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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코어를 찾아서

입력 2021.07.12 15:15

수정 2021.07.13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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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서영 기자

운동이란 바로 오토바이와 같은 엔진이 돼줄 수 있다. 고생해가며 기른 근육이 나를 더 먼 곳으로 자유롭게 데려다주리라 믿는다.

코미디언 김민경씨가 에서 사격 자세를 보여주고 있다. /  캡처

코미디언 김민경씨가 <오늘부터 운동뚱>에서 사격 자세를 보여주고 있다. / <오늘부터 운동뚱> 캡처

“스스로 불러온 재앙에 짓눌려….” 최근 필라테스 수업을 받고 SNS에 올린 글이다. 필라테스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은 7개월 만에 겨우 시작은 했지만 코어 근육이 부족하다 보니 쉽지 않다. 그동안 바쁘게 살며 엉망이 된 목과 어깨, 허리에 대한 업보를 톡톡히 치르고 있다. 배를 납작하게 만들며 숨을 내뱉고, 척추 마디 하나하나를 둥글게 해가며 몸을 눕히고 일으키는 것 어느 하나 쉽지 않다. 지난 30년간의 방치가 이날의 고난을 불러일으켰단 점에서 나 자신이 초래한 난국이라고 부르기에 손색이 없다.

한켠에선 약간의 억울함도 들었다. 그냥 엉덩이 붙이고 앉아 공부하고 열심히 일했을 뿐인데 몸이 왜 이렇게 된 거야 대체. 무엇보다 그동안은 대체 왜 운동을 안 했던 것일까. 가장 아쉬운 부분은 여중·여고를 다니던 청소년 시절 나를 포함한 여자애들도 운동을 자연스럽게 즐기는 문화가 있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것이다. 여학생도 공을, 라켓을, 축구화를 더 많이 접할 기회가 있었더라면. 운동 안 한 주제에 남 탓한다고 할 수도 있지만 사실 여학생의 운동 부족은 전 세계적인 트렌드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2016년 기준 한국 청소년의 운동 부족 비율은 여학생(97.2%)이 남학생(91.4%)보다 높았다. 조사대상 국가 전체로 봐도 운동 부족은 여학생(84.7%)과 남학생(77.6%) 사이 격차가 있다.

여학생들이 운동을 꺼리는 가장 주요한 요인은 육체를 미용의 관점이 아닌 기능적 도구로 바라보는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학창시절을 돌아보면 ‘살 탄다’, ‘다리에 알 생긴다’, ‘기미 생긴다’고 운동을 기피하던 친구들이 생각난다. 요즘도 마찬가지다. “수영하면 어깨 넓어지나요”란 질문을 남성은 신체를 이상적으로 가꾸는 맥락, 즉 ‘어깨를 넓어지게 하고 싶다’는 의미에서 하고 여성은 ‘어깨 넓어지면 안 되는데’란 고민 때문에 한다. 나조차 이런 걱정에서 자유롭지 않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방송 프로그램이 운동하는 여자들을 많이 비추는 건 좋은 일이다. <오늘부터 운동뚱>, <노는언니>, <골 때리는 그녀들>에는 다양한 체격을 가진 여성들이 나와 스포츠를 즐긴다. ‘운동뚱’의 코미디언 김민경씨는 자타공인 ‘코어 부자’로, 축구, 사격 등 어떤 종목에 갖다 놔도 놀라운 학습력을 발휘한다. 그런 그를 두고 “알고 보면 기억이 사라진 특수요원 아니냐”는 우스개까지 나온다. <골 때리는 그녀들>에 출연 중인 코미디언 신봉선씨도 “왜 이 좋은 걸(축구) 여자아이들은 안 했는지 모르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들이 공을 두고 다투고, 한동작이라도 더 하려고 땀 흘리는 모습을 보자면 운동 생각이 절로 든다.

베트남에서 10개월가량 유학할 때, 어린 여학생들도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는 모습을 흔히 접했다. 가끔 그 친구들이 모는 오토바이 뒷좌석에 오르자면 한밤중에도 하노이 시내에 가지 못할 곳이 없었다. 이동에 대한 심리적·물리적 장벽이 없다 보니 차 마시던 장소에서 15㎞ 떨어진 곳으로도 훌쩍 밥을 먹으러 갔다. 그렇게 오토바이를 두발 삼아 달릴 때의 해방감이 아직도 생생하다. 운동이란 바로 이 오토바이와 같은 엔진이 돼줄 수 있다. 고생해가며 기른 근육이 나를 더 먼 곳으로 자유롭게 데려다주리라 믿는다.

‘꼬다리’는 어떤 이야기나 사건의 실마리를 말하는 꼬투리의 방언이다. 10년차 이하 경향신문 기자들이 겪은 일상의 단상을 전한다. ‘꼬’인 내 마음 ‘다’ 내보이‘리’라는 의미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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