의 이름을 넘어 한 시대의 연극과 무대를 대표하는 아이콘이었다. 1983년 윤석화가 직접 번역하고 주역을 맡은 연극 <신의 아그네스>는 연장에 연장을 거듭하며 10만 관객의 신화를 만들었고, 1992년 출연한 모노드라마 <딸에게 보내는 편지>는 소극장 산울림 주변이 온통 표를 구하려는 사람들로 마비됐다는 전설을 낳았다. 이후에도 <덕혜옹주>, <나, 김수임>, <마스터 클래스> 등 연극계 화제작을 연달아 선보이며 윤석화는 명실공히 한국 연극을 대표하는 간판스타로 자리매김했다. 최근에는 무대보다 TV나 스크린에서 더 자주 만날 수 있는 얼굴이 됐고, 때로는 연출가나 제작자로 무대 뒤에서 더 많은 활약을 펼치고 있지만, 1975년 연극 <꿀맛>으로 데뷔한 이래 반세기에 가까운 시간 동안 윤석화가 가장 사랑하고 가장 오랫동안 지켜왔던 곳은 연극 무대였다.

연극  / 산울림 소극장

연극 <윤석화 아카이브 자화상> / 산울림 소극장

얼마 전 막을 올린 <윤석화 아카이브 자화상>은 연기 인생 50주년을 앞둔 배우 윤석화가 자신의 무대와 인생을 되돌아보기 위해 마련한 ‘윤석화 아카이브’ 시리즈의 첫 번째 공연이다. 제목 그대로 무대를 캔버스 삼아 그려내는 한 배우의 자화상을 콘셉트로 하고 있다. 총 3부작으로 기획된 이 시리즈의 첫 무대는 윤석화에게 친정 혹은 고향과도 같은 소극장 산울림에서 시작됐다. 50년간 수많은 무대 위에서 울고 웃었지만, 그중에서도 서울 서교동 한구석에 자리 잡은 소극장 산울림은 윤석화에게 남다른 인연과 소중한 추억을 남긴 공간이라 할 수 있다. 인생의 대표작을 이곳에서 선보였고, 평생의 스승이자 연극 동지인 연출가 임영웅을 여기서 만났으며, 그가 만들어낸 수많은 전설이 바로 이 무대에서 시작됐으니 말이다.

이번 공연에서 윤석화는 산울림 소극장에서 공연된 자신의 대표작 중 남다른 의미를 지닌 연극 3편을 골랐다. 그가 처음으로 산울림 무대와 인연을 맺게 된 <하나를 위한 이중주>, 임영웅 연출과의 첫 작품인 <목소리> 그리고 장기 공연의 신화를 이끌어낸 <딸에게 보내는 편지>다. 원래 모노드라마 형식인 <목소리>와 <딸에게 보내는 편지>뿐만 아니라 이인극인 <하나를 위한 이중주>마저 김상중의 목소리 녹음에 맞춰 오롯이 혼자 힘으로 무대 위 공간과 시간을 감당해낸다. 사실 공연 전체를 홀로 이끌어야 하는 일인극은 배우에게는 상당히 까다로운 도전인데, 한편으론 바로 이런 점 때문에 배우 윤석화의 강한 에너지와 무대 카리스마가 매우 선명하게 드러나기도 한다.

공연 내내 혼자 울고 웃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속삭이는가 하면 거침없는 에너지로 노래를 부르는 그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누구보다 뜨겁게 산 한 배우의 50년 세월이 무대 위에 겹겹의 기억으로 펼쳐지는 듯한 인상을 받는다. 어느 극장보다 무대와 객석의 거리가 가까운 소극장 산울림이다 보니 관객 역시 그 뜨거웠던 세월의 한복판으로 돌아간 듯한 느낌마저 든다. 세 작품은 모두 1980년대 후반에서 90년대 초반에 소개된 공연들로, 소극장 산울림과 배우 윤석화의 청년시절을 담아낸 작품들이다. 공연과 함께 극장 2층 아틀리에에서는 소극장 산울림의 52년 역사를 담은 아카이빙 전시도 함께 열리고 있어 그 시절을 함께한 관객들에게 빛바랜 흑백 사진처럼 아련한 추억을 선사해준다. 11월 21일까지, 소극장 산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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