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이란 군부 실세 암살로 긴장이 고조되던 지난 1월 4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트위터에 이란이 보복한다면 “이란과 이란 문화의 중요한 곳들을 신속하고 강하게 공격할 수 있다”고 밝혔다. 고대 메소포타미아 문명 지역으로 페르시아 제국으로 번성했던 역사를 가진 이란으로선 모욕적인 발언으로 받아들였다.
하늘과 땅과 물과 식물이라는 4개 요소를 바탕으로 꾸며진 이란의 ‘페르시아 정원’은 독특한 조성양식 때문에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돼 있다. /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
이란에는 세계적인 유적들이 많다. 이라크와 인접한 이란 서부 초가잔빌의 지구라트(성탑)는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이다. 기원전 1250년 무렵 지어진 이 거대한 지구라트는 진흙 벽돌을 높이 쌓아 만든 메소포타미아의 전형적인 거대 건축물이다. 페르시아보다 앞서 존재했던 엘람 문명의 유산이라는 점에서 가치가 높다.
중부 이스파한에 있는 마스제데 자메(금요일의 모스크라는 뜻)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다. 4개의 뜰로 이뤄진 사산왕조의 궁전 배치를 이슬람교의 건축양식에 적용해 지은 최초의 이슬람 건축물이다.
남동부 고대 오아시스 유적도시 밤(Bam)의 성채인 ‘아르게 밤’도 이란이 자랑하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다. 아르게 밤은 오아시스 도시 건설을 가능케 한 지하 관개시스템인 카나트의 흔적을 보여주는 유적으로서 가치를 인정받는다. 카나트는 산의 지하 대수층까지 뚫은 길고 깊은 지하 터널이다. 지하에 설치돼 물이 증발할 위험이 없다. 진흙으로 쌓은 이 성채 도시는 얼음창고 등 호기심을 끄는 시설로 유명하다. 겨울에 쌓여 있던 얼음덩어리를 녹여 여름에 식수로 사용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2003년 대지진으로 폐허가 됐지만 복원작업으로 간신히 살려냈고, 2013년 세계위험유산리스트에서 제외됐다.
이외에도 기원전 6세기 페르시아 제국의 수도였던 페르세폴리스, 지금은 수쉬로 불리는 고대도시 수사의 아파다나 왕궁, 다리우스 대왕 시절의 유적과 기원전 5세기 슈슈타르의 수리(水理)시스템, 몽골의 점령과 파괴에도 살아남은 53m 높이의 곤바드 이 카부스 영묘까지…. 이란이 자랑하는 문화유산은 수도 없이 많다.
세계인들이 사랑하는 문화유산을 파괴할 수도 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비난 여론이 쏟아졌다. 문화유산을 무차별 공격하는 것으로 악명 높았던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조직들과 다를 게 없다는 말까지 나왔다. 2012년 아프리카 말리의 팀북투의 이슬람 유적지를 파괴한 알카에다 연계 반군 ‘안사르 디네’, 2001년 바미얀 석불을 파괴해 악명을 떨친 아프가니스탄 탈레반에까지 비유됐다.
사실 세계적인 문화유산 보존을 가벼이 여기는 인식은 트럼프 정부에 국한된 것은 아니다. 앞서 조지 W. 부시 정부 시절인 2003년 이라크를 점령한 미국은 박물관 약탈을 막기는커녕 유물을 빼돌리고 온라인 경매사이트 이베이에 내다 팔아 지탄받았다. 이란 정치분석가 메흐르다드 하디르는 AP통신 인터뷰에서 기원전 330년 그리스인의 침략으로 페르시아 도시들이 파괴된 것을 언급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새로운 알렉산드로스 대왕이 되겠다는 것이냐”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