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가의 12월은 시상식 준비로 분주하다. 방송사들은 자사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의 성과를 분석하고 시상식을 통해 지난 1년간의 공을 치하한다. 시상식은 한 해를 마무리하는 일종의 마침표다.
MBC
그러다보니 각 방송사의 시상식 담당 PD들과 작가들은 타사와 차별화되고 돋보이는 콘텐츠를 보여주기 위해 골머리를 앓는다. 갈수록 플랫폼이 다양해진 다매체 시대에 접어들어선 요즘은 고민이 날이 갈수록 깊어진다고 한다. 단순히 그해 가장 돋보이는 인물을 섭외하고 잘나가는 가수의 축하 공연만으로 칭찬받는 시대는 지났다. 감각적인 연출과 재기발랄한 구성, 이를 따라줄 스타들의 무대가 승부수다.
하지만 가장 궁금한 건 역시 누가 어떤 상을 받느냐다. 상대적으로 예능 콘텐츠가 우위에 섰던 MBC는 <방송연예대상>을 보는 재미가 쏠쏠할 것으로 보인다. MBC가 전폭적으로 밀고 있는 신인가수 유산슬이 축하 무대를 펼칠지, 특별출연한 펭수는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놀면 뭐하니?>로 1인 무한도전을 펼치는 유재석과 <나 혼자 산다>와 <구해줘! 홈즈>에서 돋보인 박나래의 대상 수상 여부도 관심사다.
반면 KBS는 <연예대상>보다 <연기대상>에 관심이 쏠린다. 하반기 많은 시청자를 웃기고 울렸던 <동백꽃 필 무렵>의 공효진과 <세상에서 제일 예쁜 내 딸>의 김해숙, <왜 그래 풍상씨>의 유준상 등이 쟁쟁한 경쟁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사실 성과가 빼어나면 상을 주는 건 어렵지 않다. 문제는 상을 받을 사람이 모호한 경우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드라마 흉작을 겪은 MBC는 <검법남녀> 외에는 상을 줄 만한 작품도, 배우도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하반기 <어쩌다 발견한 하루>가 호평을 받았지만 신인상 외에는 상을 줄 명분이 적절치 않다.
예능 프로그램이 일정한 성과를 거둔 KBS와 SBS도 고민이 깊긴 마찬가지다. 두 방송사 모두 집단 MC 체제의 작품이나 관찰 예능 프로그램의 인기가 높기 때문이다. 외식사업가 백종원씨가 매년 수상을 고사하고 있는 SBS는 <미운 우리 새끼>, <동상이몽>, <불타는 청춘> 등이 선전했다.
KBS도 <슈퍼맨이 돌아왔다>,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 <살림하는 남자들>이 화제를 모았다. MC의 진행능력보다 기획력이 성패를 좌우한 작품에서 특정 인물 1명에게만 트로피를 안기는 것도 쉽지 않은 결정이다. 매년 시상식의 권위 및 공정성 부재 논란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이왕 상 줄 사람을 찾기 힘들다면 발상의 전환을 해보는 건 어떨까. 굳이 시청률과 공로를 따져 줄을 세우고 사내 종무식처럼 ‘그들만의 리그’로 남기보다 시청자와 방송사가 함께 즐길 수 있는 축제를 만드는 것이다. 2016년 tvN이 개국 10주년을 맞아 개최한 <tvN10 어워즈>에서 참신한 발상으로 호평을 받은 것처럼 말이다. 아주 조금만 비틀면 달리 보이는 것처럼 방송사들의 천편일률적인 시상식도 이제는 달라질 때다. 질책보다 기대로 가득 찬 시상식을 만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