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후 회식이 사라지고, 업무시간 외 연락이 금지되는 등 우리는 조금 더 사생활을 존중하는 사회로 진입하고 있다. 섣부른 의견이나 충고는 간섭이 될 수 있으며, 가까운 사이라고 해도 함부로 프라이버시를 침해해서는 안 된다는 공감대가 조금씩 형성되고 있다. 누군가는 이것에 정이 없다는 표현을 쓰기도 하지만, 시대는 변화하는 것이라 조심조심 우리는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아이돌 드렁크 1> 한국어판 표지
최근 <아이돌 드렁크>(미야바 야지로 원저, 사키시마 에노키 글·그림)라는 만화를 보았다. 이 작품은 아이돌 그룹으로 활동 중인 멤버들이 휴식 시간에 술을 즐긴다는 설정이었다. 그들은 실제로는 성인이지만 대외적으로 활동하는 나이가 대부분 미성년자이며 이미지 관리를 위해 대중에게 들키면 안 된다. 그런데도 멤버들이 하나둘 합세해 스릴 있게 술을 마신다는 이야기였다. 만화는 들킬 뻔했다는 식의 가벼운 에피소드로 흘러가지만, 이런 상황에 기시감이 들어 그저 웃을 수만은 없었다.
대중이라는 집단의 스토킹은 흔히 ‘관심’과 ‘인기’라는 말로 흐려진다. 오히려 정당하다고 생각하고 강요도 한다. 나아가 대중매체는 이 상황을 이용해 돈을 버는 방법을 고안했다. 수많은 관찰 예능과 집요한 사생활 취재 그리고 검증되지 않은 소문을 퍼나르는 온라인의 뉴스 기사까지 매일 포털 사이트의 메인을 차지하고 있다. 흔해지면 당연해지고 우리는 죄의식 없이 그것들을 받아들인다. 그리고 호기심과 알권리를 혼돈하게 된다. 내가 응원하는 가수가 최근 만나는 누구의 직업과 나이와 과거를 알아야 할 권리 같은 게 있을 리 없다.
심할 경우 이 호기심은 누군가의 죽음으로 이어지기도 하고 그때마다 각성의 목소리가 나오지만, 여전히 똑같은 일이 반복되고 있다. 결혼했으니 탈퇴하라 종용하고, 말투에 집착하며, 서 있는 자세도 지적한다. 의혹이 흘러나오면 취재기자와 팬들이 합심해서 온갖 사생활을 추적한다.
물론 대중의 호기심이 잘못은 아니고, 연예인들 역시 이점을 활용해 더욱 입지를 다질 수도 있다. 다만 외줄 타기처럼 균형 잡기가 무척 어렵고, 떨어지는 곳이 바닥이 아니라 불구덩이라는 차이가 있다. 방송에서 누군가가 말했다. “아무도 저를 모르고 돈이 많았으면 좋겠어요.”
그럼에도 팬들의 이런 감시가 긍정적일 때가 있다. 예를 들면 유명 연예인이 성범죄를 저지르거나 가담한 경우 팬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시장을 정화한다. 덕분에 제작사나 기획사들도 이 문제에 방관하지 않게 되었다. 또한 연예인의 행동이 사회적 이슈가 되기도 한다. 최근 한 연예인이 결혼하지 않고 아이를 낳아 기르는 것으로 온통 화제가 되었다. 이에 많은 이들이 응원을 보내며 시대에 뒤처지는 제도를 지적했다. 비혼모를 배척하고 정상 가족을 고집하던 분위기가 금세 역전됐다.
우리는 사생활이 존중받기를 원함과 동시에 소셜미디어에 그것을 전시하려는 욕구도 있다. 물론 그것은 편집된 것이며, 휘황찬란하게 꾸며진 상태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오늘의 일과를 올리고, 오늘 내가 입은 옷을 촬영하며, 무엇을 어디서 먹었는지도 알린다. 그리고 누군가의 반응을 기대한다. 몇개의 응원 댓글에 괜히 내가 잘났나 싶기도 하다. 반대로 악담이 달려 있다면 종일 기분이 좋지 않을 것이다. 누군가는 유명하다는 이유로 그것의 몇천 배를 겪고 있다고 생각해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