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5~6월 한국토지주택공사(LH) 혁신안이 나왔다가 비판을 받고 다시 잠잠해졌다. 그 혁신안에는 문제가 된 개발정보의 비밀유지방안은 없고, 공공임대주택 등 주거복지사업을 하는 지주회사와 토지개발·주택 건축사업을 하는 자회사, 도시재생사업과 주택관리 등 사업을 하는 자회사 1~2개사를 설립하는 방안이 있었다. 기존의 토지·주택 공급방식만 더 공고히 만들 뿐인 방안이라 실망스러웠다.
경기 과천시 과천동 토지에 LH를 규탄하는 현수막이 부착되어 있다. / 권도현 기자
LH는 농지 등 개발이 제한된 토지를 시가지로 개발해 막대한 이익을 얻고, 특히 상업용지를 경쟁입찰 또는 경매로 공급하는데 그 낙찰가가 높아 항상 뉴스거리가 될 정도다. LH가 분양하는 주택가격도 저렴하지 않다. 싱가포르의 공공주택처럼 국민에게 부담되지 않는 수준이면 좋으련만. 현재 LH는 이러한 ‘땅장사’와 ‘집장사’의 명분을 ‘주거복지’, 즉 임대주택 공급을 위한 것이라며 정당화해왔다. 이러한 기본 사업구조를 그대로 두고 회사분할만 하는 혁신안은 지주회사의 ‘주거복지’를 명분으로 자회사들이 집값·땅값을 계속 올리는 것을 용인하는 시스템이 유지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만약 정부가 정말로 땅값과 집값을 안정시키고 싶다면, LH의 혁신안은 토지공급방식과 주택공급방식의 완전한 전환을 전제로 하는 것이어야 한다.
현재 LH가 가진 개발특권을 이용해 국가가 지출할 ‘주거복지’ 비용을 줄이고 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에 배당까지 주는 시스템은 홍콩과 유사하다. 홍콩도 세금이 적은 대신 개발 가능 토지를 입찰로 고가에 팔아 재정을 충당한다. 그리고 이러한 구조적 토지비 상승은 그대로 집값에 반영된다. 이런 식의 정책이 계속된다면 사진에서 보던 홍콩의 열악한 주택이 우리의 현실이 될지 모른다.
새로운 토지공급방식을 50~100년 정도의 장기임대방식으로 전환하는 것을 제안한다. 토지를 사유화하면서 규제와 세금으로 투기를 막겠다는 것은 난센스이기 때문에 토지의 시세차익을 사기업이 사유화하지 못하게 하자는 것이다. 이로써 장수명 주택의 건설을 유도·촉진할 수 있을 것이고, 가격 상승 없이 안정적인 토지공급이 가능해질 것이다. LH의 재정압박은 토지개발비용을 충당할 수 있을 정도의 토지임대료를 선불로 받으면 해결될 것이다.
한편 주택공급방식은 유럽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영국, 독일처럼 국가 보유 공공임대주택을 대량 매각해 전체 주택 대비 공공임대주택 비율이 20%대에 불과한 나라는 세계적으로 ‘돈을 푸는 시기’에 집값 앙등을 피할 수 없었다. 반면 위 비율이 40%대를 유지한 오스트리아 등은 집값 상승이 심하지 않았다. 우리의 경우 8% 정도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우리의 주택정책 목표는 공공임대주택 비율을 높이는 것이어야 한다. 주택 소유 욕구를 충족시키려 분양물량을 늘려도 집을 사던 사람만 사기에 자가보유율은 좀처럼 높아지지 않는다. 집이 없고, 살 계획도 없는 국민은 항상 50% 전후였고, 이들에게 정글 같은 시장보다는 공공임대주택이 더 나은 대안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그 재원조달을 이미 LH에서 활용 중인 릿츠(REITs)에 의할 경우 증세 없는 ‘주거복지’도 가능할 것이다.
새로운 LH 혁신안이 이러한 토지 및 주택 공급방식의 전환을 반영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