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자를 대하는 우리 사회의 이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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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자를 대하는 우리 사회의 이중성

입력 2020.12.18 14:58

수정 2020.12.21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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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순욱 초영세 만화플랫폼 운영자

얼마 전 서울 잠실의 한 대형마트가 시각장애인 안내견이 출입하는 것을 거부해 공분을 샀다. 이 안내견은 정식으로 훈련을 받기 전 1년간 퍼피 워크라는 사회화 과정을 거치는 중이었는데, 마트의 매니저가 이를 비시각장애인과 왔기에 안내견이 아니라는 해석을 하면서 벌어진 일이었다. 매니저의 고성에 주눅이 든 안내견의 사진과 사연이 올라와 많은 이들이 공감했다. 결국 마트 본사에서 사과문을 올렸고, 구청은 과태료를 부과했다.

「문밖의 사람들」표지

「문밖의 사람들」표지

이 사건에는 분명한 잘못을 저지른 사람이 있으며, 어떠한 변명의 여지도 없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리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매니저의 태도야 비난받아 마땅하지만, 단지 한사람 혹은 해당 마트 혹은 그 기업만의 문제일까. 시각장애인과 안내견에게 이런 일은 일상다반사라고 한다. 그들은 식당을 찾을 때마다 여러 차례 거절을 당하고 안내견이라는 해명을 해보지만 별 효과가 없다. 왜냐하면 우리가 장애인을 대하는 방법을 제대로 배우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의 의무교육에서 시각장애인 안내견의 권리보다는 피타고라스의 정리가 훨씬 소중하게 다뤄지지 않는가.

여기에 대기업이라는 미워하기 편한 대상은 이 사건을 지나치게 단순하게 만들어 버린다. 이 사건은 어느 한명의 무지나 하나의 기업이 직원교육을 잘못한 예외적인 이벤트가 아니다. 지금도 거리의 노란색 점자블록 위에는 오토바이와 자전거와 전동킥보드가 주차되어 있다. 엘리베이터의 점자 버튼은 코로나19를 방지한다며 항균 필름으로 덮여 있다. 이 사건은 의무교육의 문제, 사회적 약자에 대한 낮은 인식, 반려동물에 대한 거부감과 고객의 민원에 대한 두려움 같은 다양한 요소가 뒤섞인 사회문제이다. 단순히 악당을 응징해서 끝나는 이야기가 아니다.

최근 국내 일류 기업의 스마트폰 부품을 만드는 하청공장에서 벌어진 메탄올 중독사건을 다룬 실화 <문밖의 사람들>(김성희·김수박 지음)이라는 만화를 한번 읽어보라 권하고 싶다. 만화는 사건의 피해자 이진희씨와 노동건강연대 직원의 시점을 번갈아 가며 진행된다. 진희씨는 사회복지사 자격에 실습만 남겨 놓고 생활비를 벌기 위해 공장 일자리를 구했다. 평범한 삶을 꿈꾸던 그는 메탄올 중독으로 겨우 4일 만에 시각장애를 가지게 되었다.

이번에도 가해자가 분명해 보인다. 안전이 보장되지 않은 작업을 지시한 고용주는 처벌을 받고, 피해자들은 산업재해로 인정됐다. 최근 재판에서는 피해자들에게 10억원의 손해배상 판결도 내려졌다. 그래서 이야기는 여기서 끝인가. 아니다. 이 사건이 그저 안타까운 남의 사연으로 끝나버려서는 안 된다. 여기에는 기업의 하청업체 관리책임에 관한 문제, 청년실업, 불법 파견직, 안전불감증, 치열한 단가경쟁 같은 문제가 뒤섞여 있다. 그렇게 이 사회와 우리는 그런 식으로 사회적 약자를 만들어내고, 그들을 다시 한 번 차별한다. 장애는 누구에게나 갑자기 닥칠 수 있는 문제이고, 이대로는 같은 사건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잘나가는 한 기업은 사회공헌사업으로 안내견을 훈련하고 필요한 사람들에게 무료로 대여하고 있다. 하지만 그들의 하청업체에서 일하던 이들은 세계 최고의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버튼을 만들다가 시각장애인이 되었다. 안내견을 거부한 마트를 불매하자며 소리치는 우리는 사회취약층의 특별채용이 나와 내 가족의 일자리를 뺏어간다고 말한다. 아이러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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