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창업가들이 한데 모였다. 서로 등지고 일하다가 종종 머리를 맞대고 아이디어를 나눈다. 소속은 다르지만 성공을 향한 절실함이 이들을 한데 묶는다. 스타트업 공간 ‘프론트원’의 풍경이다. 서울 마포구 공덕동에 있다. “이렇게 치열하게 고민해도 스타트업 10곳 중 8곳은 실패해요. 성공률이 높으면 그건 창업이 아니라 취업이죠. 성공이든 실패든 리스크를 안고 도전하는 청년을 존경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지원’이라는 단어 대신 ‘응원’과 ‘지지’라는 표현을 씁니다.” 프론트원을 운영하는 은행권청년창업재단(이하 디캠프) 김홍일(54) 센터장의 말이다.
사진/우철훈 선임기자
디캠프는 은행이 낸 기부금을 사회에 투자하는 일을 한다. 김 센터장은 창업가들이 더 많은 아이디어를 세상에 꺼내놓을수록 더 나은 세상이 된다고 믿는다. “한국은 사회 변동성이 낮은 사회예요. 창업이야말로 사회 변동성을 높이는 데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새로운 것을 하는 누군가에게 투자해 변화의 마중물 역할을 하는 것이 제가 하는 일입니다.”
처음부터 스타트업에 관심을 갖진 않았다. 산업은행과 외국계 투자은행(IB), 자산운용사에서 경력을 쌓았다. 그러다 자산운용사 재직 시절 청년창업재단의 운용 방향에 대한 연구용역을 진행하면서 청년 창업 분야에 줄이 닿았다. “청년 창업이 중요하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요. 그런데 왜 중요한지, 얼마나 큰 가능성을 가진 영역인지는 심도 있게 알지 못했습니다. 2년 반 동안 센터장 일을 하면서 알게 됐죠. 청년 창업이야말로 혁신의 전진기지이고, 디캠프가 그 선두에 서 있다는 사실을. 자부심도 있고 보람도 있습니다.”
코로나19 국면에서도 김 센터장은 희망을 본다. 스타트업은 규모가 작은 만큼 급변하는 환경에 대한 적응과 전환이 빠르다는 강점이 있다. 특히 비대면 사업이 주류인 스타트업계는 창업 열기가 뜨겁다. 다만 격변하는 시기인 만큼 리스크에 대한 우려도 크다. “모든 새로운 것은 매력적이지만 위험합니다. 코로나19가 세상을 어떻게 바꿔놓을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지요. 그래서 더 많은 노하우를 창업가들에게 전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습니다.”
김 센터장이 ‘멘턴’(멘토과 인턴의 합성어)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40플러스 청년을 위한 멘턴살롱’은 중장년 인재의 역량과 경험을 스타트업에서 활용하기 위한 프로그램이다. 40세 이상 중년 인재를 대상으로 업계 전문가가 스타트업 관련 교육을 진행하고 채용까지 연결하는 프로그램이다. 스타트업은 노련한 멘턴의 노하우를 전수할 수 있고 멘턴은 새 일자리를 얻는다. “스타트업은 경력자가 아니라 경험자가 필요합니다. 경험 자산이 있으면 현장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죠. 멘턴 1명을 육성하는 데 적지 않은 비용이 투입됩니다. 전액을 디캠프가 부담하고 있으니 많은 경험자가 부담 없이 도전하면 좋겠어요.”
김 센터장의 임기는 내년 1월까지다. 이후에 무엇을 할지 구체적인 계획은 정하지 않았다. 다만 방향은 확고하다. “창업 제안도 있고, 자산운용사를 해보라는 분들도 있지요. 그것은 제가 하고 싶은 일들이에요. 하지만 앞으로는 하고 싶은 일보다는 해야 할 일을 하려고 합니다. 제가 필요한 곳, 제가 해야 할 일을 찾을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