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하고 괴팍하지만 짠한 장만월 이미지를 위해 아이유가 꼭 필요했다.”
tvN 드라마 <호텔 델루나>의 오충환 PD는 주인공 장만월 역을 놓고 가수 아이유(본명 이지은)를 염두에 두고 기획했다. 대본을 집필한 홍자매 작가와 “아이유가 안 한다고 그러면 하지 말자”고 다짐할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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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아이유에게는 묘한 끌림이 있다. 단순히 ‘국민 여동생’이라는 애칭이나 ‘로리타 콤플렉스’ 같은 논란으로 치부되는 것과는 다르다. 그 끌림은 성장단계에서 영리하게 이미지 변신을 꾀한 아이유의 커리어 관리에서 기인한다. 한때 3단 고음으로 사랑받던 중학생, 연애사를 비롯한 성장과정을 전국민에게 내보였던 10대 소녀는 자신의 음색을 섬세하게 조절하며 타인의 마음을 울리는 아티스트로 성장했다.
이 과정에서 가수 아이유가 아닌 연기자 이지은의 활약도 한몫했다. 2014년 방송된 KBS2TV 드라마 <프로듀사> 속 신디 역은 마치 맞춤옷처럼 쏙 들어맞았다. 가수와 연기자,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듯했다. 하지만 이듬해 방송된 SBS 드라마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에서는 썩 만족할 만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캐릭터에 따라 극명하게 달라지는 불안한 연기력이 발목을 잡았다.
아이유는 2018년 방송된 tvN <나의 아저씨>에서 보란 듯이 연기력 논란을 잠재웠다. 사채업자에게 시달리며 팍팍한 삶을 사는 여주인공 이지안의 쓸쓸하고 공허한 이미지를 자연스럽게 소화해냈다. 그때까지 아이유에게 남아있던 ‘국민 여동생’ 이미지에서 본격적인 성인 연기자로 거듭나게 된 것도 <나의 아저씨> 속 이지안 역할이 컸다.
<호텔 델루나>의 장만월은 쉽지 않은 캐릭터다. 얼핏 <프로듀사>의 신디와 비슷한 이미지지만 훨씬 복잡다단하다. 죽지 않고 1000년 동안 젊은 모습으로 살아온 인물. 인간도, 귀신도 아니고 이승과 저승의 세계에 발을 걸친 이 인물은 그간 드라마 <흑기사>(2017)의 장미희나 <도깨비>(2016)의 공유처럼 연륜 있는 연기자들이 소화해 극찬을 받았던 캐릭터이기도 하다.
드라마 초반 제기된 아이유의 연기력 논란은 그에 대한 기대치가 그만큼 높았기 때문이다. 트렌디한 연기를 소화하는 데 탁월한 재능을 갖춘 아이유지만 아직 채 여물지 못한 모습이 곳곳에서 드러났다.
특히 문장이 길수록 높낮이 없이 동일한 성조로 어색하게 대사를 처리하다보니 인물의 감정이 자연스럽지 못하게 표현되곤 한다. 유쾌한 스토리와 여진구를 비롯한 동료배우들의 뒷받침, 패션쇼를 방불케 하는 의상 등 화려한 볼거리가 부족한 연기력을 메우며 시청률도 상승세를 보이지만 2%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아이유는 이번 논란도 영민하고 영리하게 극복해 나갈 것이다. 위기의 순간, 주저앉지 않고 돌파구를 찾아내 한 단계 높은 단계로 도약하는 게 아이유의 진짜 매력 아닌가. <호텔 델루나>를 통해 새로운 과제를 받은 아이유의 다음 성장이 기대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