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종원은 국내에서 가장 성공한 외식사업가 출신 방송인이다. 강남의 한 포장마차에서 비롯된 그의 외식사업체는 중식, 삼겹살, 국수, 주점 등 한국인이 좋아하는 외식 영역 곳곳에 포진해 있다. 그의 외식사업체는 ‘가성비’로 승부한다. 저렴한 가격 대비 대중적인 맛으로 주머니 가벼운 이들의 한 끼를 책임진다.
SBS화면 캡처
방송에서 백종원은 가성비가 매우 높은 소재임에 분명하다. 2015년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부터 tvN <집밥백선생>, 올리브TV <한식대첩>, SBS <3대천왕>, <푸드트럭>, <골목식당>, tvN <스트리트 푸드 파이터>까지 백전백승 높은 화제성과 시청률을 견인했다. 현재 전문방송인인 유재석, 강호동보다 높은 승률을 자랑하는 이는 백종원뿐이다.
추석 연휴 파일럿 전쟁의 승자도 백종원이었다. 백종원을 앞세운 SBS 파일럿 예능 프로그램 <맛남의 광장>은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를 싹쓸이하며 화제를 모았다. 시청률은 6.0%(닐슨코리아 전국기준)로 KBS 파일럿 <달리는 노래방>(7.9%)에는 뒤졌지만 광고판매지표인 2049시청률에서 2.0%로 전체 파일럿 예능 중 2위를 기록하며 선방했다.
<맛남의 광장>은 지역특산품을 이용한 신메뉴를 개발해 휴게소, 철도역, 공항 등 유동인구가 많은 장소를 이용하는 교통 이용객들에게 음식을 선보이는 내용을 담았다. 배경은 충북 영동에 위치한 황간휴게소. 때마침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의원이 5000원 라면에 분노하며 ‘휴게소감독법’을 발의한 만큼 시기도 적절했다. 서민들에게 값싸고 질 좋은 음식을 제공하면서 농가의 시름을 덜어주자는 공익적 취지까지, 흠 잡을 게 없었다.
방송에서는 영동 특산물인 옥수수, 표고버섯, 복숭아를 활용한 레시피로 마약옥수수, 버섯덮밥과 국밥, 복숭아 파이 등을 먹음직스럽게 선보였다. 극한 노동에 본업인 웃음을 잃은 채 우왕좌왕하는 양세형의 모습이나 예능 프로그램인 줄 알았다가 노동의 실체를 맛본 박재범이 “정규프로그램이 되면 월드투어를 떠날 것”이라고 손사래를 치는 모습에서도 고개가 끄덕여진다.
그런데 여기까지다. <맛남의 광장>은 흡사 백종원의 여러 프랜차이즈 사업체 같은 느낌으로 다가온다. 그간 방송을 통해 익숙해진 백종원표 예능의 성공비결을 고스란히 따랐지만 만능간장이나 설탕처럼 대중의 입맛을 사로잡은 비장의 무기가 빠졌다고나 할까. <3대천왕>부터 <골목식당>까지 SBS에서 백종원과 함께 호흡을 맞춘 이관원 PD는 모험 대신 앞서 연출한 작품의 장점만 갈아 넣은 모양새다. 양세형, 박재범, 백진희와 함께 레시피를 개발하는 모습은 <집밥백선생>과 <고교급식왕>의 그것이고, 휴게소에서 사람 좋은 웃음을 지으며 음식을 판매하는 모습은 <푸드트럭>을 연상케 했다.
같은 PD와 출연자가 뭉친 만큼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기 힘들다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냉장고를 부탁해>를 통해 냉장고 속 음식이 셰프의 창의력으로 레스토랑 음식처럼 변모하는 모습을 목격하지 않았던가. 왜 백종원이라는 고급 재료를 프랜차이즈 식당 음식으로 남기려고 하는지, 안타까울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