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보안법이 시행된 지난 7월 1일, 홍콩에 사는 다큐멘터리 감독 에이미로부터 메시지를 받았습니다. 홍콩의 청년 정치인들이 홍콩을 탈출하고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물론 그들이 붙잡히기 전에 떠나야 한다는 걸 알지만, 그 소식을 듣고 나는 잠시 울었다. 요즘 나는 몹시 나쁜 시나리오의 영화 속에 살고 있는 것 같다.”
이하늬 기자
한 달 뒤인 8월 1일, 홍콩 보안당국은 보안법을 피해 해외로 망명한 6명에 대해 지명수배를 내렸습니다. 지명수배 전단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수배된 이들의 얼굴이 너무 앳되었기 때문입니다. 수배된 6명 중에는 10대도 있었습니다. 대체 무슨 일을 했길래? 지난 6월에 이어 다시 홍콩 상황에 대한 기사를 써야겠다고 생각한 계기입니다.
지명수배된 6명에게 인터뷰를 요청했습니다. 섭외 과정은 쉽지 않았습니다. 홍콩 상황이 긴박하게 돌아가는 만큼 이들 역시 너무 바빴습니다. 우산혁명을 이끌고 데모시스토당 주석을 역임한 네이선 로는 “인터뷰를 요청해줘서 고맙다”는 말을 남긴 뒤 좀처럼 연락이 닿지 않았습니다. 포기해야겠다고 생각할 때 즈음 “지금까지 답을 못해 미안하다. 인터뷰 답을 바로 보내겠다”는 메시지를 받았습니다.
‘홍콩독립연맹’ 창립자 웨인 찬과는 연락이 잘 되다가 갑자기 뚝 끊겼습니다. 메시지를 아예 읽지 않았고,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SNS)에도 접속하지 않았습니다. 역시 수배자 중 한명인 홍 라우에게 물어보니 “나 역시 웨인 찬과 연락이 닿지 않는다”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며칠 뒤, 빈과일보 사주 지미 라이와 우산혁명의 주역 중 한명인 아그네스 차우가 홍콩보안법 위반 혐의로 체포됐습니다.
함께 기사를 준비하던 동료들과 걱정했습니다. “설마 중국 공안에 잡혀간 건 아니겠지?” “영국에 있는데 설마….” 설마를 연발하면서도 안심할 수 없었습니다. 이른바 ‘금서’를 판매하던 홍콩 퉁뤄완 서점 관계자 중 한명이 태국 파파야에서 실종된 일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혹시나 웨인 찬에게 연락이 올까, 관련된 기사가 외신에 뜰까 싶어 하루에도 몇 번씩 확인했습니다.
그러다 깨달았습니다. 이게 홍콩보안법의 위력이구나. 나와 연락을 주고받던 사람이 어느 날 돌연 사라질 수 있다는 것.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해도 이런 생각을 하게 만다는 것. 다행히 웨인 찬과는 연락이 닿아 걱정에서 해방됐지만, 이 취재 후기를 쓰는 지금 이 순간에도 홍콩의 누군가는 이런 걱정을 하고 있을 겁니다. 많은 이들이 홍콩에 대한 관심의 끈을 놓지 않았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