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나 그렇듯 이라크의 젊은이들도 온라인 게임을 좋아한다. 게임중독이 늘자 지난 4월 의회는 온라인 게임 규제 결의안을 내놨을 정도다. 그러나 ‘꼰대’들의 잔소리는 오히려 게임의 인기만 더 끌어올렸을 뿐이다.
고대 메소포타미아의 놀이문화에서 기원한 ‘우르 게임’의 도구들. / regencychess.co.uk
쿠르드계 고고학자인 라나 하다드도 온라인 게임을 즐겼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환상에 기반을 둔’ 게임에 대한 관심이 시들해졌다. 그 대신 이라크의 풍부한 문화유산이 그의 흥미를 끌기 시작했다. 하다드는 현장 발굴을 다니면서 보고 배운 것들을 게임으로 만들어 이슬람국가(IS)의 폭력에 지친 이들에게 보급하기로 했다. 중동 온라인매체 알모니터는 지난 9월 29일 ‘고대 메소포타미아의 문명을 담은’ 보드게임을 만든 여성 고고학자의 이야기를 소개했다.
곧 시판될 게임의 이름은 ‘우르빌룸(Urbilum): 아시리아 제국’이다. 성서에도 나오는 우르빌룸은 쿠르드 지역의 중심도시 아르빌의 옛이름이다. 게임은 두 사람이 하는데, 정착지들을 짓는 것으로 시작해 더 강력한 고대 제국을 건설하는 쪽이 이긴다.
이라크 고고학자 라나 하다드가 개발한 보드게임 ‘우르빌룸’의 이미지. / 우르빌룸 페이스북
플레이어들은 먼저 아시리아의 유명한 왕들에서 따온 ‘세나체리브’와 ‘아슈르바니팔’이라는 두 캐릭터 중 하나씩을 고른다. 요새와 사원을 짓고, 군락을 만들고, 왕궁도 건설한다. 전차와 정복군, 사냥과 노동, 사자와 제왕. 고대의 돋을새김 조각들과 점토판이 게임으로 옮겨왔다. 문명의 요람에서 자라난 그에게도 고대 문명을 게임으로 옮기는 것은 ‘특별한 도전’이었다. 완성된 제품은 아랍어, 아시리아어, 쿠르드어, 영어판으로 제작됐다.
오늘날의 이라크에서 시리아로 이어지는 지역에 있었던 아시리아 제국은 기원전 2500~609년 존속하다가 쇠락했다. 하지만 지금도 중동과 미국, 유럽에 200만~350만명이 살고 있다. 인류 초기 제국이지만 아시리아의 역사는 많이 알려져 있는 편이다. 고대 도서관의 장서들을 비롯해 남아있는 유물과 유적이 많다. 점토로 된 유물들은 숱한 침략 속에서도 상당수가 살아남았다. 또 19세기 중반부터 유럽 고고학자들이 들어가 유적을 많이 발굴했고, 이라크도 발굴에 열심이었다.
이라크 북부 니느웨(니네베)의 왕궁에 있던 기원전 7세기 아시리아 제국 아슈르바니팔 황제의 조각. 영국 고고학자들이 떼어가 지금은 런던의 영국박물관에 소장돼 있다. / 위키피디아
고대 메소포타미아가 담긴 보드게임은 전에도 있었다. 무려 5000년 전부터 이 지역 사람들이 즐겼던 ‘우르 게임’은 우르 제국으로부터 기원했다 해서 후대에 붙여진 이름이다. 다양한 그림이 그려진 H자 모양의 나무판을 이용한 2인용 게임으로 체스와 비슷하다. 지금은 온라인 게임으로도 나와 있다. 이라크 북부 라니야에 있는 라파린대학은 지난해 이 게임을 현대적으로 재구성한 뒤 지역 주민들에게 보급하기도 했다. 두라 알로마르라는 이라크 디자이너는 유퍼 깊은 바그다드를 재건하는 ‘임페리얼 레이스’라는 온라인 게임을 올 초 두바이 게임쇼에서 선보였다.
시리아와 이라크의 정권들은 소수민족을 탄압했다. 미국은 시장과 민주주의라는 이름으로 ‘카우보이 문화’를 이식하려 했다. IS는 인류의 유산들을 파괴했다. 그러나 수천 년 역사는 사라지지 않는다. 유형·무형의 요소들이 어떤 형태로든 전달되고, 공동체에 뿌리를 상기시키는 근원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