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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끼다가 이제야 찾아쓰는 2020년 예산안

입력 2019.09.06 15:32

  •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 소장,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객원교수

2018년까지의 긴축재정은 재정건전성을 위해 의도된 것이 아니라 초과세수를 적절히 사용하지 못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민간자금을 위축시켰다. 그동안 비축한 재정여력을 이제야 활용하는 것은 늦은 감이 있다.

2020년 예산안이 국회에 제출되었다. ‘2020 회계연도 정부 예산안 및 기금 계획안’이라는 이름으로 공식 발표됐다. 이는 문재인 정부의 4년차 예산안이다. 최근 내수경제 악화에 따라 재정의 적극적 역할이 요구되는 동시에 저출산 고령화 사회에 대비하여 재정여력을 비축해야 할 필요도 있는 상황에서 2020년 재정지출안이 발표된 것이다. 이번에도 언론은 ‘초슈퍼 예산’이니 ‘막대한 재정지출을 위한 재정확대 정책’이라는 보도를 쏟아내고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8월 27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기획재정부에서 확장적·적극적 재정운영 기조를 강화한 2020년도 예산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연합뉴스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8월 27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기획재정부에서 확장적·적극적 재정운영 기조를 강화한 2020년도 예산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러한 보도는 일단 ‘가짜뉴스’다. IMF 외환위기 같은 상황이 아니고서는 예산은 항상 증가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매년 슈퍼예산’이 되는 것은 당연하다. 더구나 한국의 국가부채 비율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36%에 불과해 비교대상이 없을 정도로 건전하다. 미국은 110%가 넘고 일본이 GDP 대비 280%에 육박하고 있는 것을 보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다. 진실은 오히려 2016~2018년 초과세수(68조원)가 발생했다는 점이다. 그런데 이를 지출로 연결하지 않고 국가채무 축소에 사용했다.

따라서 2020년 예산안은 당시 비축한 재정여력을 사용해 재정건전성 유지와 적극적 재정지출과의 균형을 추구했다는 평가가 가능하다. 기존에 모아놓은 돈을 내년에 사용하려고 하는 것이다. 나라살림연구소가 예산정책처로부터 입수한 자료에 의하면 2017~2018년 결산상 재정충격지수는 모두 음수를 기록했으며(-1.04, -0.29, -0.53), 통합재정수지도 큰 폭의 흑자(16조9000억원, 24조원, 31조2000억원)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서 마이너스는 긴축정책을 이야기한다.

물론 재정건전성을 위해 긴축정책을 펼친 것을 무조건 비판할 수는 없다. 하지만 재정건전성이 만고불변의 진리가 아니다. 정부의 역할은 경기가 활황일 때는 거품을 막기 위해 재정긴축을, 불황일 때는 경제활성화를 위해 재정지출을 확대한다. 이는 보수·진보를 막론한 경제의 기본 원리다.

좀 더 살펴보자. 내년도 정부의 총지출 증가율은 9.3%로 2018년 재정 증가율(9.9%)보다 다소 내려갔다. 이 역시 경기불황 때문이라는 가짜뉴스가 떠돈다. 물론 반도체 업황 둔화 등 경제적 요인도 있지만 이는 5조1000억원의 지방소비세 이전에 따른 회계적 요인이 작용한 결과로 보는 게 더 적절하다. 부가가치세의 지방소비세 이전비율이 15%에서 21%로 확대되면서 지방정부 귀속 비율이 증대된 것이다. 즉, 중앙정부의 돈이 지방자치단체로 이동했기 때문이다.

2018년까지의 긴축재정은 재정건전성을 위해 의도된 것이 아니라 초과세수를 적절히 사용하지 못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민간자금을 위축시켰다. 그동안 비축한 재정여력을 이제야 활용하는 것은 늦은 감이 있다. 아직도 재정확대의 폭은 매우 작다. 보다 적극적으로 재정지출을 늘려야 한다. 거의 신앙에 가까운 재정건전성에 대한 집착이 아니라면 이제라도 방향을 확실히 바꾸어야 한다. 정부는 역할을 제대로 해야 한다. 세금을 걷고도 쓰지 않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 아니라는 점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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