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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2만 마리가 죽는다, 하루에

입력 2019.07.05 15:17

  • 김택근 시인·작가

새가 떨어져 죽는다. 투명유리창이나 유리벽에 부딪혀 한 해에 800만 마리가 떨어져 죽는다고 한다. 날개를 가진 동물에게 투명한 유리는 곧 죽음의 벽이다.

해질녘 테라스에 참새 두 마리가 떨어졌다. 한 마리는 이내 정신을 차려 날아갔지만 한 마리는 심하게 몸을 떨었다. 하늘을 나는 새가 어찌 하늘에서 떨어졌을까. 독극물을 먹었나, 아니면 까치나 황조롱이 같은 맹금류가 덮쳤을까. 자세히 살펴보니 참새의 다리 하나가 오그라 붙어 있었다. 참새는 아파트 투명유리창에 부딪힌 게 분명했다. 아마도 나란히 명랑하게 날아가다 머리를 찧고 수직 추락했을 것이다.

경향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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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 붙어 있었다. 물을 먹이려 참새 부리를 물 속에 넣었더니 날개를 퍼덕거렸다. 그리고는 이내 축 늘어졌다. 식구들이 번갈아 테라스를 들락거리며 참새의 ‘죽음’을 확인했다. 동물구조단에 연락해볼까도 생각했다. 아마 그들은 참새라 밝히면 오지 않을 게 분명했다. 금요일에 느닷없이 걱정 한 덩어리가 테라스에 떨어졌고, 우리는 그 걱정을 붙들고 있었다. 참새에게 해줄 수 있는 일은 더 이상 없었다. 일요일 아침 참새가 죽었다. 한쪽 발을 오그리고…. 유리창에 부딪혀 새들이 죽는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실제로 눈앞에서 그런 일이 벌어질 줄은 몰랐다.

얼마 전에는 종로3가역 5번출구 앞에서도 황당한 일을 목격했다. 제법 많은 사람들이 출구 앞에서 서성거리고 있을 때 갑자기 새 한 마리가 떨어졌다. 새 이름은 알 수 없지만 깃털이 아름다웠다. 모여 있던 사람들이 놀라서 위를 쳐다봤다. 역시 투명유리창에 부딪힌 게 분명했다. 노인이 새를 손바닥에 올려놓으며 슬픈 표정을 지었다. “새를 데려가도 괜찮겠지요.” 노인은 근처 화단의 풀 위에 새를 뉘어 놓고는 그 앞에서 떠날 줄을 몰랐다. 새가 깨어나기를 기도라도 하듯이.

새가 떨어져 죽는다. 투명유리창이나 유리벽에 부딪혀 한 해에 800만 마리가 떨어져 죽는다고 한다. 날개를 가진 동물에게 투명한 유리는 곧 죽음의 벽이다.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새들이 이렇게 우리 곁을 떠나가고 있다.

새삼 고 박경리 작가의 ‘생명’을 향한 외침이 생각났다. 새 천년으로 건너온 2000년 새해였을 것이다. 원주에 계신 선생을 찾아갔더니 독수리 얘기부터 꺼냈다. 휴전선 부근의 독수리들이 먹을 게 없어서 굶어 죽어간다는 뉴스를 보고 잠을 이룰 수 없었다고 했다. 선생은 먹이를 챙겨 찾아가봐야겠다며 한시가 급하다고 했다. 얼굴에 분노와 슬픔이 가득했다. 살아계시다면 새들이 떨어져 죽는 처참한 현실과 이를 방치하는 야만적 처사에 땅을 치며 분노했을 것이다.

김택근

김택근

정부는 그저 바라만 보고 있다. 보다 못해 이름 없는 시민들이 나섰다. 고속도로를 찾아가 투명 방음벽에 조류 충돌 방지 테이프를 붙였다. 또 자신의 아파트 유리창에 테이프를 붙이는 사람들도 있다. 그럼에도 그런 노력들은 아직 모두의 가슴에 공명(共鳴)을 일으키지 못하고 있다. 실상을 정확히 모르기 때문이다. 새들을 구하는 방법은 그리 어렵지 않다. 문제는 관심과 사랑이다.

우리가 우물쭈물하고 있는 사이에 새들이 죽어가고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새들이 떨어지고 있다. 지금 당장 무엇이라도 해야 한다. 당국은 즉각 캠페인을 벌이고 조류 충돌 방지 테이프라도 나눠줘야 할 것 아닌가. 공영방송이라면 이를 심층취재해서 그 실상을 알려야 하지 않는가. 하루에 2만 마리가 넘게 죽어가는데 무얼 하고 있는가. 한시가 급하다. 함께 삽시다,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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