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시세끼> 신의 한 수 염정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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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시세끼> 신의 한 수 염정아

입력 2019.08.16 15:20

  • 조은별 브릿지경제 문화부 기자

“언니~, 그만 좀 쓸고 닦아, 청소 못하고 죽은 귀신이 붙었어?”

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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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윤세아(41)의 잔소리가 무색하게 염정아(48)는 쓸고 닦고 치우고 버리기를 반복했다. 1991년생인 박소담(28)은 제대로 작동시키지도 못하는 카세트테이프 플레이어를 보고 반색하고, 이선희의 히트곡 <아 옛날이여>에 맞춰 유난히 긴 팔다리를 흔들어댄다. 과연 이 여자가 요염한 몸짓으로 사내를 유혹하던 <범죄의 재구성>의 ‘구로동 샤론 스톤’, 우아한 진주목걸이를 걸고 애교 넘치는 목소리로 ‘쓰앵님’을 외치던 <SKY캐슬>의 사모님과 동일인물이란 말인가.

‘초심’을 되찾겠다며 다시 강원도 정선으로 간 tvN <삼시세끼-산촌>편이 염정아라는 매력적인 여우(女優)를 통해 회생 기미를 보이는 추세다. 염정아는 그간 <삼시세끼>를 다녀간 도회적인 싱글남 이서진과도, ‘차줌마’로 불리며 현란한 요리쇼를 보여줬던 차승원과도 확연히 차별화된 캐릭터다. 천생 ‘서울깍쟁이’ 같은 외모로 국그릇에 콩나물밥을 고봉으로 담아 뺨에 밥풀까지 묻혀가며 입 안 가득 밥을 욱여넣거나 선글라스를 쓴 채 아궁이 앞에 쭈그려 앉아 감자전을 부치며 “오늘 (감자전) 많이 팔았어요”라고 시골 좌판 아낙네처럼 야무지게 되받아치는 모습은 그간 염정아가 보여준 도도하고 새침한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다. 도시에서는 생전 해보지 않은 고된 노동에 지쳐 동생들이 대자로 뻗을 때도 “내가 성격이 급해서 손해를 본다”고 구시렁대며 좀처럼 쉬지 않고 몸을 놀린다. 1991년 미스코리아 선으로 데뷔한 이후 다채로운 캐릭터로 변신에 변신을 거듭했던 염정아지만 그의 새로운 모습에 대중은 열광했다.

실제 염정아는 털털한 여배우 중 한 명이다. 굳이 출연작 중 실제 모습과 가까운 인물을 따지자면 영화 <전우치>(2009)의 허당기 넘치는 여배우 모습에 근접하다고 할까. 그는 TV 속에서 갓 빠져나온 모습만 보여주려는 여타 여배우들과 달리 자신의 민낯을 공개하는 데 주저함이 없다. 이런 모습은 염정아가 나영석 PD와 처음 인연을 맺었던 KBS 2TV <해피선데이-1박2일>의 ‘여배우 특집’(2012)에서도 예외 없이 드러난다. 입수를 면하기 위해 미션이 주어지자마자 잽싸게 몸을 날리거나 허기에 지쳐 손으로 찢은 김치를 밥에 척 얹어먹은 장면은 <삼시세끼>의 그것과 별반 다를 바 없다. 당시 김수미, 최지우, 김하늘 등 여타 배우들과 함께여서 그의 분량이 도드라지지 않았을 뿐이다.

<삼시세끼>의 여배우 섭외는 일종의 모험이었다. 아무리 곱게 단장해도 흐르는 땀에 메이크업이 무너지기 일쑤인 무더운 한여름, 카메라 앞에서 감자 캐기 노동에 적극적으로 나설 40대 중년 여배우는 많지 않다. 염정아는 ‘여배우는 야외 예능에 부적합하다’는 편견을 깼다. 톱배우가 아닌 가사노동에 열중하는 평범한 여성의 단면도 보여준다. 여기에 ‘부드러운 중간자’ 윤세아와 ‘맥가이버’ 같은 막내 박소담과 함께 펼쳐낼 이야기도 궁금증을 자아낸다. 푸르른 자연 속 이들이 들려주는 ‘먹고사니즘’에 대한 호기심은 한계에 임박했다고 생각한 <삼시세끼>에 기대감을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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