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에도 ‘골든타임’이란 게 있다. ‘매도 먼저 맞는 놈이 낫다’는 속담처럼 이왕 치러야 할 일이라면 제대로, 빨리 하는 게 조금이라도 매를 덜 맞는 방법이다.
SBS
그런 의미에서 태국 멸종위기종인 대왕조개 채취 및 시식으로 물의를 빚은 SBS <정글의 법칙 in 로스트 아일랜드>의 대처는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태국 현지 매체가 처음 논란을 제기한 지난 7월 5일에는 “현지 규정을 사전에 충분히 숙지하지 못했다”고 사과했지만 이후 연출자인 조용재 PD가 ‘태국에서 사냥하는 모습을 촬영하거나 방송으로 송출하지 않겠다’고 직접 사인한 서류 내용이 공개되면서 거짓말 논란에 휩싸였다.
급기야 “다이빙 초보자인 연기자가 대왕조개를 채취하는 건 상식적으로 불가능”이라는 현직 다이버의 지적까지 제기되면서 연출 조작 논란까지 나왔다. 사과의 첫 단추를 잘못 꿰자 더 강한 의혹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등장하는 셈이다.
<정글의 법칙>의 ‘대왕조개’ 논란은 제작진의 안일함이 스스로 키웠다. 지금은 소셜미디어(SNS) 등의 발달로 외국의 예능 프로그램을 마음껏 시청할 수 있는 시대다. 우리도 호주 예능 프로그램에서 한국 스타 방탄소년단(BTS)을 비하한 사태를 실시간으로 겪지 않았나. 더욱이 한류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한국 예능 프로그램이 해외에서 화제가 되는 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해외 촬영에서 현지의 법과 문화를 준수하는 건 방송 제작진의 기본이다. 그럼에도 문제의 장면을 방송한 건 서류에 사인하는 것 자체가 요식행위이며 현지에서 준수해야 할 규칙에 대해 인지하지 않았거나 누리꾼 지적처럼 이열음이 직접 대왕조개를 사냥하지 않았기 때문에 별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판단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정글의 법칙>의 조작 논란은 이번이 처음도 아니다. 2013년 이 프로그램에 출연한 배우 박보영의 매니지먼트 대표가 조작 논란을 제기한 이후 탐험지에 정글 관광코스가 있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당시 제작진은 “과장된 표현은 있지만 허위는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대왕조개 논란’이 조작으로 인한 것이든, 제작진의 무지에서 불거졌든 간에 제작진은 앞선 논란에 보다 진정성 있게 대처해야 했다. 지금의 논란은 스스로 기회를 날린 결과물일지 모른다.
종합편성채널이나 케이블 채널도 잘못을 인지하는 순간 즉각 사과하고 바로 잡는 시대다. TV조선은 <아내의 맛>에서 일베 용어를 사용했다는 지적이 일자 바로 다음 날 각 언론사에 사과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지난해 세월호 비하 영상으로 물의를 빚은 MBC <전지적 참견시점>은 최승호 사장이 직접 나서 시청자들에게 머리를 숙였다.
한국과 태국, 양국에서 거센 질타를 받은 SBS는 “깊이 사과드린다. 출연자 이열음씨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최대한 책임 있는 자세로 임하겠다”고 했지만 어떻게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줄지는 명시하지 않았다. 지상파 채널인 SBS가 시청률이라는 유혹에 빠져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