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한류가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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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한류가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다

입력 2020.11.27 15:52

수정 2020.12.01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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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영국 왜 베트남 시장인가의 저자

한국영화 <완벽한 타인>이 베트남에서 리메이크돼 베트남 영화 사상 최초로 4주 연속 박스 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영화시장 규모가 작은 베트남에서 200만 관객을 동원했는데 이는 한국에서 1000만 관객 동원과 같은 성적이다.

베트남 호치민시 7군에 있는 롯데시네마의 모습 / 유영국 제공

베트남 호치민시 7군에 있는 롯데시네마의 모습 / 유영국 제공

<완벽한 타인>은 이탈리아 영화가 원작이지만 베트남은 한국 버전을 리메이크했다. <Tiec Tran Mau(붉은 달빛 축제)>라는 제목으로 개봉한 이 영화는 ‘미성년자 관람 불가’임에도 한 달간 1550억동(약 78억원)의 매출을 올려 이미 제작비의 5배 이상을 회수했다.

한국영화 점유율은 10~15% 수준

코로나19 확산으로 전 세계 영화산업이 위축됐지만 베트남 영화계만은 급성장하고 있다. 이 중심에는 한국영화 자본들이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베트남 전국 180여개 극장 중 한국의 CJ CGV가 82개, 롯데시네마가 45개로 (각 회사 베트남 홈페이지 기준) 한국의 양대 극장이 상영관의 약 70%를 차지하고 있다.

아직 베트남에는 한국처럼 ‘영화상영관 입장권 통합전산망’ 같은 실시간 관객수를 파악할 수 있는 시스템이 없어서 100% 정확하게 관객수를 파악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2019년 추정 관객수는 대략 5000만명으로, CJ CGV가 관객 점유율 50%로 1위, 롯데시네마가 25%로 2위를 차지했다.

한국 영화 을 리메이크한 「Tiec Tran Mau(붉은 달빛 축제)」 영화 포스터 / 유영국 제공

한국 영화 <완벽한 타인>을 리메이크한 「Tiec Tran Mau(붉은 달빛 축제)」 영화 포스터 / 유영국 제공

일본 리서치 회사 비앤컴퍼니(B&Com pany)는 2015년 베트남에서 영화 티켓 판매 매출은 1억400만달러(약 1160억원)를 기록했고, 2020년에는 2억달러(약 2240억원)로 5년 만에 100%가량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2019년 베트남 추정 관객수 5000만명에 베트남 극장 티켓 값인 4000원을 곱하면 2000억원 매출이다. 코로나19 확산만 아니었다면 2020년에는 예측보다 더 큰 2400억원 시장 규모가 되었을 것이다.

한국영화 산업 자본은 관객 점유율뿐만 아니라 베트남 현지 영화 제작에도 활발하다. 베트남에서 가장 흥행한 영화 10개 중 상당수가 한국영화를 리메이크했거나 CJ엔터테인먼트와 롯데엔터테인먼트가 현지 제작한 영화들이다. 한국영화 <수상한 그녀>, <써니>, <과속 스캔들> 등을 리메이크한 작품들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한국영화 콘텐츠가 베트남에서 무조건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사실 수없이 많은 한국영화 리메이크 작품이 쏟아졌지만 대부분은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지나치게 많은 한국영화 리메이크작들이 제작되다 보니 베트남 관객들은 싫증을 낼 수밖에 없다. 베트남 영화 관계자들도 나름의 예술성을 가지고 작품 제작에 참여하는데 한국 제작사에서 대본이나 소품 하나까지 심하게 간섭한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베트남 극장에서 상영된 한국 영화들 / 유영국 제공

베트남 극장에서 상영된 한국 영화들 / 유영국 제공

한국 인기 드라마는 곧바로 좋아해

사실 베트남에서 한국영화 자체는 인기가 많지 않다. 베트남 전체 영화시장 점유율의 60~70%는 미국 할리우드 영화이고 베트남 현지 영화의 점유율이 20~30%이다. 한국영화 점유율은 10~15% 수준이다. 베트남은 중국과 더불어 한류 발상지이며, 한국 드라마와 K팝이 열풍인 것은 맞지만 영화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이다.

2019년 6월 베트남 온라인 리서치 회사 Q&Me가 16~39세 사이 788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베트남 관객들이 가장 선호하는 장르는 액션&히어로(57%)와 코미디(54%)였다. 그다음으로는 SF공상과학물(40%) 로맨틱(37%) 장르를 선호했다. 간단한 설문조사지만 실제 베트남에서 흥행한 영화와 별반 다르지 않은 결과이다.

베트남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액션&히어로물과 SF공상과학물은 미국 할리우드 영화와의 경쟁에서 한국영화가 이기기 어려운 장르다. 때리고, 부수는 스펙터클한 미국영화의 규모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우리가 잘 아는 부분이다. 한국영화가 승부를 걸 수 있는 부분은 액션물보다 제작비가 상대적으로 적게 드는 코미디인데 한국인의 웃음 코드와 베트남의 웃음 코드는 비슷한 듯 다르다.

한국에서 관객 1600만명을 동원하며 역대 흥행 순위 2위를 기록한 <극한직업>은 베트남에서 인기 있는 ‘액션 코미디’ 장르임에도 베트남에서는 소리소문없이 막을 내렸다. 베트남에서 최고의 흥행을 거둔 영화들은 한국영화가 원작이지만 철저히 베트남 특유의 정서와 문화를 반영해 완벽한 베트남 영화로 만들어진 것들이다. 한국에서 소재는 빌려왔지만 결국은 베트남 영화였기에 흥행한 것이지 한국영화가 원작이었다는 이유로 흥행을 한 것은 아니다.

이에 반해 한국 드라마는 베트남에서 대단한 인기다. 베트남 TV 어느 채널을 돌려도 2~3년 전에 한국에서 방영된 드라마들 쉽게 볼 수 있다. 한국에서 인기리에 방영하는 드라마는 2~3시간 후면 베트남어 자막이 달린 채 인터넷에 공유된다. 요즘은 넷플릭스와 같은 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덕에 한국에서 인기 있는 드라마는 베트남에서도 곧바로 인기를 끈다. <이태원 클라쓰> 같은 드라마는 베트남 젊은층 사이에서도 대단한 인기를 끌었다.

한국 TV 드라마는 베트남 시장을 노리고 만든 것도 아닌데 인기를 끈다. 영화에 비해 TV 드라마는 인기 있는 연예인이 비중 있는 배역을 맡거나 어느 나라에서나 벌어질 법한 일상생활 이야기를 다루다 보니 상대적으로 인기가 있을 수도 있다. 또 온라인 불법 다운로드도 영향을 끼친다. 이 때문에 베트남에서 유료 문화 콘텐츠 산업이 발전하기 힘들겠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한국도 불법 콘텐츠의 왕국이었지만 어느새 미국 할리우드의 중요한 소비 시장이 되어 있는 모습을 돌아봐야 한다. 게다가 이제 K팝과 한국영화가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베트남 콘텐츠 시장을 부정적으로만 볼 필요도 없다.

결과적으로 ‘베트남 한류는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다’. 베트남에 한류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베트남 영화산업에 관심 있는 한국영화 제작사가 많다. 냉정한 투자자로서 현명한 판단을 하길 바란다.

유영국은 아모레퍼시픽과 NICE 그룹에서 근무하면서 베트남에서 10년째 화장품 업계에서 일하고 있다. MBC 라디오 <이진우의 손에 잡히는 경제> 등에서 베트남 경제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유영국 <왜 베트남 시장인가>의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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