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 위도우-페미니즘으로 중무장한, 마블영화의 ‘중독성’



주간경향

공유하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X

  • 이메일

보기 설정

글자 크기

  • 보통

  • 크게

  • 아주 크게

컬러 모드

  • 라이트

  • 다크

  • 베이지

  • 그린

컬러 모드

  • 라이트

  • 다크

  • 베이지

  • 그린

블랙 위도우-페미니즘으로 중무장한, 마블영화의 ‘중독성’

입력 2021.06.25 16:20

수정 2021.06.28 16:35

펼치기/접기
  • 정용인 기자
영화는 미투운동 이래 할리우드를 휩쓸고 있는 강력한 패션인 페미니즘으로 무장하고 있다.


제목 블랙 위도우(Black Widow)

제작연도 2020

제작국 미국

상영시간 134분

장르 액션, 모험, SF

감독 케이트 쇼트랜드

출연 스칼렛 요한슨, 플로렌스 퓨, 레이첼 와이즈, 데이비드 하버

개봉 7월 7일 오후 5시 전 세계 동시

관람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보기 좋게 빗나갔다. 난무한 예상은 다 틀렸다. 마블 코믹스의 슈퍼 빌런 태스크마스터. <앤트맨과 와스프>(2018)에서 메인 빌런으로 나올 뻔하다가 ‘고스트’에 밀려 ‘페이즈 4’의 첫 영화 <블랙 위도우>의 메인 빌런으로 등장한다고 알려졌을 때 모든 사람이 예측한 것은 남성캐릭터였다. 사전에 공개된 예고편에서도 철저히 감춰졌다. 하긴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의 ‘페이스 4’가 시작될 때 미투의 영향을 받았다는 제작진 측의 인터뷰가 있었으니 충분히 예측 가능했다. <앤트맨과 와스프>의 빌런 ‘고스트’도 생각해보니 여성이다.

마블영화를 제대로 즐기려면

시사회장에서 오랜 지기인 한국 영화제작자이자 영화학과 교수를 만났다. 그는 기자가 쓰는 휴대폰을 바라보며 퀴즈를 냈다. “마블영화와 아이폰의 공통점은 뭐라고 생각하시나?” 답은 자신들이 만들어낸 생태계 내에 사람들을 붙잡아둔다는 것이다. 떠날 수 없다. 아이폰을 쓰다 보면 안드로이드폰으로 갈아타기 어렵다. 마블영화 시리즈 구석구석에 감춰놓은 디테일을 알아채려면 마블영화들을 또 봐야 한다. 시리즈의 새로운 작품이 개봉하면 정교하게 구축된 이전 세계와 정합을 따지면서 영화를 봐야 한다. 보는 입장에 따라 피곤할 일이다.

예를 든다면 블랙 위도우, 나타샤 로마노프가 미국 오하이주에 있을 때 엄마 멜리나가 부엌에 헤비메탈그룹 아이언 메이든 포스터를 걸어놓은 의미를 굳이 주목할 필요가 있나. 앞으로 영화가 정식개봉을 하면 팬들이 깨알 같은 트리비아로 적을 이야기겠지만 간단히 답하자면 코믹스에서 멜리나의 다른 이름이 아이언 메이든(Iron Maiden)이었기 때문이다.

어쨌든 영화의 주인공은 블랙 위도우다. 어벤져스의 분열,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 이후 쉴드를 피해 종적을 감추며 블랙 위도우는 “당신들은 원래 내 과거 이력을 모르고 있다”라고 말한다. 단독영화 전 제대로 설명된 적 없다. 어벤져스의 멤버가 되기 전 그는 소련 KGB 소속의 스파이였다. 주로 주요요인 암살과 같은 전 세계에서 비밀리에 수행되는 공작을 위해 만들어진 인간병기였다. 그리고 그를 만들어낸 비밀조직이 레드룸이었고.

영화는 1995년 오하이오주 시골의 평범해 보이는 가족 일화로 시작한다. 어느 날 퇴근한 아버지는 “오늘 집으로 가야 한다”라고 말한 뒤 급히 짐을 챙긴다. 헛간 속에는 경비행기가 있고, 쉴드의 추격팀이 아버지를 쫓는다. 과학자로 위장해 비밀정보를 캐내던 아버지는 ‘알고 보니’ 알렉세이 쇼스타코프, 미국의 캡틴 아메리카에 맞서 소련이 만들어낸 레드 가디언이었다. 가만 소련이라고? 1995년이면 이미 사라진 제국 아니던가. 영화는 시대적 배경에 맞서 소련 대신 러시아를 상정한다. 어쨌든 그들의 행선지는 쿠바다. 이 가족은 진짜 가족이 아니었다. 어린 옐레나는 버림받은 소녀였다. 나타샤는 강제납치됐는데 레드룸은 딸을 찾아온 나타샤의 엄마를 죽이고 묘비도 없이 시체를 처리하는 잔학성을 보였다.

할리우드 휩쓴 페미니즘 열풍

소련, 아니 러시아의 비밀조직 레드룸은 전 세계에서 버림받은 소녀들, 고아들을 끌어모아 비밀인간병기 위도우를 만들어낸다. 이들은 세뇌돼 레드룸의 지시에 따라 움직이는 꼭두각시다. 성인이 된 멜리나도 이런 인간 전투병기로 작전에 투입되는데, 해독제를 넘기고 죽은 동료 덕분에 깨어나게 된다. 위도우들의 각성 내지 반란. 진짜 언니는 아니었지만 블랙 위도우에게 전달된 우편물에 해독제가 몰래 숨겨진 바람에 블랙 위도우는 베일 속의 강적 태스크마스터와 첫 조우한다.

페이스 4의 첫 영화가 여성 비초인 캐릭터인 블랙 위도우라고 예고했을 때 어느 정도 예상됐다. 영화는 미투운동 이래 할리우드를 휩쓸고 있는 강력한 패션인 페미니즘으로 무장하고 있다. 여성의, 여성에 의한, 여성을 위한 영화. 마초히어로(레드 가디언)가 안 나오는 것은 아니지만 20년 넘게 감옥에 갇혀 있던 그는 뱃살이 늘어져 자신의 슈트를 입는 것조차 힘겨워한다. 주인공과 메인 빌런, 주요캐릭터가 모두 여성이지만 강박적으로 정치적 올바름에 집착하며 루즈해진 다른 최근 페미니즘 히어로물(예를 들어 넷플릭스 오리지널로 2021년 공개된 <썬더 포스>)처럼 망가지지는 않아 다행이다. 마블영화답게, 자막이 다 올라간 뒤 붙어 있는 쿠키영상이 있다.

기대되는 올해 마블유니버스 페이스 4 영화들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원래 <블랙 위도우>는 지난해 4월 30일(북미는 5월 1일) 개봉예정이었다. 거의 1년 넘게 개봉이 미뤄진 것은 영화의 완성보다 코로나19 때문이었다. 개봉 연기 소식은 대충 세 번 정도 들었던 것 같다. 당초 지난해 11월 개봉이라고 하다가 올 5월 개봉이 확정적인 줄 알았는데, 최종적으로 7월 7일 개봉한다. 페이스 1부터 3편까지 관통하는 핵심 이야기는 인피니티 스톤을 둘러싼 이야기였다. 이때까지 최종 보스는 장갑에 낄 보석 모으기에 집착한 타노스였고.

시사회장에서는 영화의 시작에 앞서 페이스 4의 다음편인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 예고편을 틀어줬는데 개봉예정이 11월이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이터널스 단독영화 <이터널스>가 앞의 <샹치…>와 동시 개봉하고, 스파이더맨 3편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까지 올해 개봉하도록 돼 있다. 지금 개봉 지연으로 보면 여차하면 <샹치…>나 <이터널스>도 올해를 넘기게 될지도 모르겠다.

이중 국내 팬들의 관심이 집중되는 영화는 아무래도 한국계 미국인 배우(이지만, 주로 한국에서 활동하는) 마동석이 출연하는 <이터널스>다. 그는 이 영화에서 길가메시 역으로 출연하는데, 대충 <이터널스>판 헐크라고 보면 된다. 헐크와의 차이는 차용한 고대신화에서도 보이듯이 인간이 아니라 신이라는 점. 역시 <샹치…>의 예고편과 함께 <이터널스>의 티저 예고편도 시사회장에서 상영됐는데 우리에게도 꽤 친숙한 팝송 ‘The End of the World’가 흐르는 가운데 다른 히어로들과 함께 마동석이 해변에 서 있는 장면으로 마무리된다(사진). 유튜브에 공개된 티저 예고편을 보면 이들의 회식 장면에서 “캡틴 아메리카와 아이언맨이 떠났으니 이제 누가 어벤져스를 이끌지?” 하고 묻고 답하는 장면이 추가돼 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