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이것은 한 편의 잔혹동화다. 동화 속 주인공들이 숱한 고난과 역경을 헤치고 행복하게 잘사는 것으로 이야기가 마무리되는 것과 달리 조연들의 끝은 누구도 궁금해 하지 않는다. 주인공을 돋보이기 위해 동고동락했던 조연들은 다시금 주인공의 ‘해피엔딩’에 눈물을 머금어야만 한다. 요즘 방송가를 떠들썩하게 만든 Mnet <프로듀스> 시리즈와 <아이돌 학교> 이야기다.
Mnet
오디션은 방송이 보여줄 수 있는 쇼비즈니스의 끝판왕이다. <슈퍼스타K>를 시작으로 <쇼미더머니>와 <프로듀스> 시리즈로 이어지는 Mnet의 오디션 프로그램은 주인공의 감동적인 사연과 이들을 괴롭히는 악역(함께 출연하는 오디션 참가자, 혹은 트레이너), 그럼에도 온갖 악조건을 헤쳐 나가는 주인공의 모습을 통해 시청효과를 극대화했다. TV 속 제한된 이미지에 혹한 시청자는 유료 문자메시지를 통해 주인공을 지지했다.
<프로듀스> 시리즈는 시청자에게 “당신이 이 동화 속 주인공을 직접 정할 수 있다”며 ‘국민 프로듀서’라는 호칭으로 시청자들을 유혹했다. ‘아이오아이’, ‘워너원’, ‘아이즈원’ 등이 국민 프로듀서의 손을 통해 탄생한 듯했지만 아뿔싸! 이 과정에서 전지적 작가시점이 개입했을 것이라고는 미처 생각지 못했다.
동화의 실제 집필자인 Mnet이 ‘보이지 않는 손’을 발휘한 흔적이 곳곳에 노출됐다. 오만한 집필자의 오류를 찾아낸 시청자들은 이들이 과거 <아이돌 학교>란 오디션에서도 똑같이 ‘보이지 않는 손’을 적용한 것까지 찾아냈다. 설상가상으로 주인공 후보들에게 혹독한 추위와 눈물 젖은 빵을 강요했고, 갖은 고생 뒤 주연의 자리를 놓친 이들에게 “실시간 검색어의 주인공은 너다”라고 속삭이며 선심 쓰듯 전속계약을 제안했다. 동화 속 공주처럼 고운 옷을 입고 방긋 웃을 것만 같은 아이돌 스타 지망생들은 참다못해 집필자에게 반발하며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조연들의 반란에 불안한 건 자신도 모르게 그 자리를 꿰찬 주인공들이다. 방송가에서는 부정 주인공으로 의심받고 있는 모 가수가 지인들에게 “아무래도 나인 것 같아”라고 고백했다는 소문이 자자하다. 이제 삶을 막 시작하는 단계인 이 가수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부정한 주인공으로 낙인 찍힌 채 하루하루를 초조하게 보내고 있다는 전언이다.
그래서 이 잔혹동화의 끝은 어떻게 마무리될까. 전지적 작가인 Mnet은 모든 사실을 함구하고 있지만 수사기관의 조사결과에 따라 관계자들을 징계할 것이다. 각 기획사들도 법적인 제재를 받을 것이다. 하지만 여기까지다. Mnet은 새로운 오디션 프로그램을 내놓을 것이고, 각 기획사들은 연습생을 출연시키고, 그들을 주축으로 한 새로운 그룹을 선보일 것이다. ‘조작 논란’의 당사자로 지목된 몇몇 멤버들은 팀에서 퇴출되거나, 계속 활동을 하더라도 ‘조작’ 꼬리표를 달 수밖에 없다. 억울하게 팀에 합류하지 못한 희생자 역시 다시 기약 없는 데뷔를 기다려야 한다. 주인공도, 조연도 ‘팀킬’되는 이상한 마무리를 막기 위해선 시청자들의 현명한 개입이 필요할 때다. 진짜 빌런은 방송사가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