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로 태어남이 축복이되 축복이 아니고, 천재로 살아간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인가 보다. 어쨌든 천재들은 우리 사회의 자산이다. 그들의 비상(飛翔)을 응원한다.
거의 10년 전쯤 일이다. 영국에서 수학천재로 화제를 몰고 다니던 소녀가 거리의 여자로 전락했다는 충격적인 사연이 전해졌다. 수피아 유소프라는 소녀는 생후 14개월 만에 알파벳을 깨치고, 네 살 때는 히브리어를 익혔고, 이듬해에는 스페인어를 배웠다. 그러자 부모는 직장도 때려치우고 자식 교육에만 매달렸다. 소녀는 13살에 옥스퍼드 대학에 입학했다.
천체물리학자 송유근 씨./이준헌 기자
부모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던 소녀는 돌연 15살에 집을 뛰쳐나갔다. 그리고 외쳤다. “아버지의 물리적·정신적 학대가 내 삶을 지옥으로 만들었다.” 그녀를 파멸로 이끈 것은 부모의 지나친 기대와 세인들의 관심이었다. 남의 나라 얘기만은 아니다. 우리 주변에서도 천재들이 이러한 중압감을 이기지 못하고 시들어 간 경우가 많다.
오래된 우물이 있고, 늙은 느티나무가 서 있는 마을에는 망나니와 함께 실성한 사람이 하나쯤은 있었다. 멀쩡했던 사람이 왜 그리 됐느냐고 물으면 거의 비슷한 대답이 돌아온다. 어릴 적에는 머리가 비상했는데 어느 날 갑자기 그리 되었다는 것이다.
하나를 가르치면 열을 깨치자 부모와 마을 사람들은 하늘이 내린 재능에 두 손을 모았다. 천재는 도회지로 나갔고, 사람들은 그가 비단옷을 입고 마을에 나타날 것으로 믿었다. 하지만 천재에게서 좋은 소식은 들려오지 않았다. 부모들은 사람들을 피해 다녔다. 차라리 아들이 천재가 아니었다면 그리 실망하지 않았을 것이다. 아들 또한 부모와 마을 사람들의 기대가 크지 않았다면 그렇게 절망하지 않았을 것이다. 자신의 재능이 모자라다는 것을 알고는 세상이 무서워졌을 것이다. 어느 날 천재는 검은 옷을 걸치고 나타났다.
천재들 이야기는 어느 시대나 흥미롭다. 지금도 그렇다. 송유근 또한 우리가 기억하는 천재 중 한 사람이었다. 6살 때 아인슈타인 상대성이론을 이해하고 미적분 문제를 풀었다고 한다. 송군의 지능지수(IQ)는 187로 알려졌다. 그의 천재성에 여러 의문이 따랐지만, 12살에 버젓이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UST)에 입학했다. 송군은 천체물리학을 전공하겠다고 했다. 모두 최연소로 박사학위를 취득할 것으로 예상했다.
김택근
그는 보란 듯이 국제학술지 <천체물리학 저널>에 논문을 실어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송군의 논문은 표절 시비에 휘말렸다. 그리고 졸업 연한인 8년 안에 박사학위를 취득하는 데 실패했다. 송군은 이제 스물두 살의 청년이 되어 호칭 또한 ‘군’에서 ‘씨’로 바뀌었다. 송씨는 자신을 향한 부정적인 시선들을 의식한 듯 세상을 향해 다짐했다. “누구에게, 세상에 인정받고 싶어 이 길을 가는 것이 아니다. 그냥 우주가 좋고, 밤하늘이 좋고, 천체물리학이 좋기 때문에 그 길을 가고 있다. 나를 증명해 보이겠다.”
그렇다. 이제 송유근은 천재가 아니라 송유근이어야 한다. 밤하늘을 보는 데 남의 눈을 의식할 필요가 없다. 그에겐 망원경을 보는 스스로의 눈만이 필요할 뿐이다. 스스로를 증명해 보이겠다고 공언하는 것도 남을 의식한 치기나 오기여서는 안 된다. 자신을 다잡는 다짐이어야 한다. 그러고 보면 천재로 태어남이 축복이되 축복이 아니고, 천재로 살아간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인가 보다. 어쨌든 천재들은 우리 사회의 자산이다. 그들의 비상(飛翔)을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