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반그륩이 5월 25일 서울시 서초구 우면동 호반파크2관에서 대한전선 인수 공표 행사를 열고 있다. / 호반그룹 제공
투자자들은 부채의 야누스적인 의미를 가끔 놓칠 때가 많습니다. 부채는 회사가 빌린 ‘남의 돈’입니다. 투자자의 투자금은 회사 입장에서 자본, 즉 부채의 상대 개념인 ‘회삿돈’입니다. 투자자가 내 자금을 회사에 ‘빌려’줬다고 착각하면 안 됩니다. 최초 회사가 사업 시작할 때 손에 들고 있었던 자본금 외에 추가로 들어온 투자금은 자본에 포함되며, 성과에 따라 투자자는 수익금을 투자비율만큼 배당을 받습니다. 그러므로 회사가 사업에 실패하거나, 재정 상황이 악화되면, 배당은 물론 투자금조차 돌려받지 못할 수 있습니다. 반면 채권자는 회사가 청산되는 마지막 순간까지 원금에 대한 청구권을 갖습니다. 사업실패와 상관없이 회사는 채무를 변제할 의무가 있습니다. 투자자에게 부채는 내가 댄 자본금 외에 회사가 조달한 자금입니다.
빚은 적극적인 투자의 증거
자금조달이 부채와 자본 두가지 방법 중에 선택 가능하다면, 사업성공율을 보고 정할 것입니다. 성공이 100% 확실한 사업 아이템은 보통 차입금을 조달합니다. 이율에 따른 고정적인 이자만 주는 게 회사에 더 이득이기 때문입니다. ‘레버리지 효과’로 불리는 투자전략은 차입금 등 타인 자본을 지렛대로 삼아 자기자본이익률을 높이는 것입니다. 이자보다 높은 수익률이 기대될 때 빚에 빚을 당겨옵니다. 회사가 손실을 막기 위해 지는 빚이 아니라면, 적극적인 투자의 증거로도 볼 수 있습니다. 주식투자자는 재무제표 부채총계 등 관련 숫자를 볼 때, 단지 ‘회사가 갚아야 할 빚이구나’ 정도에 그쳐선 안 됩니다. 회사가 왜 이런 부채를 얻었을까. 의문을 갖고, 답을 찾아내야 비로소 ‘투자회사의 부채를 제대로 이해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림은 ㈜SK디앤디 재무상태표 한 부분입니다. 부채총계는 약 1조2000억원입니다. 자본은 5314억원입니다. 내 돈인 자본보다 부채가 2배 이상 많은 부채비율 222%를 보이고 있습니다. 부채만 보면 1조원이 넘는 빚이 있으니 불안해 보입니다. 그러나 반전은 손익계산서로부터 출발합니다. 회사의 2020년 매출액은 약 7000억원이며 영업이익은 1398억원입니다. 최근 5년 동안 매출액은 증가 추세이고, 현금흐름표 재무활동현금흐름에서 2018년과 2020년 수천억원의 자금조달이 이뤄진 사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매출이 증가하는데 빚을 점점 더 키운다? ㈜SK디앤디는 부동산 디벨로퍼, 즉 상업용 부동산 및 신재생에너지 전문 회사입니다. 오피스, 호텔, 지식산업센터, 물류센터 등을 개발하고 있으며 신재생 부문 육상풍력 6개(400MW)와 해상풍력 2개(144MW) 총 8개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빚은 과감한 투자로 레버리지 효과를 높이기 위한 것으로 추측할 수 있습니다. 부채비율이 200%를 넘으면 위험하다는 통념과 달리 SK디앤디가 현재 사업에 대해 확신을 갖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부채비율은 자금조달 정도와 회사가 짊어질 빚의 크기를 가장 직관적으로 확인해주는 지표입니다. 투자자들에게는 대표적인 위기관리 수치입니다. 부채비율 구하는 공식(부채÷자본×100)은 매우 쉽습니다. 여기에 주식투자자는 수준을 조금 높여 실질적인 부채항목을 재무제표에서 찾아볼 수 있어야 합니다. 재무제표에서 부채는 갚아야 할 시점 1년을 기준으로 유동부채와 비유동부채로 나눠놓았습니다. ‘유동성의 위기’를 걱정한다면 유동부채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부채 구역 안에 있는 모든 항목은 무조건 갚아야 할 대상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다만 이중에 ‘매입채무’는 거래처에 갚아야 할 대금 중에 남은 잔액입니다. 투자를 위한 대출이라기보다 경영활동상 돌고 도는 돈입니다. 유동부채는 대표적으로 은행에서 빌린 1년 안에 갚아야 할 단기차입금이 있습니다. 가끔 장기부채, 장기차입금 등 1년 넘는 부채에 ‘유동성’이라는 단어가 붙어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장기부채이지만 올해가 갚아야 할 때이면 ‘유동성장기부채’가 됩니다. 부채는 빨리 갚아야 하는, 압박이 들어오는 유동 쪽을 주의 깊게 봐야 합니다. 급여부채, 법인세 등 외부 차입이 아닌 부채는 대개 비유동 항목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기업 생존 위협하는 부채
레버리지 효과로 부채의 긍정적인 면을 언급했지만, 자칫 잘못하면 ‘독’이 되는 게 부채입니다. 대한전선 부채총계는 8398억원입니다. 자본이 3596억원이니 부채비율은 233%입니다. 2013년 부채 약 2조원과 부채비율 732%에서 그나마 상황이 좋아졌습니다. 과거 대한전선은 50년 넘게 흑자경영을 기록했던 기업입니다. 현재도 영업흑자를 내고 있습니다. 그룹의 사업확장을 위해 우량 계열사인 대한전선이 무리한 빚을 일으켰습니다. 그 대가를 아직도 치르고 있는 셈입니다. 빚의 무서움은 대한전선 금융비용을 보면 느낄 수 있습니다. 대한전선은 2020년 이자 382억원을 지불했습니다. 대한전선 매출액이 1조5000억원이 되고 매년 영업이익 300억원이 넘어도, 이자 때문에 당기순손실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원금을 갚을 수 없을 정도의 빚은 우량 기업도 헤어나기 힘들게 만듭니다. 부채는 사업 존폐까지 흔드는 위기도 만듭니다. 아시아나항공이 인수된 것은 코로나19 상황 때문만은 아닙니다. 아시아나항공도 이자비용만 2020년 3795억원에 달했습니다. 수천억원의 영업이익을 내지만 결국 지금의 상황에 이르게 됐습니다. 이자보상비율이라는 지표는 이익과 이자를 놓고 만든 지표입니다. 회사에 현금이 들어오지 않아, 이자를 못 갚는 정도를 나타내는 지표입니다. 빚이 많은 기업은 우량 자산과 좋은 사업 아이템이 있어도 목마른 식물처럼 점점 말라갑니다.
부채를 회사와 투자자, 각기 다른 시각으로 평가할 수 있어야 합니다. 부채는 현명한 지렛대로 회사의 이익을 배로 만들 수도 있지만, 큰 이익을 내겠다는 욕망이 눈을 어둡게도 만듭니다. 투자자는 두 얼굴을 가진 야누스를 상대하듯 재무제표에서 부채를 확인해야 합니다. 주가와 당장 관련은 없어 보일 때도 회사의 존폐와 수익성을 갉아먹는 게 빚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