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6일 열릴 예정이었던 유럽 최대 음악축제인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유로비전)’가 코로나19 여파로 취소됐다. 대신 소셜미디어를 통한 ‘유로비전 어게인’ 놀이나 ‘인공지능(AI) 송 콘테스트’가 열려 팬들의 아쉬움을 달랬다. 특히 AI 노래 경연대회는 “음악의 미래를 엿본다”는 경연 취지도 이목을 끌었다.
‘AI 송 콘테스트’에서 우승한 호주 ‘언캐니 밸리’ 팀의 대표 이미지 / 언캐니 밸리 공식 블로그
유로비전은 유럽방송협회(EBU) 회원국 가수들이 경쟁해 우승자를 가리는 음악제로 매년 약 2억 명이 해당 경연을 지켜본다. 우승자의 출신국에서 다음 대회가 열린다는 규정에 따라 올해는 네덜란드 로테르담에서 개최될 예정이었지만, 유럽 전역에 코로나19가 퍼지자 EBU는 지난 3월 18일 취소 결정을 내렸다. 1956년에 시작해 올해 65회를 맞은 유로비전 역사에서 ‘대회 취소’는 처음이었다. 대회가 열릴 예정이던 로테르담의 아호이 공연장은 지난 4월 코로나19 환자 치료를 위한 임시 병원으로 바뀌었다.
경연대회 출전을 앞둔 뮤지션들이나 최고의 경연 무대를 기대했던 팬들은 아쉬울 수밖에 없었다. 출전을 앞뒀던 영국의 제임스 뉴먼은 “수많은 관중이 모인 공연장에서 노래를 부르는 것을 꿈꿨지만, 보다 중요한 건 사람들의 건강”이라고 영국 BBC에서 말했다.
네덜란드 방송사 VPRO의 ‘AI 송 콘테스트’ 실시간 중계 화면 / VPRO 홈페이지 캡처
유로비전 팬들은 대회가 취소된 후 매주 주말 밤 유튜브와 트위터로 모였다. 한 팬이 만든 유튜브·트위터 ‘유로비전 어게인’ 계정에서 지난 유로비전 영상을 중계하면, 다른 팬들이 공유·투표하면서 누가 최고의 뮤지션인지 다시 꼽아보는 것이다. EBU 회원국 방송사들은 ‘유로비전 히트곡 듣기’, ‘유로비전 다큐멘터리’, ‘유로비전 뮤지션 히스토리’ 등의 특별 프로그램을 제작·방영하면서 ‘집콕’ 생활 중인 팬들을 끌어모았다.
‘유로비전 어게인’ 트위터 계정
그중에서도 가장 관심을 모은 건 ‘AI 송 콘테스트’였다. 네덜란드 방송 VPRO 등이 기획한 이 대회에는 호주·스웨덴·벨기에·영국·프랑스·독일·스위스·네덜란드 등 13개 팀이 참가했다. 5월 12일 실시간 중계 및 투표를 통해 호주의 ‘언캐니 밸리’팀이 우승했다. 영연방 국가인 호주는 회원국들의 동의를 얻어 2015년부터 대회에 참가하고 있다.
수학자와 컴퓨터 공학자, 인류학자, 음악가들이 뭉친 호주팀은 <Beautiful the World(아름다운 세상)>이란 곡을 선보였다. 올 초 호주의 산불로 수많은 야생동물이 목숨을 잃은 것을 계기로 ‘자연의 회복’을 테마로 했다. 이 팀은 코알라와 쿠카부라(웃음물총새) 소리를 섞어 새로운 전자음을 만들었다. 심사위원단은 “인간 창의력의 한계를 뛰어넘었을 뿐 아니라 인간과 인공지능의 미래에 대해 청중에게 흥미를 제공했다”고 평했다.
앞서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5월 9일 이 대회를 소개한 기사에서 “음악가들이 새로운 유형의 음악을 찾아나서며 AI 활용도 주류가 되고 있다”고 했다. 다만 제프 테일러 영국음악산업협회(BPI) 대표는 “AI를 활용한 새로운 시도는 흥미롭지만, 인간의 창의성을 대체하거나 예술가들이 주도하는 문화 경제를 훼손하는 방향으로 AI가 활용되는 위험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