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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애의 아이

입력 2021.10.15 13:51

수정 2021.10.18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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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경숙 만화 평론가

만화 밖 아이돌도 가혹한 세상에 산다

“언젠가 거짓말이 진실이 되기를 바라면서, 노력하고 애쓰면서 전력으로 거짓말을 해왔어. 내게 있어서 거짓말은 사랑. 내 나름의 방식으로 사랑을 전해온 거야.” 이 대사의 주인공은 만화 <최애의 아이>의 ‘호시노 아이’다. 그는 ‘B코마치’라는 걸그룹의 센터를 맡고 있다. B코마치는 작은 기획사에서 시작해 고전을 면치 못했지만, 호시노 아이의 천부적인 재능과 필사적인 노력을 통해 눈에 띄게 성장한다.

(아카사카 아카 글·요코야리 멘고 그림)의 표지 / 대원씨아이

<최애의 아이 1>(아카사카 아카 글·요코야리 멘고 그림)의 표지 / 대원씨아이

호시노 아이에게는 비밀이 하나 있다. 바로 쌍둥이를 낳아 함께 살고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이 아이들마저 평범하지는 않다. 아이들은 전생에 호시노 아이의 팬이었는데, 각각 죽고 난 뒤 그들의 ‘최애’였던 호시노 아이의 아기로 환생했다. 쌍둥이의 아버지는 아직 작품에 드러나지 않았고, 호시노 아이가 홀로 아이를 낳아 기르고 있다. 연습과 무대, 방송 등 아이돌 활동으로 스케줄이 바쁠 때는 기획사 사장 부부가 이들 쌍둥이를 살뜰히 보살펴주곤 한다. 작은 기획사의 지하 아이돌로 시작했지만, 호시노 아이는 눈에 띄는 재능을 선보이며 무대에서 영화, 라디오, 예능 프로그램 등으로 활동 반경을 점차 넓혀간다. 성공가도를 걷는 아이돌일수록 숨겨둔 아이들이 들킬까 걱정하게 마련인데, 호시노 아이에겐 그런 불안이 전혀 없다. 오히려 아이돌로서도,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도 태연하게 행복한 일상을 영위한다.

그러나 꿈에 그리던 돔 공연이 있던 날, 호시노 아이는 참혹한 죽음을 맞는다. 그가 아이를 낳았다는 사실을 안 사생팬이 집으로 찾아와 칼로 찌른 것이다. 아이를 낳은 것은 팬에 대한 배신이라며 소리 지르는 가해자를 바라보며, 호시노 아이는 상처를 움켜쥐고 독백한다. “세상은 그렇게 보겠지. 하지만 아이돌도 살아 있는 인간이다. 자신의 행복을 추구하면 안 돼?”

호시노 아이의 죽음은 작품의 전개가 본격화되는 시발점이다. 어머니의 죽음을 겪은 쌍둥이는 장성해 다시 연예계에 발을 들인다. 한명은 살인을 사주한 진짜 범인을 찾으려 하고, 다른 한명은 오랫동안 롤모델인 어머니의 뒤를 따르려 한다. 아이돌이었기 때문에 비극을 맞이했던 이들이 다시 아이돌이 되는 과정을 지켜보며 독자들은 아이돌을 향해 쏟아지는 비틀린 욕망을 맞닥뜨린다. 작품 속에 등장하는 청소년 방송인들은 악의적인 편집과 악성 댓글에 괴로워하지만, 그 안에서 서로를 돕고 연대하며 어떻게든 분투해 나간다.

팬이 ‘최애’ 아이돌의 아이로 환생한다는 설정은 다소 황당하지만, 이 작품이 전하는 메시지는 절대 가볍지 않다. 우리 사회도 비슷한 방식으로 많은 이를 잃었기 때문이다. 10월 14일은 설리가 떠난 지 만 2년 되는 날이었다. 설리의 죽음 이후 악플을 방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떠들썩했지만, 정작 관련 법령은 하나도 통과되지 못했다. 악성댓글은 포털의 뉴스난에만 있는 게 아니라 그를 사랑한다는 팬덤 안에도 있다. 팬이라는 이름으로 아이돌에게 시도 때도 없이 가혹한 잣대를 들이대 폄하하고 깎아내리는 행동은 과연 ‘사랑’인가? 아이돌은 왜 거짓말해서는 안 되는가? ‘진정성’은 어째서 아이돌의 덕목이 됐나.

<최애의 아이>는 유달리 가혹한 아이돌의 세계를 섬세하게 조명하며, 이 안의 폭력을 낱낱이 파헤친다. 왜 우리 사회에서 아이돌은 자꾸만 죽는 걸까? 어쩌면 그 답을 <최애의 아이>에서 엿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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