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한웅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대표 “비정규직 사라지는 그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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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한웅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대표 “비정규직 사라지는 그날까지”

입력 2020.04.24 15:43

코로나19 여파로 고용 충격이 커지고 있다. 고용안전망 사각지대에 있는 일용직과 임시직은 속절없이 일터에서 밀려나고 있다. 통계에 잡히지 않은 비정규직 노동자 상당수는 생존을 걱정한다. 생계 위협에 시달리는 노동자들의 목소리는 멀리 퍼지지 못한다. 이들은 노동계 내부에서도 주류에 속하지 않는다.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에서 발간하는 월간지 <질라라비>는 이들의 이야기를 기록한다. 질라라비는 ‘해방자’를 뜻하는 순우리말로 노동자들에게 필요한 권리를 세상에 알리고 연구한 결과를 공유하는 공간이다. 2002년에 창간해 2020년 4월, 200호를 발간했다. 고단한 여정이었다. 책 디자인은 회원들이 품앗이로 돌아가며 작업했고, 철폐연대 연구소 연구원들과 뜻이 맞는 정책 전문가들이 보내준 원고를 받아 지면을 꾸렸다.

강윤중 기자

강윤중 기자

“‘기적’이라고 부르기엔 좀 그렇지만 그만큼 힘든 일이었어요. 한국노동운동 역사에서 기관지가 이렇게 오래 발간된 건 처음일 겁니다.”

양한웅(61)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대표가 풀어놓은 <질라라비>의 사연은 애틋했다. “출판사에 지급해야 할 제작비가 1년 동안 밀린 적이 있었어요. 사정을 아는 출판사 선생님이 고맙게도 마냥 기다려줬지요. 그러다가 도저히 계산이 안 나오면 후원 행사를 열어서 갚고. 그렇게 책을 만들어왔습니다.”

형편이 여의치 않은데 왜 인쇄매체를 고집할까. 그는 “온라인으로 가야 하나 많이 고민했어요. 철폐연대 상근 활동비도 넉넉히 주지 못하는 형편에 큰 비용이 들어가는 <질라라비>를 계속 오프라인 잡지로 내야 하나. 거의 포기 직전까지 간 적도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질라라비>는 무게감 있는 기록물로 남아야 한다’는 바람을 떨쳐내지 못하겠더라고요. 근근이 버티는 사이에 회원도 늘고. 십시일반으로 도와줘서 잡지를 포기하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양 대표는 한국통신 노동자 출신으로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 집중해온 노동운동가다. KTX 해고승무원 문제 해결을 위한 대책위원회 집행위원장을 맡으며 10년 동안 KTX 투쟁을 이끌기도 했다. “2001년, 그때는 비정규직이라는 단어 자체도 생소하던 시절인데 한국통신(KT) 계약직 노동자들 8000명이 해고됐어요. 계약직 노동자들이 투쟁에 나섰는데. 정말 처절하게 투쟁을 했습니다. 그 모습을 보는 데 숙연한 감정이 들더군요. 그들의 투쟁을 목도한 뒤에 ‘나도 비정규직 노동자를 위해 살아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비정규직의 권리를 찾기 위해 숨 가쁘게 달려왔지만 야속하게도 한국사회는 더 많은 비정규직을 쏟아내고 있다. 전과 달리 지금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잘 보이지 않는 곳에 스며들었다. “학교나 기업, 공공기관 비정규직들은 그래도 노동권을 보장받아 목소리를 낼 수 있지요. 하지만 그 밖에 있는 플랫폼 노동자들은 취약한 노동환경에 그냥 노출돼 있어요. 노동권이 없는데 그 사실조차 인지 못 하는 형편이지요. 한국사회에서 비정규직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이상 빈부격차 문제의 해소는 불가능합니다. 비정규직은 고용 형태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 차별의 문제예요. 더 많은 노동자가 적극적으로 노동권을 주장하고 찾을 수 있도록 노력할 겁니다. 아, 물론 <질라라비>는 비정규직이 사라지는 날까지 펴낼 겁니다.”

<반기웅 기자 b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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