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동씨는 사방이 뻥 뚫린 식당에서도 시민들과 잘 소통하는 편이에요. 반면 유재석 씨는 외부에서 PD를 만날 때는 모자에 후드티셔츠까지 쓰고 나타나죠.”
2010년대 강호동과 유재석이 방송가의 양대산맥으로 군림할 때 한 예능 PD가 해준 얘기다. 당시 유재석은 MBC <무한도전>과 KBS 2TV <해피투게더>, 지금은 폐지된 SBS <일요일이 좋다-패밀리가 떴다> 등으로 절정의 인기를 누렸다.
그만큼 자기관리도 철저했다. 행여 대중에게 실망을 끼칠까봐 일체의 유흥을 멀리했고 함께 출연하던 <무한도전> 멤버들에게도 “대중의 사랑을 받는 만큼 항상 언행을 조심하라”고 주의를 줬을 정도다. 강호동이 KBS 2TV <해피선데이-1박2일>로 시민과 친근하게 소통하는 것과는 사뭇 다른 행보였다. 방송가에서는 길이나 노홍철 같은 <무한도전> 멤버들의 잇따른 일탈도 교장선생님 같은 유재석의 엄격함을 이겨내지 못했다는 말이 돌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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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던 유재석이 확실히 달라졌다. ‘유느님’으로 머물던 천상계에서 인간계로 내려와 본연의 ‘날유(날라리 유재석)’로 돌아온 느낌이다. ‘유재석 판 무한도전’을 표방한 <놀면 뭐하니>에서는 유재석의 변화를 확연히 체감할 수 있다. 조세호를 ‘호세’라고 칭하거나 김태호 PD를 ‘호태’라고 칭하는 사소한 습관부터 상대의 이야기가 재미없으면 거리낌 없이 자르는 모습까지, 상대를 배려하는 친절한 ‘유느님’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다.
김태호 PD의 꾐에 빠져 배운 서투른 드럼이 새로운 음악으로 탈바꿈하는 과정을 그린 ‘유플래쉬’에서는 이런 모습이 제대로 드러난다. 음원강자 헤이즈, 폴킴과 함께 등장한 픽보이에게 제대로 눈길조차 주지 않던 유재석은 그가 BTS 뷔, 박서준, 박형식, 최우식 등과 절친한 사이라는 걸 알고 바로 태세를 전환한다. 트로트 가수로 나선 ‘유산슬’ 프로젝트에서도 트로트 가수 진성과 윤수현, 작곡가 김도일의 ‘저세상 토크’에 난색을 표하며 이야기를 싹둑 자른다.
<일로 만난 사이>는 한술 더 뜬다. 극한 노동의 현장을 경험해야 하는 이 프로그램에서 유재석은 ‘투머치 토커’ 본능을 버리지 못해 이효리에게 “말 좀 그만하라”는 지청구를 듣는다. 그는 3회 출연자인 유희열과 함께 출연한 정재형에게는 “(유희열) 형만 섭외했는데 (정재형) 형은 왜 따라왔어?”라고 무안을 주고, 깐족대는 장성규에게 “뒤통수 한 번 때리고 싶다. 비호감 멘트를 어디서 배우니?”라며 부들부들 떨기도 한다.
예전 같으면 제작진이 알아서 편집했을지 모르는 유재석의 또 다른 모습에 대중은 열광했다. 친절한 유느님의 그늘에 가려진 인간 유재석의 민낯을 만나볼 수 있는 건 유재석이 달라진 미디어 환경과 시청자들의 유머코드에 따른 변화를 수용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변화의 시기가 다소 늦은 만큼 변화의 폭은 적극적이고 대담했다. 퇴보가 아닌 도전이라는 선택을 택함으로써 그는 방송가의 ‘1인자’ 자리를 다시 한 번 꿰찰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