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력 끝에 얻은 행운 ‘세렌디피티의 법칙’
픽사의 애니메이션은 사람을 찡하게 하는 재주가 있다. 댄 스캔론 감독의 <온워드: 단 하루의 기적>도 그렇다. 마법과 용이 나오는 판타지 장르를 덮어썼지만, 골격은 깊은 여운을 남기는 가족 이야기다.
댄 스캔론의 <온워드: 단 하루의 기적>은 어린 시절 겪은 아버지의 죽음과 형제와의 관계에서 영감을 받은 감독의 자전적인 이야기라고 알려졌다. / 픽사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아버지를 일찍 여의고 홀어머니와 함께 사는 두 형제, 발리와 이안이 있다. 형 발리는 아버지를 기억하지만, 동생 이안은 한 번도 아버지를 본 적이 없다. 카세트테이프에 녹음된 음성과 색 바랜 사진 한 장을 통해 이안은 아버지를 상상한다. 16세 생일, 이안은 아버지가 남긴 마법의 지팡이를 ‘서프라이즈’ 선물로 받는다. 지팡이를 들고 주문을 외면 하루 동안 아버지가 나타난단다. 그런데 어라, 무엇이 잘못됐는지 아버지 하반신 절반만 생겨났다. 아버지의 상반신을 완성하려면 마법의 돌 ‘피닉스 젬’을 찾아야 한다. 주어진 시간은 단 하루.
형제는 피닉스 젬을 찾기 위해 모험을 떠난다. 마법을 이용해 절벽을 건너고, 까마귀 봉우리의 힌트를 따라 관문을 통과한다. 보트를 타고 긴 지하동굴까지 지나가지만 결과는 허탕이다. 이미 해는 뉘엿뉘엿 지고, 더 이상 힌트는 없다. 실망한 동생 이안은 하반신 아버지와 함께 사라진다. 형 발리는 다르다.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는다. 그러다 우연히 발밑에서 피닉스 젬에 대한 결정적 단서를 찾는다. 알고 보니 피닉스 젬은 형제가 사는 곳과 매우 가까운 곳에 있었다. 발리가 운 좋게 피닉스 젬을 발견한 것은 ‘세렌디피티의 법칙’이라 부를 수 있다.
세렌디피티의 사전적 의미는 ‘운 좋은 발견’을 뜻한다. 세렌디피티는 보물을 찾아 먼 여행을 떠난 ‘세렌딥의 세 왕자’라는 페르시아 우화에서 비롯됐다. 세 왕자는 전설의 보물을 찾아 떠나지만 보물을 찾지 못한다. 대신 계속되는 우연으로 지혜와 용기를 얻는다. 세렌디피티는 18세기 영국의 작가인 호레이스 월폴이 자신의 친구에게 보낸 편지에서 언급하면서 알려지기 시작했다. 미국 사회학자 로버트 머튼은 이를 발전시켜 ‘세렌디피티의 법칙’을 제안했다. 세렌디피티의 법칙은 노력 끝에 찾아온 행운 혹은 실패 끝에 찾아온 행운을 의미한다.
세렌디피티의 법칙의 예로 가장 많이 언급되는 것이 ‘포스트잇’이다. 1968년 3M사의 스펜서 실버 연구원은 기존 제품보다 더 강력한 접착제를 개발하려다 배합을 잘못해 접착력은 강하지 않지만, 끈적거리지 않고, 제거했을 때 잔여물이 남지 않는 접착제를 개발했다. 명백한 실패였지만 그는 자신이 발명한 접착제를 주위에 알렸다. 같은 연구소의 아트 프라이 연구원은 잘 떨어지지 않는 책갈피를 개발하려다 실버의 발명을 떠올렸고, 그에게 공동연구를 제안했다. 1974년 마침내 포스트잇이 세상에 선보였고, 1980년대 이후 선풍적인 인기를 끌게 됐다. 만약 실버 연구원이 강력한 접착제 개발에 실패했다고 생각하며 연구를 폐기했더라면 나올 수 없는 제품이었다.
독일 화학자 아우구스트 케쿨러의 벤젠고리 발견에도 세렌디피티의 법칙에 적용된다. 벤젠의 원자구조를 풀지 못하던 케쿨러는 어느 날 꿈속에서 머리로 꼬리를 문 채로 동그랗게 몸을 말고 있는 뱀을 봤다. 잠에서 깬 케쿨러는 이를 이용해 벤젠 원자구조에 적용해 마침내 비밀을 풀어냈다. 케쿨러의 집념이 가져온 우연한 행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