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선수들이 체력 보충을 위해 홍삼 제품을 먹는다. 훈련 후에는 늘 곱창을 먹으러 간다. 여기까지는 그럭저럭 괜찮다. 몸을 중시하는 직업의 특성상, 은퇴한 선배가 고깃집을 운영한다는 설정이 깔려 있으니까. 그렇지만 툭 튀는 장면도 다수였다. 선수들이 떡볶이집에서 대왕오징어 튀김을 들어 올리며 ‘도원결의’를 다진다. 모녀가 뜬금없이 “요즘은 핫도그도 배달되는 세상”이라며 체더치즈 핫도그를 맛있게 먹는다.
과도한 PPL로 시청자에게 불만을 샀던 드라마 속 장면들. 맨 위에서부터 SBS <스토브리그>, tvN <사랑의 불시착>, <미스터 션샤인>
최근 종방한 화제작 SBS <스토브리그>의 장면들이다. 마치 CF의 한 장면처럼 정겨운 그림이지만 생경함에서 오는 당혹감은 시청자의 몫으로 남는다.
<스토브리그>는 야구 산업의 뒷면과 선수들의 스포츠맨십을 전면에 세운 신선한 소재, 매끄러운 연출 그리고 배우들의 연기력으로 호평을 받은 드라마다. 그러나 이들도 PPL(간접광고)에서 자유롭지는 못했다. 맥락 없이 튀는 PPL 장면은 드라마 속 유일한 옥의 티였다.
시청자들은 치고 빠지는 PPL의 공격에 맥을 못 춘다. 우리가 드라마를 보는 이유는 공감과 몰입을 통한 카타르시스라는 감정 때문일 것이다. 자연스러운 PPL 노출로 드라마계 ‘신급’으로 추앙받는 김은숙 작가조차 조선 개화기에 난데없이 딸기빙수를 등장시키며 실소를 자아내기도 했다.
피할 수 없다면 즐겨야 하나. 연말 드라마 시상식에서 ‘최고의 PPL상’을 수여하면 차라리 속 편하게 즐길 수 있을까. 드라마 속 PPL을 적재적소에 잘 녹여내는 것이 작가의 능력으로 손꼽히는 요즘이다. 드라마 속에 PPL이 난무하기 시작한 이유는 방송사가 드라마의 제작비를 압도적인 비율로 광고주에 의지하면서다. 한 드라마 작가는 “더 이상 PPL 없는 드라마란 존재할 수 없다. 드라마 한 편을 제작할 때마다 PPL 전담 대행사가 따라붙는다”고 설명한다. 대행사의 역할은 제작진 대신 광고주와 PPL에 대해 소통하기 위해서다. 대행사는 광고를 수주하고 드라마 속에서 이를 얼마나 잘 녹였는지 모니터하며 제작진과 광고주의 이견을 조율해간다.
드라마 작가는 “주인공이 해당 음식점에 가서 음식을 먹으며 대화를 나누는 장면은 억 단위 PPL이다. 때로는 ‘기쁘고 즐거운 분위기에서 먹어야 한다’는 광고 조건이 따르기도 한다. 또한 단순히 제품이 노출되는 형태는 천 단위다. 단, 톱스타인 주인공이 사용하는 장면이 나오면 그 단가는 더욱 올라간다. 예를 들어 손예진이 청소기를 들고 사용하는 장면이 나온다면 광고 단가는 2~3배로 뛴다. 작품 전체에서 청소기를 10번 들었다면 약 3억원이 책정되는 식이다”라고 설명했다.
제품 노출이 광고비로 이어지는 문제라 광고주가 노출 정도나 분위기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컴플레인을 걸면 제품이 재등장하는 경우도 생긴다. 이렇다보니 시청자들은 ‘PPL 노이로제’가 걸릴 지경이다. 이제는 드라마에 꼭 필요한 소품마저 ‘저거 PPL 아니야?’라며 불신의 눈초리로 바라보게 된다.
몰입에 방해되지 않는 PPL 노출, 웰메이드 드라마 조건의 하나로 떠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