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막힌 하늘길은 언젠가 뚫리고, 사람들은 다시 해외로 떠날 것이다. 하지만 ‘언젠가’를 짐작하기 어렵다. 각국의 입국 제한 조치가 제각각이라 여행 계획을 세우기도 어렵다. 불확실성이란 안개가 여행자와 여행업계를 휘감고 있다. 여행 전문강사로 활동하는 김다영씨(39)가 최근 펴낸 <여행의 미래>(미래의창)는 이런 위기에서 기회를 찾으려는 이들의 안내서라 할 수 있다.
여행 전문강사 김다영씨가 5월 6일 <경향신문> 여적향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 이상훈 선임기자
2007년부터 부업으로 시작한 김씨의 여행 블로그 활동은 2014년 전업 여행 강사로 직업을 바꾼 계기가 됐다. 그 사이 여행산업은 여행사가 주도했던 패키지 시대에서 온라인 여행 서비스(OTA)와 메타 서치 서비스 등 정보기술에 기반을 둔 플랫폼 시대로 변모했다. 여행자들은 관심사에 따라 스스로 여행을 디자인할 수 있게 됐다. 여행은 유명 관광지를 찍고 오는 ‘일정표’ 중심에서 새로운 문화와 삶의 방식을 배우는 경험의 시대로 넘어왔다. 그는 “여행의 정의가 바뀌고 소비패턴이 바뀌는데 여행 분야에선 여전히 공급자 위주의 미디어만 있다”며 “일시적인 트렌드를 다루기보다 지난 20년 사이의 여행 소비의 변화를 다루자는 차원에서 책을 쓰게 됐다”고 말했다. 처음 책을 기획했던 지난해 5월 이후 1년 사이 상황은 급변했다. 매년 3% 이상 성장할 것이라는 낙관론이 지배했던 여행산업은 코로나19로 급격히 위축됐다.
코로나 시대의 여행은 이전과 달라질까. 김씨는 여행의 양적 성장을 주도한 ‘패키지 시대의 종말’이 앞당겨졌을 뿐, 여행은 오히려 뚜렷한 취향이나 목적의식을 갖춘 여행자들이 주도하는 질적 성장을 추구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어디서 무엇을’ 보다 ‘왜 어떻게’ 여행하는지를 생각하는 ‘목적 있는 여행자’를 뜻하는 ‘프로마드(급진적 유목민)’ 시대가 열릴 것이라는 얘기다.
기후변화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유럽을 중심으로 항공기 이용을 부끄럽게 여기는 ‘플뤼그스캄’이라는 말도 지난해부터 회자되고 있다. 김씨는 “기차 여행이 유행할 거라는 말이 나오고, 실제 코로나19 이전부터 항공 수요가 약간 줄어든 상황이었다”면서 “특히 밀레니얼 세대가 열광적으로 호응하면서 항공 여행보다 육로 여행이나 탄소중립적인 여행을 추구하는 경향이 강해질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불편함도 있겠지만 그럼에도 사람들은 여행을 절대 그만두지 않고 어떤 방식으로든 진화·적응할 것”이라면서 “그 균형이 소위 말하는 뉴노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책에서 각국 관광청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여행 인플루언서로 선정돼 여러 행사에 초청받았던 자신의 사례를 공개하기도 했다. 경우에 따라 불편하게 느낄 수 있는 개인적인 이야기를 굳이 쓴 이유가 있다고 했다. 그는 “치열한 경쟁을 뚫고 해외 관광 프로그램에 참여했는데, 그때마다 많은 해외 인플루언서들이 높은 취재력을 갖추고 있고, 자신만의 유명세를 사업화하는 걸 인상 깊게 봤다. 국내에서도 이 분야에 도전해 자신의 길을 찾는 사람이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었다”고 말했다.
“여행을 일상과 구분하는 시기는 지났다. ‘랜선 여행’이라는 해시태그에서 알 수 있듯 코로나19 와중에도 사람들은 여행을 생각한다. 여행은 이제 삶의 일부인 것이다.” 김씨는 여행과 삶, 일의 3중주를 책과 강의로 계속 알릴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