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년간 그가 올리는 영상이 큰 위안이 되었다. 유튜브에 들어가면 가장 먼저 체크하는 것이 그가 올리는 여행영상이었다. ‘빠니보틀’ 박재한씨(33). 지난해 1월, 태국 방콕에서 시작한 그의 세계여행은 캄보디아·베트남·라오스·인도와 중동·유럽을 거쳐 올해 3월 하순 러시아에서 마무리됐다. 장장 434일에 걸친 대장정이다.
강윤중 기자
원래 계획은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고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비행기를 타고 귀국할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 확산으로 계획이 바뀌었다. 쉽지 않은 일정이었다. ‘빡시게 세계여행’이라는 콘셉트라 예정대로 되는 것은 없었다. 한국에 돌아와 2주 격리생활을 마칠 때쯤 그에게 e메일을 보내 인터뷰를 요청했다.
“사주를 본 적 없어 잘 모르겠어요. 어렸을 때 엄마가 비슷한 것을 봤는데 역마살이 끼어 있다는 이야기를 한 것은 같고요. 사주는 안 믿는 편입니다.” 제일 먼저 물은 질문은 ‘사주에 역마살이 있다고 나오는가’였다. 이번 세계여행이 그의 첫 여행이 아니다. 유튜브를 시작하기도 전에 인터넷커뮤니티나 블로그상에 올린 여행 콘텐츠로 그는 제법 유명세가 있었다.
처음엔 ‘시간이 지나면 까먹으니’ 일종의 비망록 차원에서 여행기를 쓰기 시작했지만 ‘이왕 쓸 거 한 사람이라도 더 보면 좋겠다’는 생각에 블로그뿐 아니라 인터넷커뮤니티 게시판에도 올리기 시작했다. 인터넷커뮤니티와 인연은 여행뿐 아니다. “사실 이렇게 제가 만드는 영상들이 알려진 것이 지금도 믿기지 않아요. 1년 전만 하더라도 집에서 게임하는 백수, 그런 사람이었는데 개인적으로 내가 뭐라고 그런 느낌도 들고. 뭐, 이럴 수 있을 때 즐기려고 합니다.” 참, 빠니보틀이라는 닉네임은 그가 인도여행을 할 당시 기차간에서 자고 있는데 음료수를 파는 행상이 힌디어로 “빠니보틀, 빠니보틀…”이라고 읊조리던 것이 인상에 남아서 지은 이름이다. ‘음료수 있어요’ 정도의 뜻. 콘텐츠를 등록하면서 ‘닉네임을 뭘로 하지?’ 하다가 링딩동 노래처럼 머릿속에 각인이 되어 자동으로 나온 이름이다.
게임처럼 재미있게 즐기다 온, 그런 콘셉트로 어필하고 싶었다고 그는 말하지만 아무렇게나 막가는 것은 아니다. 영상 사이사이 주어진 조건에서 최대한 조사를 한다. 위키피디아나 나무위키 같은 사이트에 올라온 정보도 참고했다. 터키의 닥터피시 발상지 여행 영상은 그렇게 검색 품을 팔아서 발견한 것. 기존 여행상품 리스트에는 존재하지 않는 곳이다. 그는 ‘오버투어리즘’, 즉 남들이 다 가본 데만 가고 특정 유명여행지에만 사람들이 몰리는 인증사진용 여행에 비판적이다.
코로나19 국면이 진정되면 남미·오세아니아로 여행을 떠날 계획을 세워뒀지만 현재로선 그게 언제쯤 실행될지 알 수 없다. “관광업계가 받은 타격은 생각보다 훨씬 심각합니다. 블라디보스토크에 가니 한국업체의 거의 80%가 접고 들어갔다고 해요. 전 세계적으로 타격을 입게 된 것이니까 너무 아쉽습니다.” 당분간은 고향인 강원 춘천의 농막에 왔다 갔다 하며 경운기를 몰아보거나, 농사에 도전해보는 등 소소한 ‘브이로그(비디오+블로그)’를 찍을 계획이라고 그는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