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이 돌아온다. 1990년대를 경험한 흑인음악 마니아라면 마땅히 알 거장이다. 이들의 노래 41곡이 빌보드 싱글차트 10위 안에 들었고, 그중 16곡이 1위에 올랐다. 그래미 어워드에서는 다섯차례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이들의 손을 타고 나온 싱글, 앨범의 판매량을 합하면 쉽게 수천만장이 넘어간다. 실로 대단한 음악가였다. 작곡·프로덕션팀 ‘지미 잼 앤드 테리 루이스’(이하 잼 앤드 루이스)가 7월 앨범을 낼 예정이다.
지미 잼 앤드 테리 루이스(위)와 그들의 첫 앨범 커버 Flyte Time
사실 돌아온다는 표현은 이들에게 적절하지 않다. 1982년 회사를 차리고 프로듀싱에 뛰어든 이래 이렇다 할 휴식기 없이 작품을 선보여 왔기 때문이다. 2010년대 들어 활동이 좀 뜸하긴 했지만 찰리 윌슨, 피보 브라이슨, 카빈 와이넌스 같은 R&B, 가스펠 가수들의 노래를 작곡하고 앨범을 프로듀스하며 현역 위치를 지켰다.
차라리 첫발을 뗀다고 하는 것이 맞겠다. 수많은 노래를 만들었으나 본인들의 이름을 앞에 걸고 음반을 발표하는 일은 놀랍게도 이번이 처음이다. 데뷔 40년 만에, 예순이 넘은 나이에 자기 작품을 갖게 됐다. 잼 앤드 루이스가 한때 멤버로 있었던 R&B 밴드 플라이트 타임도 음반을 내지 못하다가 1981년 다른 가수의 백 밴드로 편입됐기에 감회가 특별할 듯하다.
데뷔 앨범 <잼 앤드 루이스: 볼륨 원>의 수록곡 리스트는 공개된 상태다. 총 10곡으로 구성됐으며, 머라이어 캐리, 토니 브랙스턴, 보이즈 투 멘, 베이비페이스, 메리 제이 블라이즈 등 1990년대를 활보한 인기 R&B 가수들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화려한 명단이 잼 앤드 루이스의 위상을 일러준다. 다만 잼 앤드 루이스가 재닛 잭슨의 1986년 앨범 <컨트롤>로 큰 성공을 경험했고, 그와 오랜 기간 협업한 터라 재닛 잭슨이 없는 것이 아쉬운 이도 있지 않을까 싶다.
먼저 공개한 노래들은 앨범에 대한 기대감을 높일 만하다. R&B 그룹 사운즈 오브 블랙니스가 참여한 ‘틸 아이 파운드 유’는 가스펠, 솔뮤직, 컨템퍼러리 R&B를 두루 소화하는 그들의 장기가 고스란히 나타난다. 또한 여러명이 보컬을 맡아 다이내믹하게 느껴진다. 베이비페이스가 목소리를 입힌 ‘히 돈트 노 낫싱 어바웃 잇’은 은근한 반주와 베이비페이스의 미성이 어우러져 달콤한 기운을 퍼뜨린다.
국내 음원사이트에는 아직 등록되지 않았지만 머라이어 캐리가 부른 ‘섬왓 러브드’ 또한 근사하다. 처음에는 잔잔하게 시작하다가 남성 R&B 트리오 가이의 1988년 노래 ‘피스 오브 마이 러브’ 베이스라인을 차용한 후렴으로 탄력적인 사운드를 들려준다. 브리지부터 등장하는 머라이어 캐리의 이른바 ‘돌고래 가창’은 음향적 울림과 애절한 분위기를 배가한다.
재닛 잭슨 ‘어게인’, 휴먼 리그 ‘휴먼’, 보이즈 투 멘 ‘온 벤디드 니’, 어셔 ‘유 리마인드 미’ 등 지금도 많은 음악팬이 애청하는 명곡을 만든 명인이라고 해도 앨범은 인기를 끌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전성기는 훌쩍 지났고, 대중음악의 주요 소비층인 10대, 20대는 그들 또래 가수들에게 환호한다. 하지만 중년 음악 애호가들한테는 효력을 발휘할 듯하다.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부드러운 멜로디의 R&B가 펼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