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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차 추경, 아랫돌 빼서 윗돌 괸다

입력 2020.06.26 15:28

  •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 소장,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객원교수

‘아랫돌 빼서 윗돌 괸다.’

정부의 3차 추경을 이보다 더 적절하게 표현한 말이 있을까. 정부의 3차 추경에서 세입 예측치를 감액 경정하면서 지방교부세도 삭감됐다. 지방교부세는 2022년까지 정산해야 하는데 정부의 3차 추경안에 따라 ‘전액 삼각’을 올해 반영해 지방교부세 배부 금액이 감액된 것이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가 6월 17일 전체회의를 열어 홍남기 경제부총리로부터 제3회 추가경정예산안 개요 및 진행경과에 대한 보고를 받았다. 미래통합당 의원들은 불참했다./김영민 기자

국회 기획재정위원회가 6월 17일 전체회의를 열어 홍남기 경제부총리로부터 제3회 추가경정예산안 개요 및 진행경과에 대한 보고를 받았다. 미래통합당 의원들은 불참했다./김영민 기자

전체적으로 재난특별교부세 288억원 등 총 약 2조원의 지방교부세가 삭감되었다. 교부세 삭감 규모는 군 단위 지자체 지방세 예산액 대비 5분의 1에 달하는 규모다. 재원이 풍족해서 지방교부세를 배부받지 않는 단체는 지방교부세 감소 효과가 전혀 없다. 반면 지방세 등 자체 재원이 부족해 지방교부세가 가장 중요한 재원이 되는, 재정이 열악한 지방정부일수록 지방교부세 감액의 효과가 크게 나타난다.

그래서 광역시·도는 피해가 작다. 보통교부세 삭감 규모는 약 5200억원으로 이는 지방세 예산액에 0.8%에 불과하다. 시 단위 지자체 보통교부세 삭감 규모는 약 7100억원으로 지방세 예산액의 3.9%이다. 하지만 군 단위 지자체 보통교부세 삭감 규모는 6200억원으로 군 단위 지방세 예산액의 19%를 차지한다. 가장 피해가 큰 경북 영양군은 3차 추경에 따른 교부세 삭감액이 약 62억원에 이른다. 이는 지방세 예산액의 64%에 이르는 큰 규모다. 강원 화천군, 전남 신안군의 교부세 삭감액은 각각 지방세 예산액의 55%, 51%다.

문제는 일관성이다. 정부는 코로나19 이후 지방재정의 적극적 역할을 요구하며 1차 추경에서는 교부세를 증대했다. 국세수입은 감액하면서도, 내년에 지급해도 되는 2019년 교부세 정산분 등을 올해 지급했다.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지방정부 재원을 확충해주려는 의도였다. 지방정부는 이에 따라 예산을 편성하고 집행하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3차 추경에서 교부세를 감액한 것은 일관적인 정책이 아니다.

물론 내국세 수입과 연동되는 지방교부세는 삭감 정산해야 한다. 그러나 정산 시기는 꼭 올해일 필요가 없고 내년 또는 내후년까지 늦출 수 있다. 실제로 2015년, 2013년 세입감액 추경했을 때도 해당연도에 교부세 삭감은 이뤄지지 않았다. 2013년도에 12조원을 세입 감액했을 당시 지방교부세법에는 추경 감액분 교부세 정산 시기가 명확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당시는 법을 적극적으로 해석해 추경 감액분을 당해에 반영하지 않았다. 그리고 법을 개정해 2014년부터는 추경세입경정도 다음다음 해까지 정산을 늦출 수 있는 조항을 신설했다.

예산 집행 중에 지방교부세를 감액하면 재정적 대응을 하기 어렵다. 코로나19에 따라 재정 수요 및 수입 변동성이 커진 상황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교부세 감액정산은 이미 예산이 편성된 올해가 아닌 내년 또는 내후년으로 늦춰야 한다. 그래야 지방정부가 충분히 대응할 수 있는 시간을 들여 예산 편성단계에서 감액된 교부세를 반영할 수 있다. 1차 추경에서는 교부세를 늘리고 3차 추경에서 감액하면 액셀과 브레이크를 같이 밟는 모순이 발생한다. 모르고 했다면 지방에 대한 관심이 부족한 것이고, 알고 했다면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눈속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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